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식량구걸 국가 지도자의 ‘화초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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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세계 가장 최빈국인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라는 나라에까지 식량을 구걸할 만큼 요즘 북한의 상황이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초원을 많이 건설하라고 지시해 할 말을 잃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액의 외화를 들여 외국 공연단을 초청해 구경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 한국 언론들과 북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뇌졸중을 앓는 김정일의 정신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표시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언론에 비쳐진 김정일의 이상 징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 TV>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꽃을 많이 키워 도시를 아름답게 하고, 시내 곳곳에 꽃방들을 차리라고 지시하시였습니다."

조선중앙 TV에는 화초연구소를 시찰한 김정일이 자신의 이름으로 된 김정일화 앞에서 좋아하는 사진을 방영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7일자 2면에도 '혁명일화'라는 제목아래 "시내 곳곳에 표준화된 꽃방들을 더 많이 차려놓으라"는 김정일의 지시가 소개됐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지시는 곧 법이지요, 아마 지금부터 북한 곳곳에서는 농경지를 뒤집어엎고 화초원을 꾸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농경지 침해는 그렇다 치고, 겨울에는 화초 온실을 어떻게 관리할 지 지금부터 궁금합니다.

화초 온실에서 꽃을 피우자면 난방이 문제인데 지금 평양시 난방도 제대로 안돼 주민들이 냉장고 같은 집에서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집에 불을 못 때면서 김정일의 교시를 관철하느라 주민들은 비싼 석탄을 사다가 온실을 덥혀야 할 판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꽃이나 키울 때입니까,

인민들은 당장 배가 고파 죽어가고 있는데, 꽃을 키울 땅이 있으면 강냉이라도 한포기 더 심고, 온실 덥힐 석탄이 있으면 구멍탄이라도 한 개 더 빚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지도자라는 사람은 자기의 이름이 붙은 꽃을 피우라고 주민들을 몰아세우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북한을 이해 못할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는 7일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의 유명 공연단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이와 관련해 한국의 북한 전문뉴스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식량 구걸하는 와중에도 수십만 달러를 들여 러시아 관현악단을 초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북한이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을 초청하기 위해 특별기를 직접 보냈다"면서 이들의 평양체류비용도 북한이 전담하게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돌아갈 때도 북한 특별기를 이용할 것으로 보여 비행기 왕복 기름 값만으로도 미화 10만 달러가 넘을 거라고 이 매체는 추산했습니다.

김정일의 공연사랑 이야기는 더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들이 잘 알 것입니다. 러시아 공연을 관람하는 자리에는 김 부자와 김경희 장성택 부부, 최영림 내각총리, 리영호 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고위간부들이 대부분 참가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 연말부터 세계에 대고 식량을 구걸하고 있는 북한지도부의 모습입니다. 북한은 지금 가능한 외교 역량을 총 동원해 식량 80만 톤 수입을 목적하고 있다고 대북매체는 전했습니다.

미국에 대고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감시를 받겠으니 쌀을 좀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세계 최빈곤 국가인 짐바브웨에 쌀을 구걸하는 형편이라고 한국의 중앙일보가 7일 보도했습니다.

말이 난 김에 짐바브웨에 대해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짐바브웨는 국민 일인당 연간 소득이 200달러밖에 되지 않는 빈곤 국가입니다. 짐바브웨는 한때 인플레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 100조 달러짜리 지폐를 발행했던 엉망 국가입니다. 100조 달러의 화폐 가치는 미화 1달러. 그런데도 돈 액면에 동그라미가 14개나 붙을 만큼 돈 가치가 없었습니다.

이런 나라에조차 손을 내미는 북한이 과연 꽃을 보고 좋아할 때이고, 외국의 공연단을 국비로 초청해 희희낙락 한가하게 볼 때입니까,

식량 구걸에 나선 북한 관리들은 우는 소리를 하면서 연방 손을 내밀지만, 대부분 서방국가들은 작년도 북한의 식량 작황이 나쁘지 않았다며 북한이 우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내년도 김일성 생일 100돌, '강성대국' 잔치 준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행해지는 모든 국가정책들은 이처럼 김부자의 기쁨과 만족을 위해, 그리고 김부자의 생일잔치를 위해 복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지시하는 정책결정자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김정일의 정신이상입니다.

