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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남한의 금강산 관광 사업 주체와 아무런 토의도 없이 중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금강산을 구경시킨 데 대해 남한 정부가 유감을 표시하자, 북한 언론매체들은 ‘속이 삐뚤어진 대결광신자, 외교적 례의도 모르는 철면피한 패당’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비난은 남북사업자간 합의와 계약을 무시한 행위라는 지적입니다.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7일 ‘무례하기 짝이 없는 앙탈질’이라는 제목의 개인 논평의 글에서 “금강산 해외 관광이 날로 활성화 되는데 배가 아파하는 자들이 있으니, 그것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파탄시키고 동족대결에 미쳐 돌아가는 남조선 괴뢰들”이라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금강산을 관광한 중국 외교관들에게 무례한 언동을 해댄 괴뢰들이야말로 동족이 하는 일이라면 배 아파 못 견디는 속이 삐뚤어진 대결광신자, 외교적 례의도 모르는 철면피한 패당”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이 중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금강산을 관광시킨 것이 왜 상식에 어긋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달(7월) 하순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 직원 20여명이 금강산을 관광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의 초청을 받은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 직원 20여명은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도와 금강산을 관광했습니다.
물론 북한 주민들은 북한 땅에 있는 금강산을 중국 외교관들에게 구경 시킨 게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중국 외교관들이 돌아본 만물상, 구룡연폭포, 해금강 등은 모두 현대아산이 북한과 계약해 따낸 독점 사업 구역들입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생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앞으로 50년 동안 금강산 관광을 현대아산이 독점 운영하기로 합의하고 그 대가로 미화 5억 달러를 주고 따낸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 아산은 지난 10년 동안 금강산 관광에서 번 수입에서 일부를 떼어 내 해마다 북한에 주었습니다. 이렇게 현대 아산이 북한에 준 돈은 지난 10년 동안 미화 5억 달러에 달합니다. ‘손 안대고 코 푼다’고 북한은 금강산을 빌려만 주고 해마다 수천만 달러를 챙긴 셈입니다.
이렇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였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은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구경을 갔던 한 남한 관광객이 북한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부터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 된 다음 남측은 북측에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고, 북한은 이러한 남측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금강산 관광은 깊은 늪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남한 국민들도 생명의 안전 담보가 없는 금강산으로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은 지난 4월 남한 정부 소유의 금강산 관광지구 부동산을 강제 몰수했고, 현대아산 등 남한 기업들이 소유한 관광시설들을 일방적으로 동결 조치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와 맺은 관광 계약들을 파기한다고 통고했습니다.
이 모든 조치들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취한 것들입니다. 북한의 취한 조치는 남북사업자간 합의와 남북 당국간 합의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일반 상거래 활동에서 계약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당사자 간의 약속이나 합의”를 말합니다. 즉 계약은 법에 의해 담보되며, 쌍방은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됩니다.
만약 일방이 계약을 파기할 때에는 충분한 사유가 있어야 되고, 계약을 파기하도록 원인 제공을 한 당사자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굳이 금강산 관광 계약을 파기해야 한다면 남한 관광객을 살해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북한이 계약 파기의 원인 제공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정부가 금강산에 국민들을 보내지 않는다고 계약 당사자인 현대 아산과는 상의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버렸습니다. 관광을 가고 말고는 남한 국민 들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입니다.
그러고도 북한은 올해 3월 부터 중국의 여행사들과 유럽의 여러 여행사들을 상대로 금강산 관광 상품들을 은밀히 판매해왔습니다. 이번에 중국 외교관들을 초청해 금강산을 구경시킨 것도 이렇게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 차원의 조치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독점 사업 주체인 현대 아산을 제쳐놓고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금강산에 끌어들이는 것은 명백한 ‘사업권 침해’로 됩니다.
금강산 관광 계약에 따르면 북한은 자신들의 손님을 데려올 때는 현대 아산에 통보해줘야 옳은 처사가 됩니다. 하지만, 현대 아산은 중국 외교관들이 금강산에 간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고, 한국 정부 관계자도 남북관계가 미묘한 시기에 민간인도 아닌 외교관들이 금강산에 놀러간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두고 북한 언론매체들은 한국 정부를 “외교적 례의도 모르는 철면피한 패당”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비단 이번 금강산 관광 계약 뿐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외국과 거래를 많이 해야 합니다. 외국과 경제 거래를 하자면 어차피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금강산 관광 계약처럼 마음에 들면 유지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파기해버리면 누가 북한과 거래를 하겠습니까,
이런 계약개념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금강산이 ‘천하의 세계적인 명산’이라고 북한이 자랑해도 관광 계약을 맺자고 할 나라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