[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북, 또 물폭탄, 90년대 자연재해 재연되나?

조선중앙통신이 30일 촬영한 평안남도 안주시의 침수피해 현장 모습을 3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30일 촬영한 평안남도 안주시의 침수피해 현장 모습을 3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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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언론 매체의 보도를 다시 짚어보는 '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최민석입니다. 정영기자, 요즘 북한 전역에 많은 비가 내려 걱정스럽습니다. 홍수 뒤에 올 전염병도 그렇고 나중에 있을 식량 문제까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영기자 오늘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기자,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또다시 큰물 피해로 인한 어려움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8월초에도 조선중앙통신은 한달 동안 내린 비로 169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재차 수해를 입었다고 보도하면서 피해가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도 북한 언론 매체 보도를 가지고 뒤집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먼저 최근 북한 매체가 보도한 큰물 피해 상황부터 알아보시죠.

정영: 지난 17일부터 19일사이에 조선의 서해안과 동해안의 여러 지방들에서 연일 무더기 비와 폭우가 쏟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먼저 황해도 지방에서는 평산군에서 494㎜, 신계군에서 424㎜, 그리고 강원도 세포군에서 469㎜, 이천군에서 434㎜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평양시도 물에 잠긴 곳이 공개됐는데요,

평양시 삼석구역에 298㎜, 평성시에 285㎜의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보도되어 북한의 전반적 지방에서 300㎜이상 비가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평양시 침수 사진에는 자동차 도로가 물에 잠기고 사람들이 무릎까지 치는 물 속을 뚫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물이 강둑을 넘은 것도 아니고, 그냥 비가 온 게 사람의 무릎까지 온 것이군요.

정영: 북한의 한해 강수량을 보면 보통 1,000~1,500㎜정도이거둔요. 그런데 하루 이틀 사이에 400㎜가 왔다는 것은 1년동안 내려야 할 비가 한번에 절반 정도 쏟아졌다는 소립니다.

최민석: 말 그대로 하늘에서 양동이로 물을 쏟아 부었다는 소리네요. 그런데 얼마 전에도 북한 매체들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북한 홍수 피해 소식을 다룬 지 여러 번 되었는데요, 지난 8월 3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은 물에 잠긴 평안남도 안주시의 모습을 전격 공개하면서 하루에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때 아파트가 2~3층까지 물에 잠기고, 또 돼지들이 남의 지붕 위에 올라가서 두려움에 떠는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어떤 주민들은 아파트 사이를 고무 배를 타고 빠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민석: 그리고 경작지 6만 5천 정보가 유실됐다고 전번에 나왔는데, 그러면 나중에 먹는 문제와 관련되지 않습니까,

정영: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지금 상황이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때와 비슷하다고 걱정하고 있는데요, 왜냐면 김일성 주석이 1994년에 사망했을 때 비가 엄청 쏟아졌거든요. 한달 내내 계속 비가 내려 밭이 떠내려가고, 집이 떠내려가고 어떤 마을에서는 포플러나무 꼭대기만 보이고 다 잠긴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때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다음에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야, 이거 수령님을 잘 모시지 못했기 때문에 (하늘이)우린 인민한테 벌을 내린 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또 홍수가 들이닥치고, 사람들이 수백 명씩이나 죽고, 전염병으로 인명피해가 나면 또 김정일의 저주가 찾아오지 않냐는 그런 두려움으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두려움이 찾아올 만도 했지요. 고난의 행군 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요. 그렇게 보면 지금의 자연재해 피해와 그때 자연피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영: 고난의 행군은 북한 주민들이 떠올리기 조차 끔찍한 악몽과 같은 시절이었습니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상황에 대해 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당시 외부 사회는 북한주민 약 100만명이 아사했다고 추정하는 반면, 탈북자들은 약 300만명이 사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 북한 농업성 최현수 부국장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최현수 농업성 부국장: "정말 생각할수록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94년 7월 들이닥친 자연피해로 해서 전국적으로 3만3천 7백여 정보의 논과 22만 8천여정보의 강냉이 밭이 침수되어, 72만 여 톤의 알곡 수확을 손해 봤습니다...."

그때 당시 30만명의 탈북자가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탈출했지요. 지금 한국에 나온 2만 5천명의 탈북자들은 그때 처벌이 두려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간 사례가 되었습니다.

최민석: 자, 90년대 중반에 북한에 엄청난 국제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는 수해지원 요청을 하지 않습니까,

정영: 지난달 30일 북한은 유엔에는 긴급하게 수해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먼저 WFP,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에 300톤 가량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국제 적십자 연맹도 특별예산으로 30만 달러를 배정했습니다. 북한은 지금 미국에 있는 대북단체에도 손을 내미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고난의 행군 때는 미국과 한국이 많이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정영: 한국과 미국이 주동적으로 많이 도와주었지요. 미의회 조사국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996년부터 10년 동안 북한에 약 200만톤 이상 식량을 지원했는데요, 가치로 보면 약 6억 7천만달러 정도 됩니다.

미국의 식량지원은 WFP를 통해 지원됐는데요, 영양가루, 강냉이 가루, 쌀 이런 것이 많이 들어왔는데, 북한 주민들은 그것이 유엔에서 오는 것으로 알았지 정작 미국이 준 것이라고 생각 못하고 먹었지요.

한국도 북한에 식량 지원을 많이 했는데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한 10년 동안 약 200만 톤 정도 지원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장마당에 유엔 식량 포대, 남한에서 준 쌀 마대 등이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과 한국이 대북 홍수피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그때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럼 그렇게 외부에서 많이 도와주었는데 왜 사람이 굶어 죽습니까,

정영: 그때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많은 것을 도와주었지만,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매 가정에 직접 쌀 자루를 가져다 준 게 아니라, 남포항이나 해주항까지만 날라다 주었거든요. 그런데 군대들이나 힘이 있는 기관들이 날라다 먹고, 힘이 없는 주민들은 못 먹고 그렇게 되면서 분배에서 불균형이 이뤄졌지요.그래서 많이 죽었지요.

최민석: 아,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가 안됐군요. 그렇게 되면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과 한국이 식량지원을 한다는 애기가 없어요.

정영: 그렇습니다. 북한의 수해피해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신중하게 지켜보는 입장인데요, 미국은 지난 2월 29일에 미사일 발사중지를 조건으로 북한에 영양식품 24만톤을 주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북한이 인공위성을 빙자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무산됐지요. 북한은 미사일도 성공했으면 모르겠는데, 그때 실패하면서 24만톤 영양지원도 날리고, 미사일 발사도 실패해 망신을 했습니다. 미국과의 약속도 깼고요. 그래서 북한은 상당한 어려운 입장에 있지요. 그래서 북한은 미국 정부에 공식 도움 요청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2010년도 남한이 북한 신의주 지방에 수해물자를 보내주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습니다. 그러자, 남한정부는 "야, 이것 봐라 우리가 줘도 포를 쏘니까, 우린 못 주겠다" 이렇게 나온거죠. 그리고 요즘 북한이 "이명박 0새끼, 때려잡자"등 남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면서 강경 비난을 하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지금 당장 지원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최민석: 제가 전번 방송에 이런 말을 했지요. 이젠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식량문제 정말 요원하기만 합니다. 북한주민 여러분 마음 단단히 드시고 정말 내년도 식량 준비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