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2월 16일을 맞아 북한 언론매체들이 그의 '인민성'을 널리 선전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그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자본주의 음악에 푹 빠진 모습이 공개돼 세계인들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최근 이집트와 리비아, 예멘 등 북아프리카 나라 대통령들이 연이어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권력세습 때문이라고 볼 때 결코 김정철의 왕자병도 북한 인민들의 환영을 받을 일은 못됩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선전매체들이 전하는 김 씨 왕조 일가의 '위대성'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를 언론 내용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2월 16일 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인민을 위해 바친 김정일의 노고를 선전하는 방송 야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 TV>
"여러분! 강성대국 건설의 대진군을 힘차게 다그치고 있는 지금 뜻 깊은 2월의 명절이 밝아왔습니다"
인민방송원 리춘희의 사회로 시작된 방송야회에는 약 100여명의 북한 주민들이 참가했습니다.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받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간부들이 참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기 공장에 왔던 김정일의 모습을 보고 "인민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참된 지도자, 이민위천을 일생일대의 좌우명으로 여기는 인민의 지도자"라는 온갖 수사를 다 동원해 치켜세웠습니다.
올해 처음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받은 남포 유리공장의 지배인은 "어버이 수령님께서 심려하던 유리병 문제가 풀렸다"며 기뻐하던 김정일의 모습을 자랑했습니다.
이어 함흥시 2.8비날론 공장을 찾은 김정일의 모습을 전하는 이 공장 간부는 "인민을 나라의 왕으로, 주인으로 내세워 주는 그이의 노고에 눈시울을 적셨다"고 말했습니다.
작년도 김정일의 현지지도 횟수는 140여 차례에 달했습니다. 빵공장에 가서는 직접 꽈배기를 맛보고, 샘물 공장에 가서는 샘물을 마셔보는 등 김정일은 친서민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민생활을 위해 무엇인가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요즘은 후계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김정은을 띄우기 위해 북한 선전매체들은 만경대 가문, 백두 혈통을 강조합니다. 즉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김일성, 김정일이 인민적이기 때문에 북한 인민들이 그 손자까지 받들어야 한다는 소립니다.
그래서 북한 선전매체들은 셋째 아들 김정은을 선전하느라 모두 동원됐습니다.
이런 마당에 김정일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영국의 최고 가수의 팝음악을 감상하다 들통이 났습니다. 아마 에릭 클랩튼의 공연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정보를 알고 아버지 생일날 선물도 구입할 겸,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보러 해외나들이를 했다가 그만 언론에 들킨 셈이 됐습니다.
싱가포르에 나타난 김정철의 모습은 한마디로 북한이 선전하는 김 씨 왕조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전 세계에 드러내는 결과가 됐습니다.
김정철의 차림새는 북한에서 말하는 '놀새(오렌지족)' 차림이었습니다. 젊은 여성과 팔짱을 낀 김정철은 자본주의 젊은 층들의 유행인 피어싱, 즉 귀에 구멍을 뚫고 귀고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음악의 상징인 영국의 에릭 클랩튼을 열광합니다. 휴대전화도 들고, 카메라를 들고 출연자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습니다. 북한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본주의 문화에 푹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 김정철의 사치함이 어느 정도 길래 사람들이 혀를 찰까요?
김정철은 2월 중순을 전후해 약 열흘 동안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경호원, 수행원 약 20여명을 거느리고 싱가포르에 머물었습니다.
김정철이 앉았던 공연장 좌석표 가격은 미화 350달러(399 싱가포르 달러)입니다. 에릭 클랩튼의 공연이 진행된 '인도어 스타디움' 극장의 VIP 관람석 비용입니다.
아마 일행의 좌석표까지 합하면 공연비용으로 어림잡아 7천 달러나 들었을 것입니다. 그가 묵었던 '팬 퍼시픽' 호텔의 숙박비용도 하룻밤에 600달러가 넘습니다. 일행의 잠자리 가격만 해도 하룻밤에 수천달러를 호가할 것입니다.
김정철은 그 외에도 싱가포르 일대의 고급 백화점을 돌며 고가의 다이아몬드도 구입했습니다.
한 쪽에서는 김정일 생일날, 어린이들에게 돌덩이 같은 사탕 한 봉지도 못주면서 김정철은 비싼 외화를 탕진하면서 자본주의 문화를 탐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김정철이 써대는 달러는 어디서 났을까요?
