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거짓말만 되풀이 하는 북 신년공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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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진실과 허구를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을 맡은 최민석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거짓말하는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신묘년 2011년 새해 1월 1일을 맞아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난해 주체99(2010)년은 강성번영의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일어난 거창한 변혁의 해였다.”

북한 최고의 아나운서 리춘희(67세)의 목소리에 실려 신년공동사설은 40분간 전파를 타고 흘렀습니다. 북한은 신년공동사설에서 “지난해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커다란 성과가 이룩됐다”며 “장군님(김정일)이 작전하고 의도하는 대로 훌륭한 결실을 가져왔다”고 자랑했습니다.

이어 올해 과제로, “다시 한 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고 선동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 지도자들은 새해를 맞으면 국민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새해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다짐을 합니다. 자기를 뽑아준 국민의 믿음에 보답하려는 지도자들의 하나의 관행으로 되었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설날 아침 한복을 차려입고 국민들 앞에 정중히 서서 신년사를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2011년 신묘년 희망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해, 참기 힘든 일도 있었지만, 기쁘고 보람있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우리는 OECD국가 중 최고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수출 세계 7위의 무역대국이 되었습니다. 서울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세계중심의 국가의 하나로 우뚝 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운 융성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선진국 문턱을 단숨에 넘어가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은 1조 달러 규모의 무역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수출 7위의 경제 부국에 들어섰습니다.

후진타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도 2011년 새해를 맞아 전 국민을 상대로 신년사를 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동지 여러분, 친구 여러분, 새해의 종소리를 울리며 인류는 2011년에 들어서려고 합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해 중국이 상해 엑스포(무역박람회)와 광저우(광주) 아시안 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제11차 5개년 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해 국민경제 발전에서 큰 성과를 이룩했다고 총화 했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나 할 것 없이 지도자들이 앞 다퉈 신년 인사를 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신년연설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북한에 왜 신년사가 없을까,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을 때 북한에도 신년사가 있었습니다. 1월 1일 아침 9시가 되면 김일성은 어김없이 텔레비전에 나와 30분 동안 신년사를 읽었습니다. 하늘의 신처럼 절대적 권위를 자랑하던 70~80년대. 김일성의 신년사는 그 자체가 하늘의 명령이었습니다. 그래서 인민들은 텔레비전 앞에서 옷깃을 바로 하고 신년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이 사망한 다음 북한의 신년사는 ‘신년공동사설’로 대체됐습니다. 행여나 나올 줄 알았던 김정일의 목소리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의 목소리가 처음 공개된 것은 1992년 4월 25일 북한군 창건 60돌 행사장이었습니다.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이 있으라!”

이 목소리는 그가 인민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연설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목소리를 내기 싫어하는 김정일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외부세계에서는 “김정일은 떼떼,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는 루머가 퍼졌습니다.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일이 말을 타다 떨어져 언어장애가 왔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습니다.

13년 동안 김정일의 개인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정일이 1992년에 말에서 떨어져 쇄골이 부러졌고, 그날 밤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김정일이 낙마 후유증 때문에 언어 장애가 와서 연설하지 못한다는 말도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그를 만나본 많은 남쪽 사람들은 “김정일이 전혀 말을 더듬지 않고 대화를 능숙하게 풀어가는 달변가”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신년사에 대한 지도자의 태도는 국민에 대한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년사는 지도자가 인민들과 하는 약속입니다. 인민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고 어떻게 벌려나가겠으니 따라오라고 호소를 하는 자립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신년공동사설은 어떻게 지켜질까,

지금까지 북한 정권은 인민들과 새해에 한 약속을 지킨 적이 없습니다. 김일성은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고 약속하고 지키지 못했고, 그의 아들 김정일은 이밥은 고사하고 강냉이밥도 먹이지 못해 수백만 명을 굶겨죽였습니다.

지난해에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를 대량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휘황한 전망이 열렸다”고 자랑했지만, 경제는 더 어려워졌고 국가는 더 이상 주민들을 먹여 살릴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지난해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나면서 물가는 100배 이상 치솟았고, 북한 주민들은 “신화폐와 구화폐가 3개월 만에 악수했다”며 경제 문외한인 북한 정권을 야유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식량난을 폭로한 동영상이 한국의 KBS방송에 방영된 적이 있는데, 동영상에 나오는 24살 난 꽃제비 처녀가 토끼풀로 연명하다 얼마 전 굶어죽었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져 세상 사람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토끼풀도 없어 먹지 못하는 꽃제비들이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90년대 중반 대아사의 악몽이 다시 찾아온다는 비명소리도 들립니다.

이렇게 주민들의 삶을 100배나 후퇴시키고도 북한은 “인민생활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이룩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북한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또 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도 “경공업과 농업을 발전시켜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겠다”고 하더니 올해도 “경공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의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겠다”고 번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지켜지지 않을 신년공동사설을 새해 벽두부터 달달 외워야 하는 주민들의 고생입니다.

이렇게 아니면 말고식의 신년공동사설이 이제는 반세기 이상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지켜지지 않는 북한의 신년공동사설. 인민에게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지도자의 오만함, 인민을 아무렇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김정일의 안하무인이 낳은 결과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