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북 “전단 속 달러 잿가루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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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단체들이 북한에 보내는 삐라에 미국달러를 섞어 보내자, 북한 언론매체들이 “미국 달러가 소각당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자극해서라도 대북전단활동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최근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탈북자 단체들이 북한에 보내는 대북 전단지 속에는 미국 달러가 들어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언론매체들은 미국달러가 북한에 들어가 소각당하는 등 버림받고 있다고 조소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북한의 무소속 대변지로 발행되는 주간지 ‘통일신보’ 26일자는 “미국의 끄나풀들이 들여보내는 삐라나 미국 딸라(달러의 북한 표현)는 다 바다에 떨어지고 그나마 지상에 떨어지는 것도 모두 수거되어 불에 타 잿가루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반공화국 삐라살포행위를 뒤에서 음으로 양으로 후원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며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딸라들이 버림받고 있는 것을 대양건너 미국이 알고 있는가”고 조소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달러가 어떻게 되어 삐라와 함께 들어가게 되고, 왜 북한이 그토록 삐라살포를 두려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남한에서는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된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북한에 알리기 위한 활동이 탈북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가 한방 먹였다”며 자축분위기를 띄웠던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남조선당국의 모략선전”이라고 뒤집기 때문입니다.

대북전단 활동을 벌이는 단체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 가족모임’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지난 5월20일 천안함이 침몰한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 삐라 20만장을 북한에 띄워 보냈습니다.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지난 2월 16일과 고 김일성 생일 4월 15일에도 삐라를 날렸는데 이때마다 삐라에 미국달러를 섞어 보내고 있습니다. 달러를 함께 보내는 이유는 삐라를 받아보는 북한 주민들이 그 돈으로 쌀이라도 사서 먹을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박상학 대표는 말합니다.

“우리 전단지 보내는 것보다 돈 넣어서 보내면 아주 좋아하지요, 전단지 받아 좋고, 그것이면 한 달 월급인데, 그걸 가지고 장마당에 나가 쌀을 사서 따뜻한 밥을 해먹으면 굶어죽는 북한 주민들에게 배고플 때 밥 한술이라도 주는 게 그게 최고의 은덕이지요.”

이들이 보내는 달러도 미국이 주는 게 아니라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분노한 남한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주는 후원금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들어가는 삐라가 개성시와 황해남북도, 멀리는 평양까지 들어가 떨어지면서 북한 당국을 당혹케 하고 있습니다. 특히 황해남도 4군단 주둔지역에 까지 삐라가 떨어져 군 당국은 군인들을 동원해 삐라줍기를 시키고 있습니다.

“바닷가 쪽으로 많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장연이든가, 용연에 떨어지는 삐라 때문에 완전히 난리가 났대요. 거기는 군대들도 아침에 기상해서는 새벽에 아침운동으로 그걸 줍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삐라줍기에 동원된 군인들이 그 삐라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삐라 내용에 자기들이 가장 궁금해 하던 최고지도자의 사생활이 적혀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삐라에 독약이 묻었으니 줍지 말고 신고하라고 해도 주민들은 삐라 속에 있는 미국 달러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삐라 속에 있는 미국 달러는 주민들의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달러를 난생 처음 보기도 하거니와 그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미화 1달러는 600원이니 장마당에서 쌀 1kg을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삐라가 주민들 속에 들어가자, 북한 보안당국은 1달러짜리 지폐 소유자를 색출하기 시작했습니다. 1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은 분명 삐라를 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북한 언론매체가 미국달러가 소각된다고 보도한 것도 미국을 자극해서라도 대북전단활동을 막아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탈북자 단체들도 이번에는 새로 찍은 북한 돈을 삐라에 섞어 보내겠다고 말합니다.

“국가보위부에서 1달러짜리 소지자들을 다 잡아들이고 걷으라고 했으니까, 그 전단지 보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자고 했는데, 감옥에 보내자고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도와주자고 했는데 그분들 잘못하면 감옥에 보내게 되었거둔요”

박상학 씨는 북한이 대북전단을 막으면 막을수록 그에 맞서 더 과감한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사건의 진실을 막으려는 북한당국과 탈북자 단체와의 공방은 천안함 진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날까지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