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가족잔치’로 변한 당대표자회

MC:

북한 언론 겉과 속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공개한 노동당 대표자회 영상에는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김정은 등 그의 가족 친척들이 대거 선을 보였습니다. 이번 대회가 마치 동네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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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당 중앙기관 성원 및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참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위원장 왼편 두번째가 김정은 부위원장. 정확한 촬영일시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28일 막을 올린 노동당 대표자회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리를 절며 대회장에 입장하자, 우레 같은 환호가 터집니다.

<북한 중앙TV> “만세, 만세, 만세…”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카메라 초점을 김 위원장과 객석에 앉은 대표들을 향해 번갈아 비칩니다. 대회장을 가득 채운 대표자들 가운데 맨 앞줄에 유달리 몸집이 큰 젊은 청년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힙니다.

볼살이 두툼한 27세의 이 젊은 청년은 짙은 회색 인민복을 입고 70대의 노간부들 속에 서있습니다. 이번에 인민군 대장,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된 김정은이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지금까지 김정일을 빼닮았다던 세간의 억측과 달리 김정은의 생김새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30대 모습과 비슷합니다. 김일성처럼 머리를 짧게 깎아 올리고, ‘쯔메리’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중요한 국사를 논하는 마당에 김일성처럼 꾸미고 나타난 김정은을 두고 한국 언론들은 “경험도 나이도 부족해 할아버지를 흉내 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대표자회와 당전원회의가 일사천리로 끝난 다음 참가자들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대회장 앞에 도열합니다.

<북한 중앙TV 녹음> “조선노동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동지…”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나란히 앉은 최측근들 사이에 김정은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꿰차고 앉았습니다. 사진에는 김정은과 고모인 김경희, 고모부 장성택, 김정일의 넷째 부인 김옥,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까지 총동원됐습니다.

마치 후계자로 당선된 김정은의 신고식을 치르기 위해 가족 친척이 다 모인 분위깁니다. 이 사진을 보면서 한국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당대표자회가 김정일의 가족과 친척이 모두 참가한 ‘동네 잔칫집’이라고 비웃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은 역사에 유례없는 3대 세습을 강행하면서 전제적 봉건왕조 국가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구상에는 세습을 하는 나라가 아주 적은데, 아프리카의 또고(토고), 수리아(시리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넘어가는 2대 세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꾸바의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의 형제세습이 유명합니다.

북한은 이미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62년을 통치했으니 세습국가 중 최장수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을 보면 북한은 이미 사회주의, 공산주의라는 가치를 상실했습니다. 개정된 당 규약을 보면 당의 ‘최종목적’이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 건설’이라고 했던 것을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 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으로 바꾸었습니다.

또한 당의 당면 목적도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완전 승리’라고 했던 것을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고쳤습니다. 이는 이미 지구상에서 공산주의가 허구라는 게 증명된 마당에 북한이라고 구태여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이미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한다던 소련과 동구권이 다 포기했고, 중국도 사실 말이 사회주의지 내적으로는 자본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도 작년 4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빼는 대신 ‘김일성 민족’ ‘선군사상’이라는 말을 써서 김 씨 왕조의 대물림이 합법이 되도록 헌법과 당규약을 고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권력자가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인민이 잘 먹고 잘살게 노력하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일단 권력이 세습되면 그 권력자는 인민들을 잘살게 하기 위해 머리를 쓰는 게 아니라, 누가 자기의 권력을 넘겨다보지 않는지 의심하고 그 권력을 지키느라 인민생활을 돌보지 않습니다. 때문에 독재를 하는 나라들은 하나 같이 못살고, 민주주의를 하는 국가들은 잘 사는 것입니다.

이제 2천300만 북한 주민들의 운명이 이 젊은 김정은에게 달렸습니다. 100만 명 이상의 청년들은 또다시 김정은을 위해 총폭탄이 되어야 하는 슬픈 현실에 놓였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의 얼굴이 공개되자, 남한의 유명한 관상가들이 그의 관상을 보았는데, 한 이름 있는 관상가는 김정은의 눈을 보고 “날카롭고 냉정하고 정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간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 이유에선지 김정은이 ‘3대 세습’ 신고식을 마친 다음 국제사회에 던진 첫마디는 “핵무기를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막강한 당과 군의 권력을 쥔 20대의 김정은이 자기의 지반을 닦기 위해 자기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들, 아첨하지 않는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할 것입니다.

김일성이 권력 기반을 닦을 때도 그랬고, 김정일 역시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간첩, 반동으로 몰아 정치범 수용소로 끌어갔습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북한에서도 그런 피비린내 나는 숙청의 바람이 또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