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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 횟수가 예년에 비해 많았지만, 오히려 인민생활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에 정영 기자입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올해 상반기 77회로 작년과 비슷한 것으로 남한의 통일부 조사결과 나타났습니다. 특히 화폐개혁이 실패로 드러난 올해 연초부터는 군부대 보다 경제 분야에 더 많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는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56회로 가장 많이 동행했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45차례나 동행하는 등 김 위원장이 ‘친인척에게 기대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한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경제부문에 대한 시찰을 늘린 이유가 화폐개혁 이후 혼란해진 민심을 달래보기 위한 행보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렇게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북한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먹을 것이 없어 풀죽을 끓여먹는 사람은 그래도 생활이 괜찮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 새알만하게 자란 감자를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어느 한밤중에는 감자밭 하나가 통째로 습격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 지도부가 경제 발전에 관심이 높은데, 왜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나라의 경제발전은 지도자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얼마 전 김 위원장은 북한군 제534군부대 식료공장에서 생산한 장아찌를 돌아봐 화제가 됐습니다. 사진 속 김 위원장은 포장된 장아찌를 보고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장아찌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이 공장은 군인들이 먹을 식료품을 생산하고 다루는 만큼 제품의 질을 부단히 높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장아찌라고 하면 북한에서 ‘짠지’라고 하는 무우나 오이, 마늘 같은 것을 소금에 절군 것을 말합니다. 북한 군인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곤 하는 염장무가 그 장아찌의 일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염장무는 군인들 속에서 영양실조를 촉진하는 대명사로 통합니다. 이런 염장무를 만드는 데까지 지도자가 일일이 신경을 쓰는 섬세함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과연 이런 것까지 돌볼 시간적 여유가 있겠는가 하는 한가함도 엿보입니다.
지금 세계는 21세기 정보화시대로, 정보와 지식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입니다. 생명공학, 정보공학 등 굴지의 첨단기술이 개발되면서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에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장아찌 공정에 대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원산군민발전소도 방문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발전소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물론 수력발전소는 일제시기에 우리나라 동력의 대부분을 담당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수력발전소들은 저수량이 부족하고 가동률이 떨어져 원자력 발전소들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남한에는 약 20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데 전체 발전용량은 1천171만 6천kw에 달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전기량은 2008년에 1천509억KWh로 국내 총 전기생산량의 35.7%를 차지합니다.
북한이 1980년 당 제6차 대회에서 목표로 내걸었던 1천억kwh보다 훨씬 많은 전기가 원자력에서 생산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전기가 남아 밤에도 가로등을 환하게 켜고 일 년 가도 정전을 모릅니다. 북한처럼 군대들이 전기검열을 다니며 전기절약 하라고 귀찮게 구는 곳도 없습니다.
한국은 이미 원자력발전소 기술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2009년 말에 이명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그 나라 대통령과 만나 40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이때 합의한 원전 수출 규모는 560만kw로, 140만kw짜리 한국형 원자력발전기 4기를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이 공사를 해주고 공사비로 200억 달러, 건설 이후 60년 동안 운영해주는 비용으로 200억 달러를 받아 모두 400억 달러(한화 47조원대)를 벌어들입니다. 아마 한국사상 최대의 해외수출 규모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6위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떻습니까, 핵개발을 하느라고 한국과 미국 등 나라들이 건설해주던 원자력 발전소도 모두 폐기해버렸습니다. 수력발전소 건설도 기계장비도 거의 없이 어린 군인들이 순수 등짐으로 짓습니다. 이렇게 나라의 곳곳에 수력발전소를 짓기는 많이 짓는데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최근 이상기후 현상으로 비가 적게 내리고, 또 북한의 경우에는 땔감부족과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나무를 찍어 해마다 산림면적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산에 나무가 적어지면 물을 저축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저수량이 계속 줄어드는데도 북한은 수력발전소 건설에 아직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나라의 지도자가 수력발전소를 지으라고 지시하니 인민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발전소를 건설해야 합니다.
이렇게 북한의 지도자는 장아찌 공장이나 둘러보고, 수력발전소나 지으라고 할 때 남한의 지도자는 외국에 나가 경제적 가치가 큰 기술을 팔아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이것이 세계경제 10위권의 부흥을 이룬 남한과 아직까지 강냉이밥도 없어 못 먹는 북한의 차이입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