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매체의 허구성과 진실 왜곡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부익부, 빈익빈의 남조선 사회’라는 제목의 대남비난 영상물을 방영했습니다.

북한 중앙TV 녹음:
겉으로는 국민 복지를 떠들어대고 있지만, 안으로는 날로 커가는 절대빈곤과 빈부 차이로 해서 아우성치는 남조선 사회, 지금 남조선 사회는 한줌도 못되는 부자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절대 다수의 근로대중에게는 지옥인 암흑의 사회인 것으로 해서 ‘부익부’, ‘빈익빈’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 텔레비전은 얼마 전 한국의 언론들이 보도한 서울 강남의 한 판자촌, 일명 ‘구룡마을’이라고 부르는 빈민촌을 집중 조명하면서 마치 이런 마을이 한국에 널려 있는 것처럼 과장 보도했습니다.
북한 중앙TV 녹음:
부자들의 집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지만, 집이 없는 대다수 주민들은 죽지 못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북한 TV가 방송한 구룡마을엔 현재 1천300여 가구의 빈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현재 땅주인의 투기 목적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시 개발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곳입니다.
북한 TV는 지난해 7월에도 남한 방송사들이 내보낸 동영상들 가운데서, 실업난과 재개발 지역 주민의 생활난, 노숙자, 용산 참사, 연쇄 살인 등을 다룬 화면만을 편집해 남한 사회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절대 다수 남조선 인민들의 삶은 처절하기 그지없다”는 식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남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골라 보도할까,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남한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가 성공적으로 치뤄지고,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달하는 경제 부국으로 된데 대해 알고 싶은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드라마 CD가 대량 유입되면서 웬만한 북한 주민들은 한국이 잘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대북지원물자가 들어가면서 ‘대한민국’이라고 쓴 쌀 마대가 버젓이 장마당에 돌아다니고, 중국 단동에 나온 북한 상인들은 한국 원산지 표시인 ‘made in korea’를 지우고 한국 제품을 가지고 들어갑니다.
한국 드라마 ‘올인’에서 나오는 이병헌, ‘천국의 계단’에서 나오는 권상우, 최지우는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도 익숙해진 이름들입니다. 2007년 탈북해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 평양출신 탈북자는 “(자신들은) 한국 드라마 CD를 북한 고위층들의 집에서 빌려다 밤새워 보았다”면서 ‘천국의 계단’을 보면서 감동되어 어머니와 함께 울었다는 뒷담도 애기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장마당에 나가면 일본 상품보다 한국 가전제품이나 의류들이 더 비싸게 팔린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북한 고위층들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가 널리 퍼졌고, 한국 생활상과 유행을 따라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열풍이 불자, 북한 공안기관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지 못하게 DVD녹화기를 회수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평양시내 아파트들에서 한국 TV를 본다는 정보가 나돌자, 보지 못하게 채널(통로)를 고정시키는 유치한 방법까지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민들 속에 퍼진 한국에 대한 환상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은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면들을 골라 편집해 방영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잘 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구상에 약 200여개의 나라가 있는데, 빈부의 차이가 완전히 없어진 나라는 없습니다.
그래서 발전된 나라일 수록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차이를 줄이도록 복지대책을 강구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사람들을 가리켜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하는데 이들을 위해 사회복지 시책을 폅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 수급자의 생계를 위해 한 달에 1인 기준으로 한국 돈 50만원, 미화로 약 450달러 가량을 줍니다. 이 돈으로는 쌀을 200kg나 살 수 있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일본에서는 한 달 벌어 석 달을 산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국가에서 공짜로 주는 돈만 가지고도 석 달 먹을 수 있는 쌀을 살 수 있다는 소립니다.
주택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임대주택이라는 것을 배정하는 데, 임대주택이란 북한의 주택 개념과 비슷한, 국가가 집을 지어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임대주택에서도 더운물과 찬물이 사철 나오고, 천연색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1년 가도 정전을 모르고 살 수 있습니다.
또, 기초생활 수급자는 1종 보통 의료보험 혜택도 받게 되는데, 이 보험이면 웬만한 치료는 공짜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끝마다 평등하다는 북한은 어떻습니까,
실제로 당 간부의 생활수준과 노동자 수준은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지금과 같은 가을철이면 아마 지방의 당책임비서, 조직비서의 집으로는 각 농촌들에서 올려 보내는 찹쌀, 입쌀 등 식량으로 창고가 모자랄 판일 것입니다.
반면에 일반 노동자들은 내일 당장 끓일 쌀이 없어 근심이 태산입니다. 노동자 한 달 노임이 장마당에서 쌀 2kg밖에 살 수 없으니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권력층의 권한이 아주 세기 때문에 국가가 빈부의 격차를 조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쿠바의 장관이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선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북한의 간부가 주민들과 나란히 줄은 선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쿠바와도 다른 특권층만이 살 수 있는 사회입니다.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남한 사회를 사람 못살 생지옥이라고 하면서도 툭하면 쌀을 달라고 손을 내밉니다.
“북측은 어제 오후 회의에서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조건으로 쌀 50만 톤과 비료 30만 톤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에 남한으로부터 매해 쌀 40만 톤씩 받아먹었습니다. 진짜 거지가 많고 한국 사회가 사람 못살 사회라면 어떻게 남을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조선중앙TV의 이번 프로그램은 극심한 식량난을 비롯해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이 잘사는 한국에 대해 동경하고, 환상을 가질까봐 차단하려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