요즘 김정일이 뇌졸중 후유증으로 이상한 행동을 보여 옆에 있는 간부들도 놀란다고 한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세계 폭로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지난 1월 밝힌데 따르면 "김정일이 자신이 내렸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일이 잦아졌고, 결단력도 상당히 약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외교문서를 인용해 위키리크스는 김정일이 지난해 말 중국 북경에서 한 북한 유학생이 이탈하자, 중국에 나가있던 모든 유학생, 학자들을 북한으로 소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무역관료들이 다시 제의서를 올리자, 없었던 일로 흐지부지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일의 오락가락하는 정신이상은 북한 매체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난해 2월 13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재가동된 2.8비날론 연합기업소에서 생산된 비날론을 보고 너무 기뻐 "수령님께 비날론을 가지고 가자"고 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결국 함흥 비날론이 김정일의 야전차에 실려 평양으로 운반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데일리NK는 2009년 12월 함경북도 김책시 성진제강연합기업소를 방문한 김정일이 '주체철에 의한 제강법 공정시설'완성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갑자기 '수령님께 빨리 이 사실을 알리라"고 지시해 주의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김정일이 2009년 10월 자강도 희천체신대학을 방문했을 때도 자신이 2003년에 희천공업대학을 희천체신대학으로 바꾸라고 지시한 것도 모르고, '누가 수령님이 이름 지은 공업대학을 체신대학으로 고쳤느냐'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일이 뇌졸중을 앓은 다음부터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증세를 보여 그를 보좌하는 간부들도 외부로 이 비밀이 새어나갈까 봐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세계 망신살인 식량 구걸 와중에도 공연을 자주 보는 것도 뇌졸중 환자들에게 필수인 정신 안정,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라고 한국의 정신과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월 앞에는 장수가 없나 봅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인간이라 뇌졸중도 맞고, 치매현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인명은 제천이라' 하늘의 부름을 받는 날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귀순의사 밝힌 4명 소식 숨겨

이번에는 화제를 좀 바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주민 송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북한 대외 선전매체들이 31명 주민 송환을 놓고 온갖 대남비난을 다 퍼붓고 있습니다. 북한 대남기구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는 귀순의사를 밝힌 4명 주민의 가족들을 인터뷰한 동영상까지 공개하면서 고도의 심리전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 목소리를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들어본 청취자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노동신문 3월 7일자나 8일자에도 북한 주민 송환에 관한 기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지금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인 우리민족끼리, 조선중앙통신, 조선신보 등 해외에서 운영되거나, 외국을 상대로 하는 매체들에는 이런 내용이 있는데, 정작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이나, 민주조선과 같은 대중 매체들에는 일절 다루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지난 달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표류되어 남쪽으로 떠내려 온 31명 북한 주민 송환을 둘러싸고 벌어진 남북간 갈등인데요,

한국에서 심문받는 과정에 31명 중 4명이 북한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한국정부는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그들의 의사대로 보내지 않고 나머지 27명을 북한에 보내려고 했지만, 북한이 31명 전원을 보내기 전에는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북송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금 한국정부도 난감하게 되었는데요, 4명 주민의 의사대로 하면 한국에서 살게 해야 되고, 북한이 요구한다고 해서 그들을 북송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사실을 북한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귀순하겠다는 4명 주민들이 남한에 남겠다고 한 말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동요할까봐 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탈북 하는데 드는 비용은 미화 수천달러에 달합니다.

김정은 등장이후 탈북자를 막으라는 어명이 떨어져 국경 경비가 강화된 결과, 한 사람이 두만강을 건너는데 한국 돈 6백만 원(미화 5천 달러)이상 든다고 합니다. 여기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탈출하는 데 미화 2천 달러 이상 든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귀순하겠다는 4명 주민들은 미화 1만 달러를 거저 번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한국에 나온 탈북자가 2만 명이 넘는 데, 북한이 아무리 가족들까지 출연시키면서 “남조선은 사람 못살 사회”라고 해도 주민들이 곧이 믿겠습니까,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