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정영: 북한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프랑스 파리에서 최근 발생한 이슬람근본주의 무장단체(IS)가 저지른 테러에 대해 15일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전이 자주되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제대로 들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지난 11월 13일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테러해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 또는 ISIS)는 어떤 집단인지, 그리고 왜 북한이 IS의 만행을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는지 좀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자, 오늘 시간에는 프랑스 파리를 피로 물들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지난 13일 파리에서 일어났던 테러사건에 대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다음 이야기를 해볼까요?
정영: 먼저 프랑스 파리가 테러 당하던 당시 상황을 한국 언론을 통해 먼저 듣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한국 연합뉴스 TV녹취>: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현지시간 13일 밤입니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 주말을 앞두고 조금은 들떠있을 그런 시간이었는데요, 최소 7곳에서 총격과 폭탄테러 인질극이 발생해 약 120여명 가량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먼저 파리 시내 11구에 있는 바타클랑 극장에서 인질극이 벌어져 약 100여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총격소리, 비명소리>
목격자들은 극장에서 테러범들이 관람객들을 향해 반자동소총으로 무차별적으로 난사해 유혈이 낭자했다고 전했습니다. 희생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폭발사고가 일어난 인근 경기장에서 프랑스와 독일간 국가친선축구경기를 관람하다 긴급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정말 끔찍했던 금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관객들이 총소리를 폭죽소리인 줄 알고 어리둥절했다고 하는데요. 테러라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때가 늦었지요. 그런데 북한 언론매체는 이에 대해 보도했습니까?
정영: 북한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15일 저녁9시에 '프랑스에서 테러공격으로 인명피해'라는 제목으로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무장괴한들이 도시 중심부에 있는 한 극장에 뛰어들어 100여 명의 인질들을 무참히 살해했다"면서 "프랑스팀과 독일팀 사이의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축구경기장 주변에서 여러 차례 폭탄 폭발이 일어났으며 일부 식당들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방송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는 파리에서의 연쇄적인 테러가 폭탄과 자동총으로 무장한 자기 조직 성원들이 단행했다고 주장했다"며 테러범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이라는 것은 한번 놓치면 다시 못 듣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노동신문이나 북한 중앙텔레비전도 이번 테러에 대해 보도했는가 해서 찾아보았는데, 없었습니다.
최민석: 북한 매체가 그 끔찍한 뉴스를 딱 한번만 보도했군요. 그것도 신문이 아니고 라디오 방송으로 한번만요?
정영: 북한이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국이나 서방국가들이 당한 자연재해나 전쟁 참상에 대해서는 보도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프랑스를 테러한 조직이 IS가 아닙니까, 북한으로 봤을 때는 IS가 미국이나 서방사회를 혼란시키기 때문에 동조해주고 싶은데, 어찌 보면 북한도 피해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테러를 보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아니 북한도 피해자라고요?
정영: 예, 지난 5월이었지요. 북한의 의사 부부가 리비아의 북부 도시에서 차를 타고 가던 중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에 붙잡혔습니다.
최민석: 이 보도는 우리방송에서도 며칠 전에 한번 한 것 같은데요, 북한이 이 사실을 보도했습니까, 주민들에게 테러분자들의 만행에 대해 이야기를 했나요?
정영: 예, 북한은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북한 내부 간부들은 비교적 상세히 아는 편이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 다시 상기시키면요, 북한 소식통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 지난 5월에 리비아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북한 의사부부가 납치됐습니다.
이들을 납치한 테러범들은 IS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돈을 가져오면 풀어주겠다"고 북한정부에 흥정을 걸어왔습니다. 그러자, 북한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자 IS는 부인을 살해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북한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무장단체는 의사남편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고 합니다. 이 소식은 5월 중순 리비아 인터넷매체인 리비아 옵서버(Libya Observer)에 실리면서 외부사회에 공개됐습니다.
최민석: 아, 리비아 매체에 실리면서 공개가 되었네요. 이마저 보도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모를 뻔 했네요. 북한 정부는 이와 관련해 무슨성명 같은 것을 발표했나요?
정영: 그런 것이 없습니다. 북한정부는 이들이 정작 테러분자들에게 붙잡히자, 손을 쓰지는 않았을 뿐 아니라, 해외 주재원들에게 "거주지에서 멀리 이탈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IS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어떤 집단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정영: 북한 청취자 여러분들은 IS에 대해서 잘 모를 텐데요. 그래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IS는 이슬람국가, 즉 Islamic State라는 영어 문자의 머리글자입니다. 이들은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후에 중동지역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뜻에서 이슬람국가라고 이름을 단 겁니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침략과 방화 등을 일삼고 있는데요, 자기네와 종교와 다르거나 적대적인 국가의 주민들을 만나면 인질로 잡고 돈을 뜯어내고요, 돈을 내놓지 않으면 칼로 목을 베는 참수형에 처하고 이를 동영상에 공개해 잔인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같은 이슬람교인 가운데서도 수니파가 아니면 목을 벤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주 야만집단으로 소문이 났지요. 지금 여러 국가에서 이 IS를 상대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시죠.
정영: 현재 국제사회는, 특히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심지어 러시아까지 IS의 테러행위에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면 이들이 시리아, 이라크 등 광활한 중동지방 곳곳에 퍼져있습니다. 그리고 낮에는 일반 평민들 속에 잠복해 있습니다.
최민석: 중동지역에는 수니파가 엄청 많지요. 그러니까, 수니파가 있는 곳에는 다 있을 수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리고 이들은 석유와 가스 매장지를 장악하고 있어 풍부한 자금을 공급받고 있으며, 현대 무기도 갖추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생화학 무기로 무장했다는 증거도 내놓고 있습니다.
최민석: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병력수는 얼마나 되나요?
정영: 현재 미국 정부는 IS의 활동 대원 수를 1만5천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5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직업이 없는 이슬람 수니파 청년들이 IS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IS는 이런 가담자들에게 매달 월급으로 400~5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도 이미 피해자인데, 이 IS를 격퇴하기 위해 특수부대라도 파견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정영: 북한은 의사부부가 납치되어 살해될 때가지 성토문 한 장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바깥사람에게는 상당히 유약하고 내부 주민들을 통제하는 데는 엄청 강한 것 같습니다.
최민석: 아 그러니까, 북조선 말 그대로 조선시대 때 자기네 백성에게는 그렇게 못살게 굴고, 다른 나라에는 사대하는 그런 정권이라는 거죠.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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