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언론 겉과 속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북한 언론매체들이 ‘주체섬유’, ‘주체철’ 등 자력갱생의 성과들을 장황하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권세습을 앞둔 요즘 경제난을 겪는 주민들을 안정시키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영기자가 전합니다.
최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매일같이 주체섬유, 주체철에 대한 성과들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 TV 녹음: 지난 8월에 또다시 찍어 가신 경애하는 장군님의 사랑의 체취가 이 비날론 솜무지 마다에 뜨겁게 어린것만 같아서 수직 방사 직장의 선 우리 가슴은 마냥 설레입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주요 경제 항목은 주체섬유, 주체철, 주체비료 등입니다. 앞에 모두 ‘주체’자가 들어갔습니다. 북한에서 주체의 의미는 자체의 힘으로, 자체의 기술로 뭔가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초에 지난 16년 동안 숨죽였던 2.8비날론 공장을 다시 살려내면서 인민들이 입는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비날론 사랑’은 어려운 고비 때마다 한 번씩 등장하곤 합니다. 올해 초 화폐개혁으로 민심이 험악해지자, 김 위원장은 2.8비날론공장(연합기업소)에 내려갔고, 이번에 중국에 가기 전에도 또다시 2.8비날론 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보도했습니다. 이때는 함경남도 함흥지구에 무더기 비가 내려 홍수피해로 난리가 났을 때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처럼 비날론에 관심은 높지만 정작 그가 비날론을 입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오히려 김정일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옷감으로 인민복, 즉 잠바를 해 입습니다. 얼마 전 북한에 있을 때 김 위원장의 생필품 구입을 직접 해본 한 탈북 인사의 말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장군님(김정일)의 옷감을 구해오라는 상부 지시를 받고 프랑스에 가서 캐시미어와 실크를 섞은 영국 스카발사(社)의 고급 원단 60야드(약 55m )를 사온 적이 있다”면서 “1야드당 미화 300달러씩 줘서 총 1만 8천 달러를 지불했다”고 밝혔습니다.
옷 한 벌 만드는데 보통 약 3.5m의 원단이 들어간다고 보면 김 위원장의 인민복 한 벌을 만드는데, 원단 가격만 약 1천200달러가 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고급스러운 원단을 외국에서 사 들여와 자신의 측근들에게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위간부 출신의 한 탈북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1989년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성대하게 치룬 최룡해 당시 사로청 중앙위원장에게 자신이 즐겨 입는 잠바를 선물했는데, 당시 그 잠바의 가격은 천연색텔레비전 1대 가격과 맞먹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즐겨 입는 옷감은 단순히 비싸기만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세계 유명인사들이 선호하는 상표여야 합니다. 그가 선호하는 영국의 스카발사의 최고급 원단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영화사인 할리우두의 유명 배우인 윌 스미스가 즐겨 입는 것입니다.
이렇게 김 위원장은 자신은 세계 유명 브랜드를 좋아하면서도 인민들에게는 비날론을 입으라고 선전합니다.
김 위원장이 좋아하는 사치품은 옷감뿐 아니라 프랑스의 유명 탄산수 페리에, 술은 프랑스산 마르텔 코냑, 담배는 박하향이 나는 수입제품을 찾는다고 이 탈북인사는 말했습니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묵었던 장춘시 남호(南湖)호텔의 한 종업원은 “김정일이 썼던 선글라스, 옷, 구두 등은 모두 명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명품 사랑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그러면 주체섬유나, 주체철 등으로 과연 인민생활이 나아질까요,
북한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계속 더 쪼들려간다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갔다 와서는 별 소득이 없었는지, 그동안 ‘자존심’으로 버텨오던 남쪽에 대고 수재 구호물자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중국이 이번에 북한에 수재 구호물자로 국제기구를 통해 내놓은 돈은 불과 미화 5만 달러에 달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이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금액은 미화 850만 달러에 달합니다. 오히려 중국에 갔다가 후진타오(호금도) 주석으로부터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는 ‘훈시’만 듣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진짜 자력갱생으로 경제를 자립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의 경제 문제는 비단 김 위원장대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 대에도 큰 문제로 작용합니다. 얼마 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8일(미국 시간) 북한의 후계구도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의 지도자가 누가 되든 비핵화가 그들의 미래에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는 게 중요하며,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핵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당대표자회를 앞둔 북한에 다시금 밝힌 것입니다.
북한 경제가 살아나자면 미국과 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과연 핵을 가진 북한을 미국이 용인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제 김정은에게로 권력의 바통이 넘어가면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미국과 핵 게임을 벌여야 합니다. 결국 핵문제를 놓고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가며 고립과 제재를 당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