김정일 일가가 쓰는 외화는 북한 주민들의 땀과 피로 이뤄진 것들입니다. 여러분들이 매해 가져다 바치는 '충성의 외화벌이' 자금- 즉, 사금 1그램, 개가죽, 송이버섯, 조개, 심지어는 미사일까지 팔아 만든 돈입니다.
인민들은 먹지도 쓰지도 않고 바치는 '충성자금'을 김정일 일가는 해외에 저금시키고 온갖 향락과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탕진합니다.
암튼 김정철의 이러한 사치 행각은 결국 김정일의 생일잔치에 재를 뿌리는 결과가 됐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은 항상 입버릇처럼 '이민위천' 사상을 외웠습니다. 하지만, 인민의 고혈을 짜내 부귀영화를 누리는 정체를 숨긴 채 김정일은 인민을 위한다고 현지시찰을 다닙니다. 그 뒤에서 아들들은 북한 당국이 그토록 혐오하는 '자본주의 문화'에 빠져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지요,
최근 북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일어난 민중봉기의 원인은 절대권력, 권력세습, 파국적인 경제난 때문입니다.
이미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던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났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도 국민 저항에 부딪쳤습니다. 리비아의 독재자 모하마르 카다피는 '위대한 9월1일 혁명의 지도자'로 북한에도 잘 알려졌습니다.
카다피 역시 아들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7명의 아들들은 모두 리비아의 정치·경제·군사 등 국가 핵심 분야를 모두 장악하고, 국영 석유회사로부터 막대한 이권을 챙겨왔습니다.
특히 리비아 반정부 시위를 아들들이 총칼로 진압하고 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났듯이 인민을 등진 집권자들의 운명은 달리 될 수 없습니다. 장기 집권에 온 나라를 세습화 하고 족벌정치를 하는 부패한 정권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도 인터넷을 차단하고 휴대전화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민들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독재체제를 계속하는 한 언제나 진실을 가릴 수 없습니다.
자기가 이 세상에 최고이고, 왕인체 하는 왕자병, 누릴 것을 다 누리면서 도 인민을 위한다고 위선을 부리는 김씨 부자의 정체는 시간이 가면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
= 북에선 군대가 굶주리는데, 남쪽에선 비행기로 짐승먹이 뿌려준다?
최근 북한 강원도 일대를 강타한 폭설로 그곳 군대들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굶주린 북한 군인들이 소금을 간식처럼 먹어 소금 중독으로 사망하는 군인이 속출하고 있다고 대북 단파라디오인 자유북한방송이 전했습니다.”
이 방송은 북한군 5군단 경비소대에서 최근 제대했다는 사람을 인용해, 군부대에 소금 냄새가 날 정도로 소금에 중독된 군인들이 많다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5군단이면 강원도 김화군, 세포군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최전연 군부대입니다. 남한과 대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 부대들조차 요즘에는 탈영병이 속출하고, 영양실조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2월 중순 이 지방에는 1m가 넘는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조선의 강원도 일부 지역에 례년에 보기 드문 많은 눈이 내렸다”면서 “11일 금강군에서는 16시부터 21시 사이에만도 1천 200㎜의 눈이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5군단이 주둔한 산고지는 보통 1천 미터가 넘습니다. 자동차길도 없어 군인들이 등짐으로 쌀을 날라다 먹어야 하는 산고지 우에 인민군 부대들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군대들이 평소에도 식량이 모자라 굶주렸는데, 폭설로 자동차 길이 끊어져 지금은 소금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폭설로 고립된 야생동물에게 헬리콥터(헬기)로 먹잇감을 투하하고 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
“동해지방 해양경찰청은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사람은 물론 야생동물도 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립된 야생동물의 먹잇감을 헬기를 이용해 투하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경찰청은 야생동물보호협회의 협조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헬기를 동원해 동해안 산악지대에 보리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3톤 가량의 먹잇감을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목을 중심으로 뿌렸습니다.
북한도 섬마을 아이들에게 김정일의 선물을 날라다 줄 때, 그리고 수해를 당한 주민들을 구원하러 헬리콥터가 날았다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폭설에 갇힌 야생 짐승들을 먹이기 위해 헬기를 띄웠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그처럼 사람 못살 지옥이라고 선전하는 남한에서는 얼마 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