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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 겉과 속 시간입니다. 최근 북한 언론매체들이 북한의 경제가 어려운 이유가 미국과 남한이 ‘천안함’ 사건을 조작하고 경제 제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어려운 원인은 지도자의 정책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최근 북한 언론매체들이 미국과 남한 등 일부 나라들이 경제제재를 하기 때문에 북한 경제가 어렵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29일자는 “전화위복의 외교술 ‘천안’호 사건 이후 조선반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은 각국의 대조선 투자를 가로막음으로써 경제건설에 집중하여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조선의 노력을 방해하여왔다”면서 “오바마 정권이 ‘천안’호 사건을 핑계로 조선에 ‘추가금융제재’를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때문에 경제가 어렵게 되었다는 발언은 외국에 나온 북한 고위관리들의 입에서도 나왔습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지난 23일 베트남(윁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해 “천안함 사건 때문에 북한 경제가 악화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 몇 달 동안 전쟁직전의 폭발적인 조선반도 정세가 공화국(북한)의 안정과 인민에게 피해를 줬고, 경제에 극심한 손해를 가져왔다”고 밝히고 “국제적 투자와 관광업 확장, 경제개발 확대 등 중대한 정책을 내려야 지금이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정세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유럽본부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세계국회의장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남한정부가 저들의 함선이 침몰된 것을 우리(북한)와 연계시켜 한반도에 전쟁의 불 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은 최근 천안함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들어가고, 여러 달째 북한 주민들을 전쟁연습에 동원시키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주민들과 한 약속이 물 건너갈 것 같아 모든 책임을 미국에 전가시키는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현재 북한경제가 악화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천안함 때문에 북한이 경제제재를 받는다고 하는데, 천안함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북한관리들도 외국에 나가 아무리 항변해도 사실 그 간부들도 사건의 진상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왜냐면 북한은 수령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국가의 모든 정책결정을 지도자 한 사람이 합니다. 남한처럼 주요 정책사안을 국회에 통과시키고 외교, 안보, 통일부 장관이 모여 토론해 최종 결정하는 체제가 아니라, 수령이 일단 결정하면 끝나는 체제입니다.
또한 지도자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부서에 알리는 법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도자가 군대를 시켜 남한 함선을 침몰시켰다고 해도 외무성이 알 수 없고, 최고인민회의도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외부에 대고 “절대로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우겨야 할 임무밖에 없습니다.
결국 함선을 폭파한 군대나 지도자밖에 모른다는 소립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천안함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박의춘 외무상의 말대로 북한으로서는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도자의 충동적인 결정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는 소립니다.
북한에서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안보불안과 경제제재 후과는 실로 큽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외화벌이 기관들은 남쪽에 팔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수산물을 중국에 헐값으로 넘기고, 전쟁 위험지수가 높아 투자자들도 대북 투자를 꺼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1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만든 대풍국제투자그룹도 이름만 있고 사무실이나 직원도 없는 ‘페이퍼 컴퍼니’, 즉 서류상에만 있고 유령회사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북한은 더 큰 경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대북 금융제재는 3단계로 진행되는데, 우선 1단계로 제재대상을 지정하고, 2단계는 북한과 거래해온 제3국의 은행이나 기관들에 이들 명단을 통보해 거래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3단계는 만약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막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에 현재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도 동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왜냐면 국제금융거래를 하자면 반드시 미국을 거쳐야 하는 데, 만약 미국 은행들이 중국은행과 거래를 끊으면 중국으로선 큰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가 악화된 원인은 지도자의 잘못된 정책결정 탓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단행된 화폐개혁이 그 원인입니다. 주민들을 장사를 해서 살게 가만 두었으면 사회적 혼란이라도 없었겠지만, 시장원리도 모르고 섣불리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가 오히려 체제 불만세력만 키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판단이 정확하고 결심이 단호하고 타격이 무자비한 지도자”라고 외국에서 평가한다고 선전해왔습니다. 그러나 2년 전 뇌졸중을 앓은 다음부터는 기억력이 상실되고 현실과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 등 치매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경희극 ‘산울림’을 한번 보고 또 보았다거나, 개보수한 지 7년밖에 안된 멀쩡한 국립연극극장을 허물고 다시 짓게 지시했다는 이야기, 또 양강도 감자농장에 가서는 “감자만 먹어서 되겠느냐. 쌀밥도 먹어야지”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현지방문에서는 “경제가 나쁘다고 하는데 이제 곧 외자가 들어오니 좋아질 것이다. 외자유치를 100억 달러 하겠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자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최근 북한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이나, 화폐개혁과 같이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치매와 관련된 오판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