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김경희 대장’ 군복 입고 등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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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언론 보도를 다시 되짚어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한반도를 들이닥친 태풍 제15호 '볼라벤'이 북한 서해안일대를 들이닥쳐 큰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면적 반공격 작전에 최종수표"했다고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잡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에서 다룰 내용은 무엇입니까,

정영: 최근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제2인자로 알려진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대장 군복을 입고 처음 등장한 모습이 방영됐습니다. 60대의 여성이 군복을 입고 나온 모습도 이례적이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몸 무게가 급격히 줄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온 다음에 방영된 모습이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김경희가 왜 군복을 입고 나왔는지, 또 그가 북한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김경희 당 비서가 나이가 많고 몸도 약한 것 같은데 군복을 입고 나왔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영: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이 김정일의 선군혁명 개시 52주년을 경축하는 연회와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 소식을 전하며 김경희를 조명했는데요,

조선중앙텔레비전 방송 보도를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김정은 동지께서 동부전선 시찰의 길에서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시였습니다. 최룡해 동지, 현영철 동지, 김경희 동지, 장성택 동지…"

최민석: 김경희 비서의 군에서 직책은 무엇입니까,

정영: 인민군 대장, 그리고 노동당 비서이지요.

최민석: 그러면 세계 최초의 여성대장이 처음이 아닙니까, 대장이면 별 네 알이죠……

정영: 김경희 비서가 2년전에 대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번도 군복을 안 입었는데, 이번에 처음 입고 나온 것입니다.

최민석: 다른 나라도 아니고 북한에서 별 네 개 여성 대장, 대단합니다. 그런데, 김경희가 군 경력이 있습니까,

정영: 김경희 비서의 군 경력은 0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사진을 보면 김경희 비서가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봐서는 아프다는 게 별로 알리지 않는데요,

정영: 앞서 지난 24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경희 당비서가 업무 복귀가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고, 비밀리에 중국에서 장기(臟器)질환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체중이 38㎏까지 급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을 보니까, 김경희 비서가 3∼5㎝ 정도로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걸 봐서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의식해서 군복을 입고 나오지 않았는가 파악됩니다.

최민석: 글쎄요, 저도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영: 김경희가 올해 66세인데, 그가 건강이 좋지 않다면 굳이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 먼 지역까지 김정은을 동행했겠는가, 외부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건강 이상설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복을 입고 나오지 않았는가 하고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전번에 김경희가 김정은과 함께 평양 릉라인민유원지에도 참가했지요.

정영: 그때 김경희의 건강이 안 좋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지난 7월 25일 김정은과 '회전매'라는 놀이기구를 타서 화제가 됐습니다.

최민석: 회전매라는 놀이기구가 생각보단 위험해 보이지요, 노약자나 임산부들은 타는데 제한이 있습니다. 그렇게 건강한 사람들도 무섭다는 놀이기구를 김경희 비서가 탔다는 것이죠….

정영: 김경희 비서뿐 아니라 거기에 참가했던 70~80대의 노간부들도 놀이기구를 탔는데, 릉라유원지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만들다 보니까, 나이 많은 간부들도 타지 않겠다고 거절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민석: 그렇지요.

정영: 그때 김정은은 제일 왼쪽, 류훙차이 중국대사는 가운데 앉고, 오른쪽에는 김경희비서가 탔습니다. 김경희가 올해 66세인데, 놀이기구를 타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나이거든요. 그런데 26일에 실린 노동신문 사진에는 김경희가 호위 군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걷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최민석: 이상한 것은 북한이 노동신문이나 텔레비를 방영할 때 영상 자료 사진을 검열을 하고 내보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에 김경희 비서의 불편한 모습을 왜 보도했을까요?

정영: 북한이 노동신문 편집에서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원래는 그런 불편한 사진을 빼야 하는데 김정은과 리설주의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다 보니 걸러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리설주의 밝은 모습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고모의 건강 이상 사진이 노출된 거죠. 그래서 일본 언론도 이런 북한 매체 사진을 상당 부분 판독을 하고 김경희의 건강이 안 좋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브릿지 음악: 여러분께서는 지금 북한 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있습니다>

최민석: 김경희 비서가 원래 몸이 안 좋다는 애기는 그전부터 나오지 않았습니까?

정영: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즉 김정일의 개인 요리사에 따르면 김경희가 비밀 파티에 가끔 참가했는데, 비밀 파티라는 곳은 외국제 양주를 놓고,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젊은 여자들을 데리고 춤과 노래를 부르는 그런 자리인데요. 그때 김경희가 가끔 참가했는데, 술을 엄청 마셨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김경희는 오래 전부터 심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고, 2004년에는 프랑스에서 수차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치료했던 프랑스 신경외과 전문의 프랑수아 사비에르 루 씨(57)는 김경희를 동시에 치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2011년 6월초에 러시아 공항에서 한국인에게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김경희는 허리를 다친 사람처럼 구부정하고, 여러 명의 북한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걷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현재 북한 내에서 김경희의 위치는 어떻습니까?

정영: 김경희는 김정일의 유일한 친동생으로 김정은과 혈족입니다. 김경희 장성택 부부가 대장이 되고요, 최룡해도 같이 대장이 되었다가 지금은 차수가 되었지요, 그러니까, 북한 권력층을 보면 장성택, 김경희 사람들이 권력층 핵심부에 들어가 북한체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김정은이 김경희, 장성택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보겠군요.

정영: 김경희는 2010년 9월 28일 김정은과 함께 대장이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군대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김씨 혈족에게 형식상 군복을 입혔습니다. 현재 북한 권력층에 대장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김경희는 현재 노동당 조직비서를 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당 핵심 간부사업과 조직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김경희가 몸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정치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영: 김경희 당비서도 자기의 건강보다는 오히려 김정은의 젊은 나이를 더 걱정할 것입니다. 장 부장은 경제 쪽으로 보고 있고, 자기는 당 쪽으로 일을 보고 있는데, 김정은이 저렇게 나서다가 젊은 사람이 덜컥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백두혈통이 끊어지면 어떻게 할까, 하고 걱정 많이 할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치 못한 몸을 가지고 자주 등장하고, 이번에는 대장 군복을 입고 나왔지만, 오히려 북한의 불안한 모습만 노출시키는 격이 됐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오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에는 북한의 진짜 주인공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와병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정영: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