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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매체가 얼마 전 남한에서 문제가 됐던 외교부장관의 딸 ‘특별채용’ 소동에 대해 거론하면서 ‘현대판 신분승계 제도의 산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신분제도가 어떻게 남한과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정영기자가 분석합니다.
지난 19일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얼마 전 남한에서 논란이 되었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과 관련된 인사비리를 비난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명박 역도가 입버릇처럼 외우는 ‘공정한 사회론’이라는 것은 온갖 부정과 사기협잡만을 일삼아온 저들의 범죄를 가리기 위한 기만적 구호”라고 비난하고, “오직 부자들을 위한 강부자 사회, 권력의 횡포가 난무하는 폭압사회를 반대해 남조선인민들이 투쟁해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알려진바 와 같이 지난 9월 초 남한에서는 외교부장관이 딸의 특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유는 외교부가 5급 사무관 특별 공개채용에 유명환 장관의 딸이 응시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원서접수에서 면접까지 장관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규정까지 어기며 노골적으로 봐주었다는 것입니다.
유 장관의 딸이 특혜를 입어 외교부에 입사했다는 사실이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 실리면서 국민의 비난이 거세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중요하게 내세우는 ‘공정한 사회’ 이념을 유 장관이 허물었다는 책임을 물어 그의 사임을 승인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한에서는 아무리 권력이 있다 해도 공정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심판받는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또 요즘에는 인터넷과 방송, 신문 등 대중매체들이 발전되어 비록 자그만 비리라도 은폐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진다는 것을 암시해주었습니다.
한편 남한국민에게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안겨주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내세운 '공정한 사회'론은 돈 많고, 공부 많이 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있는게 아니라 돈은 없더라도 인재라면 서민들도 자신의 신분을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남한사회가 완전히 공정해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대통령도 비리를 저지르면 감옥에 보낼 만큼 민주화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봉건적 신분 사슬을 유지하고 있고, 간부사업에도 온갖 비리가 난무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사회가 계층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노동계급 출신, 적대계급 출신, 인텔리 출신으로 나눠져 있어 이들이 신분을 바꾸자면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이 참에 북한에서 간부사업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에서 간부사업은 노동당에서 하는데, 우선 출신성분과 사회신분을 따집니다. 당간부, 보위부, 보안부 같은 곳은 사돈에 8촌까지 보지요.
출신성분 검증에 합격되면 그 다음에는 노동당원, 대학졸업, 제대군인 징표를 갖춰야 합니다. 이 간부징표를 갖추는데 각종 비리가 작용합니다. 대부분 간부들은 자식들을 입당시키기 위해 먼저 군복무를 하게 합니다. 국경경비대나, 보위부, 보안부와 같이 쉽고 헐한 부문에 자식을 보내 몇 년 복무하게 하고 그 곳 정치부장(군대 당비서)과 짜고 노동당에 입당시킵니다.
자식을 입당시키는데 뇌물이 들어갈 수도 있고, 상대방의 인사 청탁을 들어줍니다. 권력 있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 하는 셈이지요, 이렇게 자식을 입당시키고 그 다음에는 대학을 보냅니다. 간부 자녀들은 미래에 당 간부로 발전할 수 있는 김일성 종합대학이나, 금성정치대학을 선호합니다. 간부 자녀들은 당이나 권력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이 경쟁과정에서 실력보다는 뇌물이 통하고, 뇌물 중에는 부피가 작은 미국 달러가 가장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일성 종합대학에 입학하자면 미화 2천 달러를 줘야 하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중앙당 고급당학교에 들어가자고 해도 2천 달러, 보위부 정치대학이나, 보안부 정치대학의 경우에는 1천 달러 이상 고여야(바쳐야)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배치 받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평양이나, 국경지역 등 먹을알이 있는 곳에 배치받기 위해서는 당비서나 간부부(인사과)에 뇌물을 바쳐야 합니다.
보안부 정치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신의주를 비롯한 국경 지역에 배치받자면 미화 1만 달러가량을 줘야 합니다. 어떤 보안원들은 자기 집 재산을 다 팔아 준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배치되면 몇년 내에 그 본전을 다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를 하는 셈입니다.
북한은 가족주의, 족벌주의를 우려해 가족 친척이 당기관이나 권력기관에 함께 근무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래서 간부들은 아들은 당 기관에, 사위는 보위부에, 동생은 보안부에 골고루 배치합니다.
그러나, 신분이 낮은 자녀들은 10년 동안 군대복무하고 제대돼서는 탄광, 광산 같은 데 무리배치됩니다. 농민출신 자녀들은 일생동안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결국 간부의 자식은 간부가 되고, 노동자의 자식은 일생 노동만 하게 되는 봉건적 신분 사슬이 형성됩니다.
지금 북한에서 준비하고 있는 후계자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을 다음 세대의 수령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은 후계자의 업적을 만들고 군복무 경력도 위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민들은 능력도, 경력도 검증되지 않은 20대의 청년을 또다시 수령으로 모셔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