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입니다. 최근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 띄우기’에 온 북한 언론매체가 총동원됐습니다. 북한이 왜 김정은 후계 세습을 서두르는지 그 속내를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4일자, 노동신문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의 보도입니다.
(북한 노동신문 소개) “신문은 1면에 이어서 신문은 10면에 비약의 폭풍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는 희천 발전소 건설장을 시찰하시였습니다”
노동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을 대동하고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찾은 모습을 실었습니다. 원래 6면이던 신문 지면을 4면이나 더 늘여 모두 10면을 김부자의 사진으로 도배했습니다.
4일 조선중앙 텔레비전도 김부자의 희천발전소 건설장 시찰 사진을 무려 145장이나 내보냈습니다.
(북한 중앙 TV 소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비약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현지지도 하시였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소개한 사진에는 단연 김정은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양손을 깍지 낀 채 아버지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는 모습이나, 과묵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모습이나, 웃으면서 손뼉을 치는 모습 등 김정일과 함께 있는 사진이 13장, 김정은만 따로 부각시킨 사진이 8장이나 됩니다. 김정은이 입은 옷도 아버지와 같은 회색 솜옷을 입었고, 머리는 할아버지처럼 깎았습니다.
이밖에도 김정은의 언론 노출은 상당한 정도로 잦아졌습니다. 당대표자회(9.28)에서 첫 선을 보인 후에 새로 건설된 평양국립연극극장 현지지도(10.8),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 참관(10.26), 조명록 북한군 차수 참배 등 김정일이 참석한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최고 권력자의 자세를 점차 갖춰가는 모습입니다. 당창건 65돌 열병식장에서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이 거수경례를 하자 고개만 끄덕이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국립연극극장 살림집을 방문했을 때도 한 손으로 술을 따르는 모습도 나옵니다.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긴장했던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띄우기’에 나섰을까?
김정은이 최근 북한매체에 나온 사진을 보면 김정일이 1960년대 김일성을 보좌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105탱크 사단을 시찰할 때와 비슷합니다. 후계자 수업을 받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권력 세습은 아버지 보다 상당한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김정일은 1964년 당중앙위원회에 들어간 지 16년만인 1980년에야 후계자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작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되고, 22개월 만에 사실상 북한 권력의 2인자로 급부상했습니다.
장기간의 숙성과정을 거친 김정일보다 단기간의 속성 과정을 거친 김정은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후계성공여부는 김정일의 건강에 달려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김정은이 앞으로 정권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첫째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나름대로 상당한 정도의 시간을 생존해서 김정은의 권력이 공고화 되는 것을 옆에서 지켜줘야 할 것이고요...”
김정일이 후계자로 된 다음에도 김일성은 건강했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 북한을 통치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버지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정일의 건강은 예상보다 훨씬 악화돼 있었습니다. 최근 그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당창건 65돌 기념 열병식 행사장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예정에 없던 현지실황중계, 즉 생중계로 열병식 장면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열병식이 끝나고, 김정일이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주석단을 걸어나갈 때 다리를 절던 나머지 난간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래 김정일은 자신의 건강이상이 알려질까 봐 텔레비전에도 동영상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신문에도 정지 사진만 내보냈고, 텔레비전에는 김정일이 움직이는 모습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자신의 약점을 노출시키면서까지 ‘김정은 띄우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이처럼 아들을 권력의 자리에 올려 세우기 위해 김정일은 노동신문 지면을 더 늘이고, 언론매체를 총동원했습니다.
이번에는 북한 언론매체가 제 입맛에 맞게 보도하고 논평하는 행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11월 5일 북한 중앙 TV는 올해 8월 김정일의 중국방문에 대해 한국언론들이 찬양했다는 식의 황당한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북한 중앙 TV 녹음) “그럼 위대한 장군님의 중국 방문과 관련한 남조선 언론들의 반향에서 주목되는 점을 보기로 하겠습니다.”
북한 TV는 “우선 남조선 언론들이 김 위원장의 김일성 혁명사적지 방문에 주목했다”면서 “장군님의 중국 방문은 혁명성지 순례 정당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엉뚱하게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마치 한국 언론들이 김정일의 혁명사적지 행보를 찬양이라도 한 것처럼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8월 25일 김정일이 중국방문을 할 때 한국 언론들은 그의 동선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김 위원장이 낮에 다니지 못하고 비밀리에 야밤삼경을 틈타 중국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한국 언론들은 특파기자들을 길림, 장춘, 할빈 등지에 파견해 김정일의 동선을 쫓았습니다.
한국 언론의 초점은 당연이 이번 중국방문에 김정일이 삼남 김정은을 데리고 떠났을 것이라고 보고, 김정은의 동행 여부를 캐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을 중국 지도자들에게 소개하고 세습을 인정받기 위해서 데리고 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언론매체들은 한국 언론의 보도내용을 입맛에 맞게 짜깁기하여 제멋대로 해석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