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김정일 동정’ 보도 사라진 이유

2010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량강도 대홍단감자가공공장을 방문한 모습.
2010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량강도 대홍단감자가공공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북한 언론들도 천안함 사건 발표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를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 기자입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과 북이 서로 열띤 대결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남한은 북한을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보고 대대적인 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뒤이어 외교, 안보, 통일 3대 부서 장관이 대북제재 후속조치들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간 교역 및 왕래가 중단됐고, 한국군은 대북심리전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가로 재지정하는 문제,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를 추가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결의안 발표를 이끌어내는 등 전 방위적인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이에 북한도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면 사격하겠다고 반발했고, 27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과거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취했던 군사적 보장 조치들을 전면 철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남과 북이 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한국 언론들은 천안함 사건의 당사자인 김정일 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행방은 최근 1주일째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중앙방송 등 북한 언론매체들은 지난 16~19일까지 김 위원장이 양강도 지구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보도했고, 20일에는 함북도 지구, 21일엔 함경남도 함흥 지구를 시찰했다는 보도를 내놓은 이후로 그의 동정(動靜)이 끊어졌습니다.

이번에도 북한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위치파악에 혼선을 일으키기 위해 그가 있는 곳을 뒤바꾸어 보도하는가 하면 해당 방문대상에 대한 시찰이 끝난 지 2~3일 후에야 보도하는 등 은폐보도를 일삼고 있습니다.

실제 양강도 지역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에서 천안함 사건조사를 발표한 이후부터 줄곧 삼지연 지구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지연에는 김일성 때부터 사용되어온 ‘삼지연 초대소’, 즉 김정일 가족들이 이용하는 별장이 있습니다. 양강도 지방 출신 탈북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 삼지연 초대소에는 지하에 5층으로 된 건물이 있고, 북쪽으로는 중국으로 통하는 비밀 지하통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친동생인 김경희와 그의 남편인 장성택 등 가족들까지 대동하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한국 언론들은 천안함 사건으로 정세가 불리해지자, 김 위원장이 중국과 가까운 곳으로 간 이유에 대해 의혹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양강도 일대에 나오면서 ‘1호 행사’를 한다고 주민들을 동원해 물청소를 시키고 장마당에 나오지 못하게 하자, 주민들 속에서는 “장군님(김정일)이 미국의 공습을 피해 중국으로 도주하기 위해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즉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전면전쟁을 포함한 군사적 공격위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도주하기 쉬운 국경으로 나오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만도 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천안함 사건과 때를 같이해 미국의 위력한 첨단 전투기인 F-22 편대 일부가 28일 미국 본토에서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했습니다.

시속 2천2백km인 이 폭격기가 오키나와에서 뜨면 30분 이내에 북한 상공에 도달하며 어떤 작전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폭격기는 약 5천kg의 폭탄과 미사일 8기를 실을 수 있는데, 작전 반경은 3천km입니다. 공중에서 원유를 한 번도 넣지 않고 괌도에서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있습니다.

지난 2006년에 미공군이 이 비행기의 능력을 모의 시험한 결과 이 한대와 F-15, 16, 18기 144대와 제공권을 다퉜는데, 다른 비행기 140대가 떨어질 때까지 F-22는 단 한대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F-22는 대당 구매·유지 예산이 약 3억6천만 달러로 최신예 전투기로 꼽힙니다. 이 전투기에 ‘벙커버스터’라고 하는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할 경우, 그 위력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벙커버스터는 폭탄의 일종으로 지하에 숨어있는 적군의 벙커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이 벙커버스터의 위력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의 대통령 궁전 방공호와 지하 군사령부를 타격하면서 발휘됐습니다.

길이가 5.7m, 무게가 2천260㎏인 이 레이저 유도폭탄은 폭탄 앞에 드릴이 장착되어 있어 이 드릴로 땅을 파고 들어가 일정 시간이 지나서 폭파되는데, 일반 땅의 경우 최대 30m, 콘크리트의 경우에는 6m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폭탄에는 레이저 송수신 장치가 되어 있는데, 먼저 공격목표에 레이저 광선을 비추고 그 목표에 닿아서 반사되어 온 레이저 반사파를 폭탄속의 수신 장치가 포착해서 목표를 스스로 찾아가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폭탄이 목표물 근처에서 터질 경우, 그 대지의 진동으로 방공호 벽이 무너지고 내부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 벙커버스터를 맞은 이라크 대통령 방공호의 사진과 영화를 보고 겁에 질려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한국 언론들은 “김정일은 당분간 매우 ‘불편한 밤’을 지내야 될 것 같다”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현실은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난공불락의 천연요새’라며 구축해온 자신의 지하벙커와 지하 갱도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것이 김 위원장이 중국과 가까운 국경으로 이동하게 됐다는 추측을 낳게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