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우리민족끼리’ 가면 벗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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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매체의 진실과 허구성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최근 연평도 포격 사건을 둘러싼 북한 언론매체의 주요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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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연평도 23일 북한의 해안포 포격으로 연평도의 건물이 파괴돼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사헌/YNA)

얼마 전, 서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측에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자, 북한이 사실상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을 통해 북한은 받아먹을 때는 ‘우리민족끼리’, 받아먹고도 동족을 향해 대포도 서슴지 않고 쏘는 ‘후안무치한 집단’이라는 정체가 낱낱이 드러났는데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지 나흘 만에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유감’ 표명 뒤에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전형적인 ‘떠넘기기’ 술책은 여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 책임은 이번 도발을 준비하면서 포진지 주변과 군사 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해 ‘인간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매체의 말을 빌면, “자기네 인민군대는 남측의 포대를 향해 쏘았는데, 남측이 군사기지에 민간인들을 끌어다 방패로 삼았기 때문에 덩달아 인명피해가 났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억지에 불과합니다. 북한이 23일 서해 연평도를 향해 쏜 170여발 중 일부가 연평도 면사무소와 주택들에 떨어져 터지는 모습들이 마을에 설치됐던 무인카메라(CCTV)에 잡혀 전 세계에 공개됐습니다.

26일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가 현지 조사를 통해 북한 포탄의 탄착점을 분석한데 따르면, 북한군은 민간시설을 타격하는데 76.2mm야포를 사용했고, 122mm방사포는 군부대 시설을 타격하는데 이용됐습니다.

북한 무도해안포 기지에서 발사된 76.2mm야포 포탄 13~14발이 주택, 여관, 철물점 등 민가에 떨어졌고, 11~12발 가량은 면사무소와 보건소, 파출소 등 관공서를 타격했습니다.

포탄의 종류도 목표물에 닿기 전에 폭발해 피해를 증대시키는 근접신관 포탄을 주로 사용해 북한이 처음부터 민간인 살상을 목적했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면사무소에서 평온하게 일하던 주민들은 백주에 날아오는 포탄을 피하느라, 이리 저리 피하는 모습들이었고, 결과 일반 주민 2명과 군인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녹취: 연평도 폭격 시민반응>

전쟁시기에도 민간인을 살상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입니다. 그것도 타민족도 아닌 같은 동족의 머리 우에 포탄을 쏜다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범죄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말끝마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던 북한의 가면이 벗겨졌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내걸고 남한에서 숱한 쌀과 비료, 달러를 받아먹었습니다. 남한 국민들은 비록 남북이 60년 전에 싸우기는 했지만, 같은 동족이 굶주린다는 생각에 경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북한은 앞에서는 ‘우리민족끼리’를 말하고, 뒤에서는 동족을 해칠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 남한이 10년 동안 도와주는 동안 북한은 민족을 공멸시킬 핵을 개발했고, 지금은 대포를 무고한 주민들의 머리 위에 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북한 선전매체들이 ‘강력한 물리적 대응이요’, ‘불벼락이요’하면서 마치 자기네가 옳은 것처럼 주민들을 속이고 있지만, 외부에는 자신들의 정체가 다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북한은 이번 연평도 사건을 김정은의 업적을 만드느라 벌인 일이겠지만, 오히려 남한 내에 반북 감정만 확산시키는 자충수를 두었습니다.

올해 3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고 했을 때도 ‘설마 북한이 한 짓일까’하면서 비호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됐고, 한국 정부는 신의주 수해지구를 돕자고 들여보내던 구호물자도 전량 중단시켰습니다.

다음은 연평도 포격 사건이후, 김정일 부자의 모습이 왜 북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9일 김정일이 후계자 김정은을 데리고 국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보도>

미국의 핵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는 와중에, 김정일 부자가 한가하게 공연을 관람 한다, 어딘가 모르게 북한이 상투적으로 써먹던 심리선전입니다.

일본군의 포위망 속에서도 여유 있게 낚시질을 했다는 김일성의 ‘올기강 낚시질’, ‘판문점도끼만행’사건 때 여유작작하게 음악 감상을 했다는 김정일의 ‘음악감상설’ 등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아마 몇 년 뒤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미국이 항공모함을 동원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까지 갔지만, 김정은이 여유 있게 예술 공연을 관람했다”고 선전할지 모를 일입니다.

김정일은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대량 살상을 우려해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허세를 키우는 선전효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이러한 김정일의 ‘딴지’를 “백두산 장군의 담력”이라고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은 고장 난 전축이 돌아가듯, 구닥다리 우상화 선전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