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누구 인권 시비할 처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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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은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입니다. 이 날을 맞아 북한 주민들이 지니고 있는 인권이란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이 최근 미국이나 한국 등 상대국에 대한 인권실태에 대해 이렇소, 저렇소 하면서 반인권 공세를 펴고 있는데요, 이와 상반되게 북한 주민들은 인권이 무엇인지 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생명권, 자유권을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인권이 도대체 무엇인지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인권지상주의를 떠드는 북한에서 실제로 주민들의 인권 의식이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북한이 최근 들어 국제사회의 인권공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전하고 있습니까,

정영: 청취자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유엔북한인권결의안이 과반수로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북한은 인권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남한 등을 역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최민석: 김정은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된 것에 대해 북한이 열 받은 거예요. 그러니까, 미국과 남한을 인권을 가지고 공격한단 말이지요?

북한 선전매체들은 최근에도 미국과 한국의 인권문제를 끄집어내면서 저들의 인권이 어떻다는 식의 영상물이나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9일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미국의 인권유린진상'이라는 기사와 '과연 인권을 론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최근 미국 사회에서 나타난 일부 사회적 문제를 집중 부각하면서 마치 인권의 불모지인양 비난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최민석: 미국이 인권을 논할 처지가 되었냐는 비난이군요.

정영: 미국이나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국가가 인간의 자유권, 생명권을 법적으로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지요. 하지만, 북한은 주민들에게 인권이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문제도 숨기고 정책적으로 인간의 생명권, 기본권을 유린하는 데요.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어떤 인권 상황에서 사는 지 조차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세계에는 자유국가들,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가 꼭 지키는 4대 인권이 있지 않습니까,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진짜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이 누리는 삶이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그런 인권기준에 맞는 삶인지 한번 비교해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번 비교해주시죠.

정영: 유엔은 1948년 12월 10일 제3차 국제연합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세계 인권이 채택된 취지를 보면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전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학살, 인종차별, 노동착취, 강제징병 등 인간의 초보적인 인권을 말살하는 탄압행위가 자행됐는데요,

그래서 국제사회가 이젠 이런 인권 유린을 종식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인권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최민석: 1948년 그때는 남한과 북한에서 정부가 수립되던 때였지요.

정영: 북한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 인권선언이 발표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겠는데요. 세계인권 선언의 제1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이 조항을 놓고 보더라도 지금 북한이 하고 있는 국가적인 정책들을 보면 모순됩니다.

최민석: 전혀 틀립니다. 우선 비교를 좀 해볼까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다. 이게 우선 맞지 않지요. 그리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북한 사람들 평등합니까,

정영: 북한이 법적으로 평등하다고 하는데, 사실 내적으로 보면 모순되는 점이 많습니다. 우선 북한은 주민들에게 말할 자유를 주지 않습니다. 북한은 말할 자유, 이동의 자유, 들을 자유, 결사의 자유 등 모든 자유를 정책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씨 일가에 대해 술을 마시고 뒷소리를 했다고 해서 3대를 멸족하는 무시무시한 공포정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자기 고모부인 장성택도 박수를 건성건성 쳤다고 즉결 처형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은 행동의 자유도 없다는 소린데요, 장성택 사건 때문에 김정은이 '패륜아'라는 낙점을 받은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 됐습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자유인 이동의 자유가 없습니다.

최민석: 주민들은 꽉 갇혀가지고 고여있는 거예요.

정영: 북한 주민들은 여행증 없이는 자기 거주 지역을 한발작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같으면 마음만 먹으면 신분증 하나 가지고, 동부로 가든 서부로 가든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누가 말하지 않지요.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서울에서 부산가는 데도 3시간이면 고속철도 타고 내려갈 수 있고요.

최민석: 제가 얼마 전에 서울에서 온 인턴쉽(현장체험)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한국의 대학생들이 KTX 이용권을 가지고 전국을 일주한다고 합니다. 이 KTX 이용권은 싸다고 합니다. 얼마나 신나겠습니까,

정영: 하지만,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여행증이 없으면 자기 거주지역을 50리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한곳에 고착되어서 살아야 합니다. 만약 아버지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해도 통행증이 없으면 가지 못하는 곳이 바로 북한입니다.

최민석: 세계인권선언에서 규정한 바대로 하면 북한은 인권의 불모지 밖에 안되네요.

정영: 북한 주민들은 인권의 인권이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이건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겠지요. 만일 친구들끼리는 인권이란 말을 했다가 이 말이 보위부의 귀에 들어가면, 탄압을 받게 되는데요,

최민석: 그러니까 인권이란 그 단어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게 들통나면 이것으로도 탄압받을 수 있다는 소리네요. 이게 무슨 인권지상주의 국가입니까?

정영: 이런 사례가 하나 있었습니다. 동구권 사회주의, 그러니까 90년대 초까지 존재했던 사회주의 나라들이 구라파에 있을 때 그때 북한에서 그 나라에 유학 갔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북한 보위부가 유학생들을 전부 소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왜 우리가 들어가야 됩니까?"라고 이유를 물었대요.

최민석: 북한에 강제 귀국시키는 이유를 물은 거군요.

정영: 그러자, 북한 보위원이 이유를 묻지 말고 조치하는 대로 움직이라고 하자, 그 유학생은 "표현의 자유가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보위원이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최민석: 뭐라고 했죠?

정영: "요놈이 주모자로구나, 너 (북한에)들어가서 좀 보자"라고 꼬리표를 달아놓았다고 합니다.

최민석: 아~(혀 차는 소리)

정영: 그 학생은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가 결국 북한에 들어간 후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졌다고 합니다.

사실 외국에 유학 나간 북한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외국인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이거든요. 청바지도 입고 슬리퍼를 끌고 거리에 나가 다닐 수도 있고, 머리도 자기 취향에 맞게 단장할 수 있고요. 이게 자유로구나 하고 알고 있었는데, 그 자유란 말을 입에 올렸다고 해서 죽임을 당하는 게 바로 북한이 거둔요.

최민석: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해보면 동구라파에 유학 나갔던 북한 학생들 속에서 안 좋은 바람이 분다고 해서 북한 보위부가 소환하려다가 여기에 이의를 다니까, 그 학생이 딱 걸렸군요. 안타깝군요. 이 인권 불모지에서 인재들이 사라져가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국제연합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선포한 지 이미 66년이 지났습니다. 북한당국이 정책적으로 이러한 반인권적 행위를 하지 않을 때만이 정상적인 국가,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라는 평가를 얻지 않겠습니까,

정영기자, 오늘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