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탈북자를 눈엣 가시처럼 여기며 보복을 벼루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그들의 남한생활이 아주 비참하다고 왜곡선전하고 있습니다. 식량난 등으로 탈출하는 주민들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이 그동안 쓰지 않던 탈북자라는 용어를 써가며 비난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그들의 남한생활을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대남선전 매체인 주간지 ‘통일신보’는 5월 1일자 4면에서 ‘배신의 대가’라는 제목을 달고 남한에서 사는 탈북자들이 비참하게 산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신문은 “탈북자들은 일자리 걱정, 자식들의 학비 걱정, 집세걱정 등으로 불안과 우울, 비관에 빠져 한숨 속에 날을 보내고 있다”며 그 일례로 “등록금 1천만 원 시대에 학비가 없어 배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조국에서 무상치료, 무료교육의 혜택을 받으며 인간으로서 자유와 권리를 마음껏 누릴 때에야 언제 이런 생활을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고 반론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매체는 왜 탈북자들이 그 ‘인간중심’의 사회인 북한을 탈출했는지에 대해서는 한줄 설명도 없었습니다.
요즘 들어 탈북자를 직접 겨냥해 비난하는 북한의 모습은 여러 차례 나타났는데, 대표적으로 지난 3월 24일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남한 내 탈북자 단체들을 거명하며 “앞으로 첫째가는 처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협박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탈북자로 가장하고 한국에 입국시켰던 북한군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2명이 남한의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탈북자들을 두려하는 이유는 이들이 북한 내부 소식을 외부에 알리고 북한인권을 위해 여러 조직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남한 내 탈북자들을 협박하는 동시에 북한 내부에서 새롭게 탈출하는 주민들이 늘어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주장과 달리 탈북자들의 남한생활은 어떻습니까, 현재 중국과 제3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는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2만 명에 달합니다. 지금 탈북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오스트랄리아(호주), 벨지크(벨기에) 등 입니다.
탈북자를 위한 정착지원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물론 미국에도 북한인권법이 있지만 이 법은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남한정부의 탈북자 지원정책은 비교적 잘 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 탈북자가 국내에 입국하면 우선 ‘하나원’에서 무료로 숙식하면서 사회정착을 위한 기초 교육을 받습니다.
3개월 과정이 끝나면 전원 퇴소되며, 신변보호 담당관의 안내를 받아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서 살게 됩니다. 그 다음부터 취업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는데 직업훈련은 자기가 원하는 직업 종류에 따라 받게 됩니다. 이때 직업훈련을 받는데 드는 비용도 국가가 부담하고, 훈련을 받느라고 소비한 교통비도 제공합니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나와 받는 가장 큰 혜택은 대학교 등록금 지원제도입니다. 앞서 통일신보가 “탈북자가 ‘등록금 1천만 원 시대’에 배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는 남한 실정을 전혀 모르는 소리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4조(교육지원) 1항에는 “통일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대상자의 나이, 수학능력, 그 밖의 교육여건 등을 고려하여 보호대상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탈북청소년들은 일부 특수대학을 제외하고는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입학하게 됩니다. ‘외국인 특별전형’이란 한국의 대학들에서 외국인들을 위해 특별히 실시하는 프로그램인데, 탈북자들의 교육수준을 감안해 그들을 외국인으로 보고 주는 혜택입니다.
그리고 35세 이하 대학생들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국가가 전액 지원해줍니다. 결국 4년제 대학을 다니는데 탈북 대학생 한 사람은 한국 돈 4천만 원(미화 4만 달러)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소립니다. 이런 엄청난 혜택 때문에 남한의 대학생들은 “왜 탈북자들만 이런 혜택을 주는가”며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남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렇게 공부하는 탈북 대학생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5개 대학교에 61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청소년도 1천478명이나 됩니다.
물론 이렇게 대학을 졸업하면 자체로 취업을 해야 합니다. 북한처럼 대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싫든 좋든 국가에서 배치하는 곳에 가야 하는 것과 달리 남한에서는 자체로 직업을 얻어야 하고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남한에 탈북자가 대량 입국한지 근 10년이 흘렀습니다. 이 동안 탈북 청소년들 가운데는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고 꿈에 그리던 자가용 승용차를 가진 사람도 있고, 자기 집을 마련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탈북자들은 비록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먹고 사는 데는 큰 걱정이 없이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북한처럼 일 년 내내 일해도 옥수수밥도 없어서 못 먹던 그런 생활만큼은 면했다는 소립니다.
지금도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의 숫자가 줄지 않고 느는 것도 모든 것이 억제된 북한 사회보다는 그래도 남한이 사람 살기에는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