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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북한 언론매체들이 6.25전쟁 관련 기획물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사는 미국이 북한에 끼친 피해액이 모두 65조 달러에 달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조선중앙방송 녹취>
동족상잔의 골 깊은 상처를 낸 6.25전쟁.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다가왔습니다. 이날을 맞아 북한 언론매체들은 6.25전쟁 관련 기획물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24일자는 “6.25전쟁은 미제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준비 하에 감행된 침략전쟁”이었다고 주장했고, 조선통신사는 ‘미국이 공화국북반부에 끼친 피해 조사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근거해 지금까지 북한이 입은 피해액이 미화 64조9천598억5천4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사는 3년 전쟁기간 북한지역에서 민간인 123만 1천540명이 사망되고, 납치자와 행방불명자까지 포함하면 5백여만 명이 넘는다면서 이 사람들이 생존하여 더 일할 수 있을 기간과 더 벌었을 소득, 보상받지 못한 기간의 이자와 그동안 달러 변동환율까지 고려하여 이 같은 숫자를 산출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숫자에는 또한 6.25전쟁 이후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입은 각종 피해액도 포함되었다고 이 통신은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선중앙통신사가 주장한 내용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60년 전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남한이 북한을 공격한 게 아니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의에 내려온 무력침공이었습니다.
소련과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일성의 명령을 받은 북한 인민군 7개 보병사단과 1개 기갑사단 등 10만여 명의 병력이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38선을 넘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6.25전쟁에 참가했던 노병들의 말에서도 드러났는데, 당시 휴전선 지역을 지켰던 북한 인민경비대 38경비여단의 한 전쟁 노병은 새벽 5시쯤 되어 갑자기 시뻘건 신호탄이 오르고 앞으로 진격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영문도 모르고 38선을 공격해 내려왔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전쟁 3년 동안 남과 북은 모두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75만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납치, 행방불명되었고 국군 13만 7천명, 유엔군 4만여 명이 전사했고, 4만여 명이 포로가 되거나 실종됐습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사가 밝힌데 따르면 북한은 민간인 124만여 명이 사망했고, 행방불명자 39만여 명을 비롯해 인적 손실만 해도 약 5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소련과 중국을 등에 업은 김일성의 모험으로 남북 양쪽은 숱한 인명피해를 냈을 뿐 아니라 도시란 도시는 죄다 폭격되어 일제식민지로부터 넘겨받았던 산업시설은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이처럼 민족의 대재앙을 몰아온 전쟁의 장본인이 미국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6.25전쟁의 내막은 외부에서부터 서서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6.25전쟁은 사실상 남북끼리 서로 싸운 전쟁이 아니라 소련과 중국, 북한을 한편으로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남한과 미국 등 16개국 유엔군이 싸운 국제 전쟁이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도발했다는 증거는 북한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소련에서부터 먼저 나왔습니다. 90년대 초 구소련이 붕괴된 후 공개된 소련 외교문서에는 소련의 최고지도자 스탈린과 김일성이 1949년에 나눈 대화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남침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의 가장 가까운 혈맹이자, 지난 한국 전쟁 때 100만 여명에 달하는 군대를 파견했던 중국에서도 ‘6.25는 남침전쟁’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24일 보도한 ‘한국전쟁 대사기(大事記)’에서 남침을 의미하는 내용을 보도했다가 삭제되는가 하면 이보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선즈화(沈志華) 화동대 사범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전쟁은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승인하면서 초래됐으나 스탈린은 전쟁발발 책임을 마오쩌둥(毛澤東)에게 슬그머니 떠넘겼다”며 남침설을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중국 각지에서 고조되고 있는 6.25전쟁 재평가는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은 교과서에서 6.25 전쟁을 철저히 ‘미국의 조선 침략전쟁’으로 규정해 왔지만 중국학계에서 6.25를 재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사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로써 북한이 주장하는 북침 논리는 설득력이 없으며, 북한이 주장하는 피해규모 또한 자신들이 자초한 자멸행위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음은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로 인한 피해액입니다. 북한은 핵문제와 테러지원국 지정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당했다며 그 피해액은 13조 7299억 6천4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또한 북한 자신이 대북제재를 초래한 것으로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어기고 핵무기를 제조했고, 1987년 서울 올림픽을 파탄시키기 위해 대한 항공기 ‘KAL858’기를 폭파하면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미얀마 랑군 폭발사건, 강릉 잠수함 사건, 그리고 이번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 등 크고 작은 테러행위들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도발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를 받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현재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미국 때문에 생겼다고 하지만 이것 또한 민생파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쟁을 같이 겪은 남한은 정전 직후 1인당 국민총생산(GNP) 67달러에서 2008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약 2만 달러로 거의 288배나 성장했습니다. 그 대신 북한주민의 국민소득은 1천 달러 수준으로 한국에 비해 20배나 적습니다.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가시고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산업화를 하는 동안 북한은 국방공업에 모든 돈을 쏟아 부으면서 다시 한 번 남침할 꿈만 키웠고 수령우상화 작업에 돈을 물 쓰듯 썼습니다.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도 아직까지 동족대결의 꿈을 버리지 않고 남침할 기회만을 노리는 북한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초래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