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한상렬 방북 선전’ 역효과 날 것

MC: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최근 북한 언론매체들이 남한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평양에 간 한상렬 목사를 체제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그러한 선전은 오히려 남한 사회가 자유롭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요즘 북한 언론매체들이 무단 방북한 한상렬 목사(60)를 체제선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지난 6월 12일 한 목사가 평양 공항에 내릴 때부터 “남조선의 통일인사 한상렬 목사가 평양에 도착했다”면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6차례에 거쳐 그의 행적을 보도했습니다.

그때부터 한 목사의 북한을 대변하는 ‘꼭두각시’ 놀음은 북한 언론의 초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목사는 지난달 2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15를 파탄내고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켜 온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자들의 살인 원흉”이라고 성토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심지어 중립국인 스웨덴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합동조사단이 내놓은 천안함 조사결과를 스스로 부정하고, 천안함을 폭파시킨 진짜 원흉을 찾아가 ‘천안함 폭침’을 해명하는 무지를 보였습니다.

그는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폭발되었다면 함선에 무수히 박혀 있어야 할 어뢰 파편을 찾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지금까지 천안함 폭침설을 부정했던 북한과 친북세력들의 ‘어거지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습니다.

한 목사의 행동은 그가 몸담고 있는 한국 기독교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그의 최소한의 종교적 양심을 믿었던 한국 기독교인들은 그를 가리켜 ‘배교와 영적 간음을 한 자’라고 지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평양에 있는 칠골 교회에 가서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는 대신 기독교를 탄압하는 북한 체제의 위선에 아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독교계는 “그가 기독교를 철저하게 말살하는 집단에 붙은 것 자체가 신앙에 대한 배신이고, 영적인 간음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에 무슨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까, 한상렬 목사가 진정한 목회자라면, 북한의 진짜 기독교인들을 만나기 위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비밀지하교인들을 찾아갔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보여주기 식’으로 번듯하게 꾸려놓은 ‘가짜 성전’에 가서 예배를 했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북녘 현실을 하나님의 뜻에 비춰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써왔다”고 하면서도 진짜 신음하고 억압받는 북한의 죽어가는 영혼들은 외면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북한의 주체사상을 칭송하면서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비결에 대해 “첫째는 지도자와 당과 민중이 일체가 된 일심단결 때문이고, 둘째는 자력갱생 때문이고, 셋째는 혁명적 낙관주의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쯤 하면 그는 목회자가 아니라 이념가이고 선동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왜 한상렬 목사를 이처럼 공개하면서 선전할까요? 사실 한 목사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2004년 4월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초청으로 방북한 바 있고, 2005년 3월에도 금강산을 통해 북한을 찾은 바 있습니다.

환영받았으면 그때 받았어야 할 그가 지금에 와서 북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해줄 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국제적으로 고립되었고, 남한 국민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천안함을 폭파하지 않았다고 해도 누구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한 목사의 입을 빌어 천안함을 해명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사회가 자유롭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남한 사회가 한 목사처럼 자기가 할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자유가 보장된 사회라는 것. 그리고 처벌이 가혹하지 않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아직도 1989년 임수경 씨의 방북 사건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시 임수경 씨는 동서냉전을 전후해 얼어붙었던 남북의 장벽을 녹인 선각자였습니다.

그때는 북한을 무단 방문하는 남한 사람들이 없던 시기여서 임수경 씨의 평양 방문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임수경 씨가 판문점을 넘어서는 순간, 총탄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끔찍한 상상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임수경 씨는 분단선을 넘어 유유히 남쪽으로 내려갔고, 훗날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북한 같으면 즉결 처형에 처해지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일생동안 나오지 못했을 임수경 씨의 방북 사건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남한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북한 언론매체들이 한 목사를 체제선전에 이용하고 다시 판문점을 통해 내려 보내려고 하지만 북한사람들은 남한이 여전히 자유로운 사회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될 것입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