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에이즈 청정지대’ 자랑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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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정영: 북한이 12월 1일 세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AIDS)의 날을 맞아 '공화국에는 에이즈가 없다'고 자랑했습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제도가 수립돼 있고 인민적 시책이 실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의 에이즈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생계형 성매매, 권력을 남용한 성추행 등 성범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북한이 에이즈 안전지대일까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최민석: 자, 북한이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에이즈 청정지대'임을 자랑했는데요, 그러면 진짜 북한에 에이즈 환자가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북한 매체가 에이즈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 알려주시죠.

정영: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1일 보도한 내용인데요,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보건제도가 수립돼 있고 인민적 시책이 실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의 에이즈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보건 일꾼들과 평양주재 세계보건기구 대표와 유엔관련자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유엔 관계자들을 참가시키고 에이즈가 없다고 선전한 것은 북한의 무상치료제도를 자랑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북한은 매년 12월 1일이 되면 "우리나라에 에이즈 환자가 1명도 없다"고 자랑합니다.

그럴 때마다 한국언론을 비롯한 외신은 "그럼 진짜 북한에 에이즈 환자가 한 명도 없나?"고 의문을 표시하지요.

최민석: 제 알기로도 북한에서 성매매가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에이즈가 정말 없나요?

정영: 북한에서 살다 온 탈북민들은 "성매매 현상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우리방송에서도 얼마 전에 보도했지만, 이제는 성매매 조직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이렇게 성매매가 문란한 데 북한에 에이즈 환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정영: 북한에 에이즈 환자가 실제로 없을 수 있습니다. 왜냐면 북한은 철저한 폐쇄국가이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들이 외국인들을 접촉할 기회가 없다는 겁니다. 원래 에이즈의 전염경로는 이미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성관계를 맺거나, 에이즈 환자로부터 피를 수혈 받을 경우에 전염이 된다고 의학에서는 설명합니다.

그리고 북한에 설사 에이즈 환자가 있다 하더라도 당국이 은폐시키고 절대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에이즈만큼 심각한 것이 바로 성병입니다.

최민석: 성병환자는 많다는 이야기입니까,

정영: 예, 그 이유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어떻게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지 북한을 탈출해 나온 여성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한국 TV조선 녹취: 살아야 되니까, 그러니까 하다못해 식당에 가서 밥 한 그릇 사줘도 몸을 줄 수가 있고, 하다못해 국수 한 킬로를 줘도 몸을 줄 수가 있고요. 돈을 받고도 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요.

조선 여성들은 원래 정조가 뛰어났습니다. 남편 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하면 '화냥년'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지 않았습니까,

1980년대까지는 북한에서 성매매가 크게 없었다고 볼 수 있는데, 90년대 중반 식량난이 시작되면서 많아졌습니다. 그 후 역전이나, 시장 근처에 대기집이라는 곳이 생겨났는데요, 주인들은 밤에 역전이나 장마당을 돌면서 돈깨나 있는 사람을 꼬드겨 집으로 데려와 성관계를 주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번 돈을 대기집 주인과 성매매 여성이 나누어 가지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면 평양시에서도 볼 수 있다는 소린가요?

정영: 얼마 전 우리 방송에서도 보도했지요. 평양시 광복거리 버스 정거장, 궤도전차 정거장 같은 곳에 가면 중년 여성들이 작은 사진첩을 가지고 나온다고 합니다. 이 여성들은 남자들에게 접근해서는 슬그머니 책을 사라고 하면서 펴 보이는데 그 속에 얇고 투명한 종이로 가리운 사진이 있다고 합니다. 그 종이를 벗기면 예쁜 아가씨, 여성이 반라 상태로 있다고 하는데, 그 옆에는 여성의 키와 몸 무게 등 신체조건이 낱낱이 적혀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이거 장사할 줄 안다는 소리예요.

정영: 이런 소개 여성을 가리켜 소위 '삐끼'라고 하죠. 가격도 10대와 20대는 미화 20달러 정도 하고요. 20대가 넘으면 10달러 정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성매매 하면 한번에 쌀 20~40kg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젊은 여성들이 더 많이 뛰어들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 현실로 봐서는 장마당에 나가서 오돌오돌 떨면서 장사하는 것보다 한번에 손쉽게 벌 수 있다는 점이 여성들의 성매매를 부추긴다는 겁니다. 그리고 간부들은 권력을 이용해 여성들의 성을 농락하지요. 이렇게 북한에 90년대 후반에 시작된 성매매가 지금은 전 사회적으로 퍼져 골치거리라고 합니다.

최민석: 보통 성매매가 문란하게 이뤄지면 성병 같은 것이 생깁니다. 이 문제는 또 어떻습니까,

정영: 북한 여성들 속에는 에이즈 대신 매독이나 임질과 같은 성병이 많아 보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북한당국은 2005년경에 내각결정서를 내리고 매독과 임질 환자를 전면 검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평양 구역병원에서 대학이나, 인민반에 나가 여성들을 일괄 조사했는데요, 놀랍게도 10명 중 3명이 매독균과 임질을 보균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최민석: 10명 중 3명이 전염되어 있다고 하면 더 있다는 소리군요.

정영: 북한 보건 당국은 매독에 걸린 여성들을 격리시키고 치료시켰다고 하는데요, 원래 임질의 경우에는 페니실린 3~4대만 맞으면 낳는다고 해요. 하지만, 매독은 페니실린에 비해 8배나 강한 항생제를 맞아야 낫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의료수준이 얼마나 열악한 지 의사들은 매독과 임질 환자를 잘 가려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건당국이 환등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의사들에게 가르쳐주고 현장에 투입했다고 의사출신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그런데 성병환자가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많은 것 같습니다. 성병이 대대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정영: 북한에는 콘돔이 없습니다. 사실 의사들은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면 에이즈나 성병을 훨씬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의사출신에게 문의했더니 콘돔을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반 주민들은 더욱 알 수 없다는 거죠. 그리고 북한에는 물과 전기, 땔감이 없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매일 샤워하는 것도 아니고, 위생적으로 열악한 점도 성병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렇군요. 북한은 '에이즈 청정지역'이라고 자랑할 게 아니라 성병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부터 빨리 고민해야겠군요.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