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당대표자회 소집 ‘군부장악’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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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최근 들어 북한 언론매체들이 44년 만에 소집되는 노동당 대표자회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군에 대한 당의 지도와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북한 TV 아나운서 녹음>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대표자회를 (주체99)2010년 9월 상순에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

북한은 이번 당대표자회 소집 목적이 당지도기관 재정비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과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당내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대표자회 소집목적을 최고지도기관 선거라고 밝힌 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의 3남 김정은이 노동당 요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계자로 내정된다면 그 후계자는 당 지도기관의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당 비서국의 조직담당 비서직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당대표자회에서 누가 선거되든 상관없습니다. 당대표자회에서 무엇이 토론되겠는 지도 관심 밖이겠지만, 북한 상류층, 특히 노동당 간부들이나 군부 간부들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면 간부들이 살아가자면 세대가 바뀔 때, 특히 후계자 체제로 넘어갈 때 줄을 잘 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줄을 잘 못 섰다가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다음에 김정일이 당-군-내각 내부의 권력기반 정돈과 강화를 목적으로 벌인 ‘심화조’ 사건으로 문성술 노동당 중앙위 본부당 책임비서와 서윤석 노동당 정치국 위원처럼 숙청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에게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위해 측근들을 내세울 것입니다. 우선 김정일 체제 출범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던 정치국 위원들과 정치국 상무위원 등 당 지도급 인사들의 자리를 젊은 후계자의 측근들로 채우고 군을 장악하기 위한 당 지도기관들을 재정비할 것입니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사상’에 집착하면서 군을 강화한 결과 권력의 추가 군부 쪽으로 많이 기울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체제유지를 위해 김 위원장은 군에 의존하면서 국방위원회를 강화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김 위원장은 1996년 함경북도에서 있었던 ‘6군단 사건’ 계기로 군에 대한 의존심이 강해졌고, 줄곧 군부대만 시찰하면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당중앙위원회와 같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로부터 소홀히 된 노동당은 권력의 기능과 역할 면에서 군에 비해 많이 처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더욱이 군부의 힘이 강해질 경우,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과정에서도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얼마 전 북한에서 당대표자회가 소집된 배경에 대해 “김정일이 지금처럼 군부의 위상이 높아지면 김정은에게 반기를 들 수 있기 때문에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황 전 비서는 “그래서 김정일이 당정치국을 통해 군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간파하고 서둘러 당대표자회를 소집한 것”이라면서 당을 정비하면 국방위원회는 과거와 같은 형식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때문에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누가 지도급 인사에 내정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편 북한 언론매체들이 이번 대표자회가 강성대국을 위한 회의라고 경제성과를 촉구했습니다.

<북한 TV 선전보도 녹취>

“우리는 9월 상순에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에 소집되는 당대표자회는 당의 영도 밑에.... ”

하지만, 이번 회의는 경제발전을 위한 회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이 하는 선동을 보면 모두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이번 당대표자회도 ‘강성대국’을 위한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현실을 보면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쌀값만 해도 7월에 들어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1kg에 700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햇곡식이 한창 나오는 지금 쌀값이 오르기 시작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현재 공장 노동자의 월급은 북한 돈 2천원, 한 달 월급으로 쌀 3kg밖에 사지 못한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입는 문제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16년 만에 비날론 공장을 재가동시키고 ‘주체섬유’인 비날론을 다시 생산한다고 하지만, 요즘 주민들 속에는 그걸로 옷을 지어 입을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백화점이나 장마당에는 전부 중국산 의류가 나와 웬만한 주민들은 비날론 옷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북한은 작년 말에 계획경제를 복원시키겠다고 화폐개혁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돈을 잃은 주민들 속에서는 체제에 대한 불만이 가득차고 일반 노동자들은 굶어죽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북한은 지금 당장 이런 사람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어질 후계체제의 안정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고전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군왕은 배요/백성은 물이라/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엎을 수도 있다” 즉 왕이 백성의 뜻을 거역하면 난파될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도 이 시점에서 3대세 습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굶주리는 주민들을 구제해야 함을 깨우치는 구절이라 하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