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매체의 허구성과 진실 왜곡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한반도 정세가 긴장될 때마다 화제가 되곤 했던 게 있었죠. 바로 김정일 ‘은둔설’이었는데요,
그런데 요즘 북한매체에 김정일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 무슨 속사정이 있는 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23일 북한은 남측 서해 연평도에 포탄 수백 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이 도발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이처럼 민간시설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 실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이 시점에 와서 이런 군사적 도발을 해올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우선 김정일 위원장의 동정에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2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부자가 황해남도 룡연 바다가 양어사업소와 룡호 오리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룡연군은 현재 북한이 대남도발을 감행한 서해 강령반도 해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대로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황해남도 룡연군 일대에 있다면 그들이 직접 현장에서 이번 포사격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정세가 긴장해질 때마다 은둔했던 김정일이 직접 나서 대남도발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의 이러한 야만적인 군사적 도발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뇌졸중을 앓고 있는 김정일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은 김정일이 셋째 아들 김정은을 대동하고 11월에 들어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시찰(11.4)하고, 북한군 제3875군부대를 시찰(12일 보도)했고, 5일 뒤에는 평안북도 창성군을 찾았고(17일, 김정은 미보도), 20일에는 인민보안부 ‘인민내무군 열성자대회’에 참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일 부자가 직접 최전방에 나가서까지 대남도발을 하는 내속에는 다급하다는 표시입니다. 아시다시피 김정일은 한반도 정세가 불리해질 때마다 공개 활동에서 사라지곤 했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터졌을 때 근 50일 동안이나 자취를 감췄고, 그래서 일각에서는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을 공격하는 미군의 위력에 겁을 먹고 지하 방공호에 숨어있었다는 추측도 나돌았습니다.
2006년에는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맡겼던 미화 2천4백만 달러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미국이 동결하자, 그에 반발해 미사일을 쏘면서 39일 동안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김정일의 은둔 일지를 보면 미국과 대치할 때 가장 많았습니다.
그 후 김정일이 뇌졸중을 앓았던 2008년 8월에도 80일 이상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잠행할 때마다 ‘와병설’, ‘도피설’ 등 갖가지 추측이 따라다녔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아픈 몸임에도 불구하고 불철주야로 활동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북한 매체들이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가장 큰 고민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입니다. 연착륙할 것이냐, 아니면 경착륙할 것인가 하는 북한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하나 김정은에게 더 많은 것을 넘겨주려고 합니다. 자신이 오륙을 놀릴 수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주려고 하는 거죠.
이런 그의 행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정일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공개한 김정일은 한쪽 손을 쓰지 못하고 다리를 절룩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뇌졸중에 한번 걸린 사람에게 있어 안정은 최고의 필수 조건입니다. 특히 흡연, 비만, 스트레스는 뇌졸중을 유발시키는 나쁜 생활습관들입니다.
우선 담배를 피우면 혈액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물질이 늘어나 비흡연자보다 뇌졸중 발생률이 무려 20배가 높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한때 담배를 끊었다가 뇌졸중을 앓은 이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가는 곳마다 예술 공연 관람을 합니다.
지금처럼 겨울에 김정일이 무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의 다급함이 엿보입니다. 신경의학 전문가들은 뇌졸중 환자가 추운 겨울날 갑자기 밖에 나간다든가, 화를 갑자기 낸다든지, 잠을 못자고 과로를 하면 뇌혈관이 막히면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2012년은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한 해입니다. 이때까지 주민들과 약속한 강성대국에 진입해야 하지만, 남은 시간은 얼마 없고 해놓은 것도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지금 바라는 것은 핵으로 미국과 남한 등 국제사회를 위협 공갈해 제재도 풀고, 경제 보상도 받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서해상에 포격을 가하고, 미국의 핵 전문가들에게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전격 공개한 이유일 것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