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진실과 거짓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오늘 시간에도 지난 시간에 이어 북한이 최근 북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튀지니(뜌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이 이집트(에짚트)로 옮겨 붙은 지 보름이 되는 지금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집트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이자 당 정책위원장인 가말 등 당 지도부 6명이 동반 사퇴했다고 현지 TV가 보도했습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다음 대통령 선거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과 부정부패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아들인다는 조건으로 시위대를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이 같이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사태를 주시해오던 북한이 7일에야 대외 선전용 매체를 통해 자그마한 논평을 하나 내놨습니다.
재일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7일 "근로 인민대중이야말로 력사의 주체이며, 반미 자주화야말로 시대의 기본 흐름임을 또다시 힘있게 반증해주는 대목"이라고 사태를 논평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북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를 "반미 자주화를 위한 인민대중의 력사적 운동"으로 시위의 본질을 흐려놓고 있습니다. 1980년대 한국에서 벌어졌던 광주 민주화 시위를 반미시위로 둔갑시켰던 경우와 비슷합니다.
이번 시위는 집권자들의 부정축재와 권력세습, 경제난 때문에 빚어졌습니다.
그러면 이번 민주화 시위가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튀니지에서 일어난 민주 혁명은 벤 알리 대통령과 그 일가족들의 부정부패와 높은 실업률, 치솟는 물가, 인권과 언론의 자유가 없는 데로부터 비롯됐습니다. 이러한 불만이 결국 20대의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시위가 마치 이 나라 대통령이 미국과 친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사실을 전도했습니다.
이집트 사태에 대해서도 조선신보는 "미국 서유럽의 간교한 책략에 의해 에짚트는 친미, 친유럽, 친 이스라엘 이라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모범적인 나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에 아랍나라 사람들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논평했습니다.
조선신보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친미국가와 친선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북한 중앙 텔레비전은 올해 설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쓰니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보도>
비록 무바라크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버림받는 신세이지만, 북한은 그와 김일성과의 인연을 중시해 연하장을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무바라크는 제4차 중동전쟁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김일성에게 보은하기 위해 소련제 스커트 미사일을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그 스커트 미사일은 북한이 자랑하는 미사일 무기체제의 원종이 됐습니다.
이처럼 무바라크와 끈질긴 인연을 갖고 있는 북한은 한번은 그를 '친미분자'로, 또 한편으로는 '벗'으로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다음 조선신보는 이집트 사태에서 빼놓은 것이 있습니다. 이번 시위에서 문제가 됐던 무바라크 대통령의 권력세습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집트 사태에서 주요 핵심주제는 이번 시위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 가말의 권력세습이 무산된 것입니다.
"이집트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이자 당 정책위원장인 가말 등 당 지도부 6명이 동반 사퇴했다고 현지 TV가 보도했습니다."
무바라크는 집권당인 국민민주당 정책의장에 자기 아들 가말 무바라크를 앉히고 권력을 세습하려고 했습니다. 올해 82살난 무바라크도 언젠가는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줄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장기집권자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권력형 부패인데요, 이번에 드러난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은 무려 미화 7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인과 두 아들 역시 억만 장자. 런던과 뉴욕, LA 등 전 세계 곳곳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인당 국민 소득 2천 달러,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 일가의 재산은 최대 7백억 달러, 78조 원에 이른다고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재자들이 연간 해외로 빼돌리는 돈은 무려 400억 달러. 감추어 둔 재산 총액은 1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김정일의 재산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스위스와 독일 등 해외은행에 예치된 김정일의 비자금도 적어도 4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갈 때 금궤로만 1.5톤을 빼내갔다고 하니, 어쩌면 독재자들은 하나같이 '붕어빵'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튀니지나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민주혁명이 왜 북한에서는 일어나지 않을까요,
사실 앞서 언급된 나라들은 그래도 언론의 자유가 있었습니다. 경찰한테 매를 맞은 20대의 청년이 분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온 나라에 빠르게 퍼질 만큼 자유화됐습니다. 이에 열 받은 국민들이 거리로 달려 나와 정부를 향해 싸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북한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2003년 김책공업대학 학생이 당국의 부당한 처사를 신소하려고 중앙당 청사에 찾아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소장을 뿌리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심지어는 서로 감시하는 체계 때문에 그를 슬퍼해줄 동료도 없었습니다.
또 화폐개혁 때 억울하게 돈을 떼인 상인들이 집단 농성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감옥에 끌려가는 신세가 됐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주간 이집트 시위에서 사망한 사람은 최소한 297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시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휴대전화였습니다. 시위자들끼리 휴대전화로 서로 연락하면서 집결했고, 경찰의 단속도 피했습니다.
평양에도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이 투자한 고려링크가 있습니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이번 이집트 시위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마 손전화가 이집트 사태에 큰 역할을 미쳤다는 사실을 김정일 위원장이 알면 당장 휴대전화 서비스를 차단하라고 하지 않을까요?
= 3대 수령 생일 쇠러 미국에 식량 구걸한다?
최근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세계 식품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간 세계 식료품 가격지수가 3.4% 또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물가가 1월 들어 4%대로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이 있죠?
바로 북한입니다. 지난 1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북한 장마당에서 쌀 가격은 무려 50%나 상승했습니다. 북한과 연락하고 있는 대북 인권단체들이 전한 것을 보면 1월 중순에 쌀 가격이 1kg에 2천100원에서 3천200원으로, 무려 50%나 올랐습니다. 옥수수는 750원에서 900원으로 올랐고, 돼지고기는 3천원에서 5천원으로 급등했습니다.
아무리 북한이 국제 사회와 동떨어진 세계에서 따로 논다고 해도 보름새에 50%나 급등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최근 북한당국은 식량이 모자라 바빠 맞았습니다. 군대들 속에서는 영양 실조자가 계속 늘어나고, 굶어죽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내년도 강성대국을 선포해야 하는 북한당국으로선 식량 확보가 더 큰 문제입니다. 김일성 생일 100돌, 김정일 생일 70돌, 김정은 생일을 맞아 간부들에게 선물도 안겨줘야 합니다.
강성대국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마당에 주민들에게 쌀밥이라도 푸짐히 먹여야 하는 북한 당국으로선 지금부터 식량을 비축해야 합니다.
그래서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미국에 식량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북한 유엔대표부 한성렬 차석대사는 얼마 전, 미국 관리들을 만나 “미국이 만족할 만큼 감시를 받을 테니 식량을 좀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요즘 외화벌이 기관들에도 식량을 수입하라고 지시를 준걸 보면 북한이 내년도 명절 준비를 위해 식량 수입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먹는 문제는 땅을 농민들에게 빌려만 줘도 해결됩니다. 하지만, 땅을 농민들에게 빌려주기 보다는 큰 나라에 빌어먹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북한 당국의 고집이 결국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