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언론의 겉과 속] 말뿐인 출산장려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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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자녀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혜택을 베풀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정책들이 지켜지지 않아 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북한이 체제 우월성으로 꼽는 이유 중 하나가 자녀출산 정책입니다. 예를 들어 세쌍둥이를 낳으면 직승기(헬기)가 하늘로 날고, 평양산원에 산모를 데려다 몸을 풀게 했다는 이야기는 북한 언론매체들에서 종종 보게 되는 문구입니다.

지난 11일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후대들의 출생을 통해 본 두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날 천대와 멸시의 대상으로만 되어오던 우리나라(북한) 여성들이 남자와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그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은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제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인민적인 시책”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조선 여성들은 초보적인 권리, 아이를 낳을 권리마저 유린당한 채 최하층의 굴욕적인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자녀교육 문제, 실직걱정 때문에 여성들이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과 북의 자녀 출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실제로 요즘 남쪽에서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매체가 선전하는 것처럼 여성들의 인권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직장 월급이 더디게 오르고, 사교육비가 높기 때문에 출산을 주저하는 것이지 먹을 게 없거나 여성들이 직장을 잃을까봐 출산하지 않는 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우리민족끼리’가 남한에서 여성들이 결혼하게 되면 회사로부터 “임신하면 직장에서 나가겠다는 계약서를 미리 제출하라”는 강압적인 요구를 받는다고 했는데, 회사가 이렇게 하면 현행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저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각 지방별로 좀 다른데 예를 들어 충청남도 예산군에서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미화3천 달러), 경상남도 마산에서는 700만원(미화 7천 달러) 가량을 줍니다. 얼마 전 충청북도 괴산군에서는 다섯째 아이를 낳은 가정에 1천만 원(미화 약 1만 달러)의 출산장려금이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남한에서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져 그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지, 먹을 걱정이나 입힐 옷이 없어서 애를 적게 낳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에서도 3자녀 이상 있는 여성들에게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산전산후 휴가를 넉넉하게 준다거나, 출산과 관련한 여러 가지 혜택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출산정책은 적어도 80년대 말까지는 유효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식량난과 대아사를 거치면서 이러한 시책들이 점차 사라지고 여성들은 일자리가 없어 대부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1~2살짜리 젖먹이들을 들쳐 업고 장마당에 나와 국수나 두부를 팔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생계가 어려운 가정들은 해체되기도 했는데 그러자 꽃제비가 늘어났습니다. 꽃제비 문제가 심각해지자, 북한에서는 ‘부모 잃은 고아 데려다 키우기 운동’을 벌이고 모범적인 여성들에게 ‘모성영웅’칭호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한쪽에서 고아들이 계속 생기는데도 북한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경에는 3자녀 낳는 가정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파격적인 선포를 했습니다. 집이 없어 어렵게 살던 젊은 부부들에게는 귀맛을 당기는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젊은 부부들 속에서는 아이를 더 낳아 집을 마련하려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2005년 봄 평양의 한 발전소에 다니던 박모(30대 초반)씨가 그런 사람이었는데, 자식 두 명을 데리고 부모와 함께 살던 그는 이참에 아이 하나 더 낳아 집을 장만하려는 꿈이 불타올랐습니다.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에서 세 번째 딸애가 태어난 다음 그는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깨달았습니다. 왜냐면 받을 줄 알았던 주택이 모자라 언제 받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초급당 비서에게 찾아가 집을 주지 않느냐고 요구했지만, 당비서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국의 다자녀 출산정책에는 집을 주라는 조항은 있지만 없는 집을 지어 줄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반년이 지나고 1년이 지나 박 씨에게 차려진 것은 주택이 아니라 농촌 진출이었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집을 안준다고 불평을 부린 것이 나중에는 불평분자, 낙후분자로 찍혀 평양에서 퇴출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이렇게 출산정책을 지키지 못하면서 아이들을 자꾸 낳으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얼마 전 한국의 통계청이 발표한데 따르면 2010년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86명인데 이는 2005년에 1.92명 보다 더 떨어진 수치입니다.

이처럼 출산율이 낮아 북한에서는 인민군대 나갈 아이들이 부족해 야단입니다. 현재 북한에는 120여만 명의 상비무력이 있습니다. 이 군대가 유지되자면 매해 제대되는 사람만큼 입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군에는 제대하는 사람을 대신할 신입병사가 적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여학생들까지 군대에 나가라고 난리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출산 목적도 참 가관입니다. 가끔 북한 텔레비전에 나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을 장군님을 보위하는 총폭탄으로 키우려고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9명의 자녀를 낳아 화제가 됐던 서향월 씨도 ‘선군의 길에서 결사옹위의 총폭탄이 되라’는 의미에서 다섯 아들의 이름을 ‘결철’, ‘사철’, ‘옹범’, ‘위철’, ‘선군’으로 지었고, 네 딸의 이름은 ‘총별’, ‘폭별’, ‘탄별’, ‘혁명’으로 지었습니다.

결국 자식들이 나라를 지키는 게 아니라 수령의 총폭탄이 된다는 소립니다. 그런 수령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를 더 낳아야 한다면 그거야말로 심각한 여성인권 침해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