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올해 북한을 휩쓴 다섯 차례의 자연재해로 인해 주민들의 삶이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북한언론 뒤집어보기에서 다룰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정영: 북한이 요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를 '개혁, 개방'으로 국제사회가 해석하는데 대해 강력 부인했습니다. 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정부가 "그 누구의《정책변화》와 《개혁개방》을 또다시 운운하며 그에 대한 《지원》이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고 있다"면서 "어떤 《정책변화》와 《개혁개방》나발을 불어대는 것은 우리(북한 체제)에 대한 극도의 무지와 불순한 흉심에서 출발 한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왜 애써 부정하는지, 그리고 개혁개방을 하지 못하는 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개혁개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렇게 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요?
정영: 북한은 지난 7월 22일에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 조국땅 우에서 펼쳐지는 위대한 변혁을 제멋대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 "우리에게서 그 무슨 《정책변화》니, 《개혁, 개방》이니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어리석고 미련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조선중앙텔레비전>: "북의 변화에 대한 허황한 미련을 조성하여 다 깨진 흡수통일 망상을 추구하려는 음흉한 기도가 깔려 있다…."
그러니까 북한은 개혁개방이라는 것이 마치 죽음의 도살장처럼, 체제 붕괴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개혁개방에 대한 옳은 인식이 못 된 데로부터 이런 해석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어떤 변화를 보였기에 국제사회가 개혁 개방으로 보는 것입니까?
정영: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다음 달라진 모습이 여러 번 보였는데요.
우선 지난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다가 실패하자, 그때 즉시에 실패 사실을 보도했지요, 그리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군부대를 방문할 때 병사들과 팔짱 끼는 모습, 그리고 요즘 협동농장을 분조 형태로 잘게 쪼갠다는 사실, 그리고 모란봉악단 가수들에게 짧은 치마를 입힌 사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를 공개한 것 등은 분명 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것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개혁개방이란 단어에 아주 인색한 것 같은데요, 도대체 왜 그런 거예요?
정영: 북한이 개혁 개방하면 체제가 붕괴될 것이다, 이렇게 지레 겁을 먹은 데 있습니다.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가 개혁 개방했다가 망했다, 그래서 우리도 개혁 개방하면 당장 망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최민석: 동구권 사회주의가 망했다는 게 민주주의가 됐다는 소리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수령체제가 망한 거지요.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차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혁개방이란 단어를 좀 쓰지 말아달라고 거부감을 보였던 것입니다.
최민석: 물론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조치들이 중국식 개혁개방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개혁은 아닙니까?
정영: 개혁이라는 게 그전의 것을 뜯어 고친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북한은 그것을 개혁이라고 부르지 않고 "사회주의 경제관리 개선조치"라고 부르지요, 즉 지난 2002년 7월 1일 경제개선조치를 하다가 중단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그 토대 위에서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서 보위부, 보안, 군대들에게 배급 주는 정도만큼이라도 만들자, 그런 것이죠.
사실 북한이 지난 8.15해방 이후 실시했던 토지개혁 수준으로만 돌아가도 먹고 사는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시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현물세를 바치게 했지요.
최민석: 그러면 북한이 시도하는 경제개선 조치라는 것이 농민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켜서 식량 수급을 어느 정도 원활하게 하겠다는 조치로 보면 되겠군요.
정영: 이번 경제조치 핵심이 농지개혁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보면 개혁이 딴 게 아니지요, 지금 1,000~2,000명으로 된 협동농장을 3~5가족으로 쪼개면 거기서 농민들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지어주고 거기서 나오는 생산물을 농민들도 좀 먹게 하고, 보위부, 보안원, 군대들도 배급해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내드리는 북한언론 겉과 속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협동농장을 작은 단위로 쪼갠다고 했는데요, 지금 협동농장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정영: 협동농장 농민들이 약 1000~2000명이 한 개 협동농장인데요, 거기에 작업반이 있고 분조가 있습니다.
최민석: 그런데 협동농장 같은 것을 작은 단위로 쪼개지면 거기서 관리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정영: 아주 중요한 지적인데요, 북한 협동농장에는 관리위원장이나, 기사장, 기술지도원, 노동지도원 그리고 그 아래에 작업반장, 부문당 비서 등 놀고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약 100명은 놀고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남자들은 농사를 거의 하지 않았고, 여성이나 학생들이 농사를 지었지요. 만약 협동농장이 쪼개지면 이 사람들도 일해야 먹고 살겠지요.
최민석: 그렇군요, 그런데 요즘 북한에서 환율이 폭등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주민들이 살아가기가 더 팍팍해진다는 애기가 있는데요, 이러다간 뭐 북한에서 경제 조치를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 되는 것 아닙니까?
정영: 북한에서 지금 쌀값이 폭등하고, 환율이 상승하는 등 대혼란을 맞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북한정부가 새로운 경제조치를 하겠다고 선포하자, 주민들 속에서는 "아따, 이거 정부가 또 경제에 손을 대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주민들이 외화를 바꿔 건사한다, 쌀을 팔지 않는다 이렇게 사재기 하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2009년 화폐개혁 때는 갑자기 선포해서 주민들이 재산을 잃었지만, 이젠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소리죠. 그러니까, 달러나 위안화를 사재기하고, 쌀을 팔지 않는 등 '자체 방어'에 나선 것입니다.
최민석: 결국은 북한이 경제조치를 한다고 뜸을 들이다가 시작부터 서리를 맞게 되었군요. 북한에 정말 경제 전문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영: 북한 당국이 지금 경제조치를 과감하게 벌이지 못하는 이유는 국가에 돈이 없어서입니다. 북한의 화폐는 현재 전부 장마당에 들어갔습니다. 그 걸 2009년처럼 다시 화폐개혁을 하자니 지폐 찍을 돈도 없지 하니까, 지금 손을 못 대고 있는 상황이지요.
최민석: 이젠 화제를 바꾸어서 북한이 진짜 개혁개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이 개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체제의 정통성 때문입니다. 1978년 중국의 등소평은 모택동과 혈족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롭게 모택동의 노선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결과 중국은 매년 경제성장률 10%를 유지하면서 지금은 세계경제대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할아버지, 아버지의 정통성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했다가 실패할 경우 쫓겨날 수 있기 때문에 무서워서 개혁개방을 못하는 것입니다.
최민석: 결국 백두 혈통이 개혁개방의 발목을 잡고 있군요. 김정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 경제를 살려서 민심도 얻고 수령 체제도 유지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네요. 북한매체가 주장하는 대로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개혁개방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말이 더 정답일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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