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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최근 남한의 인터넷상에는 북한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 조작설’, ‘전쟁 위협설’ 등 무수한 괴담이 떠돌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이런 글들이 마치 남한 국민들이 쓴 것처럼 버젓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최근 북한 노동신문, 우리민족끼리, 통일신보 등 매체들이 남한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는 괴담들을 묶어 ‘남조선 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남기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남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쓴 글이라고 하면서 ‘천안함 사건이 조작되었다’느니,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느니, ‘북한을 압박하면 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등의 내용들을 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인터넷 사용자가 쓴 글이라고 하면서 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어뢰추진부에 씌어진 ‘1번’이 가짜라느니, 근 50일 동안 바닷물에 있었지만 ‘1번’이라는 글씨가 풀리지 않고 어떻게 그대로 남아 있겠는가며 남한이 발표한 천안함 사건은 조작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과 비슷한 글들은 남한의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이런 주장들이 남한 인터넷 사용자들에 의해 씌어진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관찰해보면 대부분 북한 대남기관이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대남 해킹전문 요원들이 중국이나 제3국에서 남한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해 괴담들을 쓰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했습니다. 정보당국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천안함 조사와 관련된 비난 글의 진원지를 추적해본 결과 글이 올려진 위치는 중국 북경과 심양 등지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국방위원회 산하 대남공작 부서의 해킹 전문 요원들은 북경이나 심양 등 도시에 정체불명의 사무실들을 꾸리고 한국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글을 남기고, 거기에 댓글, 즉 답글을 달고 있습니다. 이 대남요원들은 한국 국민들이 쓴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글의 표현방식도 남한식으로 흉내지만, 어딘가 어설픈 측면이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남한의 젊은이들이 잘 쓰지 않는 ‘개수작’, ‘작태’라는 말들을 쓰고, 이명박 대통령을 ‘리명박 각하’라고 쓰는 등 70~80년대 남한에서 유행했던 호칭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글들이 한국 인터넷에 무수하게 실렸는데, 예를 들어 ‘전쟁을 막으려면 한나라당을 찍지 말아야 한다’는 선동이었습니다. 글을 쓴 대상들은 남한의 대학생이나, 주부, 노인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했고 닉네임(인터넷 사용자 별명)도 우 아무개, 강 아무개 하는 식으로 위장했습니다. 이렇게 남한 국민처럼 가장하고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북한 요원만 해도 약 500~600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최소한 165만 명에 달하는 남측 인사의 개인 신상정보를 빼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개인 신상정보를 이용해 남한의 청와대, 국방부 등 주요 국가기관들에 마음대로 접속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기관 인터넷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도 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대남기관에서 근무했던 장진성 시인은 북한이 2001년~2002년 사이에 통일전선부 산하에 인터넷을 통해 대남심리전을 전문으로 하는 팀을 꾸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심리전 요원들의 주요 목표는 인터넷을 통해 ‘주사파’와 ‘한총련’과 같은 친북 동조세력을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주요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 등에 한국 사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글을 게시하고, 그 글에 댓글을 달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대남기관이 이처럼 한국 인터넷에 몰래 들어와 글을 쓰는 이유는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6.2지방 선거 기간 남한 인터넷상에 천안함 조사 ‘날조설’과 ‘전쟁 위협설’이 어느 때보다 무수히 떠돈 것도 북한이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남한 젊은 층들을 공략하기 위해 총동원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심리전 요원들은 남한 젊은이들이 믿을 수 있도록 글을 쓸 때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를 곧잘 흉내 내고 있으며 이렇게 쓴 글들을 ‘남조선 소식’이라고 제목을 달아 북한 언론매체에도 소개합니다.
그러면 북한은 자기네가 쓴 글을 왜 ‘남조선 소식’이라고 언론 매체에 선전할까요?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번 천안함 사건을 실례로 들겠습니다. 현재 북한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안팎으로 불리해졌습니다. 남한의 민군 합동조사단과 국제 전문가들로 꾸려진 천안함 조사단이 어뢰 잔해의 물증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 북한이라는 것을 밝혀내자,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이렇게 고립된 북한이 ‘한국에도 천안함 사건이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위해 교묘하게 자신들이 쓴 글을 남한 사람이 쓴 것처럼 둔갑시켜 소개하는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 주민들도 우려하는 사건입니다. 왜냐면 북한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천안함과 같은 대형 사고를 내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면 큰 어려움을 당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후 북한에서 ‘천안함이 우리(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된 것 같다”는 소문이 돌자, 일부 북한 경제 일꾼들과 지식인들은 “만약 우리가 한 거라면 앞으로 생활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북한 내부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21세기 인류가 창조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인터넷을 남한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체제 유지를 위한 목적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얻어 경제를 발전시켜 오늘날 세계 경제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인터넷을 개방하면 체제가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북한은 정보기관을 해외까지 파견해 불순한 목적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RFA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