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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겉과 속입니다. 현금에 쪼들려 돈 대신 인삼으로 빚을 갚겠다는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세’ 구상을 “전면적인 체제 대결 선언”, “전쟁과 분렬만을 추구하는 분렬세”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말끝마다 통일을 되풀이하면서도 정작 통일과정에 드는 비용에 대해서는 전혀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언론매체들이 8.15광복절을 맞아 ‘통일세’를 제안한 이명박 대통령을 매일 같이 ‘역도’, ‘패당’이라고 험담을 해가며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18일 북한 대남기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우리에 대한 전면적인 대결 선언’이라는 개인 필명의 글에서 “전쟁이 오늘이냐 래일이냐 하는 판국에 뚱딴지같은 ‘통일세’라는 것을 들고 나온 역도야말로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초보적인 감각도 없는 추악한 시정잡배, 대결광신자”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통일세’란 무엇이고, 북한이 과연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통일은 반드시 온다.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면서 “사회 각계에서 이 문제를 폭넓게 논의해주기를 바란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세’란 통일과정에 드는 비용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자는 것입니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통일세’를 제안했다고 해서 당장 집행되는 것도 아니고, ‘통일세’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실현되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통일세’ 이야기가 나온 것은 갑자기 닥쳐올지도 모를 통일에 대비해 통일비용을 미리 만들어가자는 취지입니다.
근 반세기 이상 갈라졌던 남북을 통일하자면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얼마 전 남한의 한 정부기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에 2040년까지 미화 약 2조1천400억 달러(한화 약 2,525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계됐습니다.
현재 남한의 한 해 국내총생산액(GDP)이 1조 600억 달러인데 이에 비해 약 두 배 가까운 숫자입니다. 이 통일비용은 통일 과정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위기 관리비용, 사회 각 분야별 통합비용, 북한의 국내 총생산액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소요되는 투자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남한 국민의 평균 소득이 연간 미화 2만 달러에 달하는데, 북한 주민들은 1천 달러 가량 되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수준을 남한국민 만큼 올리고,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주자면 엄청난 돈이 필요 됩니다.
통일 과정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를 알자면 먼저 통일한 나라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동서독이 통일되는 과정에 서독 정부는 당초 590억 유로가 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약 30배가 넘는 2조 유로(약 2조 5천700억 달러)를 썼습니다.
그리고도 구동독 지역의 생활수준이 기대만큼 빨리 향상되지 않아 2019년까지 ‘통일연대세’, 즉 통일세금을 국민들로부터 계속 모금할 방침입니다.
남북한 통일도 독일과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갑자기 38선이 무너지고 수십,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분계선을 넘어오지 않는다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처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통일이 이뤄진다면 혼란이 가증되기 때문에 남한 국민들은 통일에 대해 심중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통일비용이 30년 동안 약 2조 달러 이상 든다면 남한 국민(4,874만 명. 지난해 통계) 한 사람당 미화 약 4만4천 달러(환율 1:1183)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남한의 한 정부기관이 지난 3월 발표한 남한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통일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통일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점진적인 개방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 뒤 통일할 경우, 통일비용이 미화 약 3,220억 달러(한화 약 379조9600억 원)로 국민 한사람이 부담하는 통일 비용도 6천6백 달러(환율1:1183)로 낮아집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을 3단계로 설명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 공동체’를 구축하고, 포괄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한 ‘경제 공동체’를 건설하고 궁극적으로 제도의 장벽을 허물어 ‘민족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가자 북한 언론매체들은 그를 가리켜 “통일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유치한 정치 백치, 돈이면 다 된다는 모리간상배”라고 험담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통일비용을 얼마나 마련하고 있을까요? 통일비용은 고사하고 수십 년 전에 외국에 진 빚을 갚지 못해 채무를 탕감해달라고 사정하는가 하면 인삼으로 대신 갚겠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을 웃기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헝가리(웽그리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2008년 11월 평양에서 채무관련 협상을 할 때 북한이 ‘인민공화국의 어려움을 고려해 달라’면서 채무 90%이상을 탕감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북한은 체코(체스코슬로벤스코) 정부에 갚아야 할 부채 1천만 달러 중 5%에 해당하는 50만 달러를 그에 상당하는 인삼으로 내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채무는 북한이 체코슬로벤스코 공산정권 시절 체코산(産) 전동차와 중공업기계 등의 수입대금을 갚지 않아 생긴 것들입니다.
현재 북한이 지고 있는 대외 채무는 약 120억~180억 달러 수준인데, 이 돈을 갚을 길이 없어 러시아에 벌목공들을 들여보내 그들의 월급으로 빚을 갚게 하고, 체코에 진 빚은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노임에서 떼어내 갚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통일되기 전까지 이 빚을 다 갚지 못하면 남한이 대신 갚아줘야 할 판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통일되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통일 과정은 생각보다 상당히 품과 돈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잘사는 남한이 그 통일 비용을 감당하겠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