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매체의 진실 왜곡과 허구성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국제적 고립이 가증되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립적 민족경제'를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북한 언론매체에 소개된 김정일의 최근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김정일은 무산, 회령, 청진시 등 함경북도내 경제분야를 시찰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 TV방송 녹취>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철 생산기지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시찰하셨습니다"
조선중앙 텔레비전은 6일 '주체철 생산체계 완성, 자립경제의 대승리'라는 표제하에 김정일이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김책제철소에 들러 "주체의 쇠물이 사품치며 흐르는 희한한 광경을 보고 기쁨을 금치 못했다"며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 자원, 자기 기술로 자립경제를 힘있게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며 자립경제노선을 고수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날 북한 언론매체의 선전 포인트는 '자립적 경제 건설'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이란 "자력갱생의 원칙에 기초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방법"을 말합니다.
여기서 자력갱생이란 "자체의 힘과 기술로 자체의 원료와 자재에 의거해 건설하는 경제, 모자라는 것은 찾아내고 부족한 것은 만들어낸다"는 소리로, 근 반세기 이상 북한 주민들이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온 소립니다.
북한은 과거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들로부터 설비와 기술을 들여다 경제 기반을 축성해놓고는 '주체의 힘과 기술'로 건설했다고 자랑했는가 하면, 외국에서 콕스와 원유 등 자재를 들여오면서도 '주체의 원료'에 기초한 자립경제를 건설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말로는 주체를 외웠지만, 실은 외국의 기술이나 원자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절름발이 경제'였습니다.
그나마 80년대 말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원조가 끊기자, 경제가 완전히 멎어버렸습니다.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 자력갱생이라는 구호를 실제로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대중을 동원하기 위한 선동적인 정치적 상징성으로 이용해왔습니다.
북한은 외부 정세가 불리하거나, 민심이 혼란해질 때마다 '자력갱생 혁명정신', '자립적 경제건설' 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들볶고 있습니다.
올해초부터는 '주체섬유' '주체철'이라는 경제성과를 내놓고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 TV보도>
'주체섬유'란 함흥시에 있는 2.8비날론연합기업소가 16년 만에 다시 가동되어 비날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북한당국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이 보여주기 위해 꾸며낸 자작극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탈북 지식인들로 구성된 'NK지식인연대'는 북한이 주체섬유라고 요란하게 선전했던 2.8비날론공장 재가동은 깜짝 이벤트였다면서 당시 김정일이 폭포 치며 쏟아지는 비날론을 보고 좋아했다는 주체섬유는 군수용으로 조금씩 생산되는 0.5t~1t가량의 카바이드와 8.3제품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나마 김정일이 다녀간 다음 공장은 다시 멎었다는 것입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지난 8월 김정일은 이런 주체섬유 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10만 명의 함흥 시민들이 참가한 군중대회를 열고 주민들에게 강성대국의 희망을 주려고 정치적인 선전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내부 통신원의 말에 의하면 김정일도 깜짝 놀랄 쇼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김정일을 두고 이 공장 노동자들은 비웃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김정일은 왜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이런 거짓말을 하게 될까,
당시 화폐개혁 실패로 북한에서 물가는 치솟고, 돈을 빼앗긴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됐습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김정일에게로 분노가 폭발할 위험에 처하자, 김정일은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에게 넘겨씌우고 공개 총살하는 극약처방을 썼습니다. 그리고 주체섬유로 선동해서 겨우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면 김정일이 이번엔 주체철을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북한은 또 한 번의 대내적 고비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3일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를 대포로 공격했습니다.
백주에 122mm방사포와 76.2mm 해안포를 발사해 민간인을 살상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김정일은 무력도발자로,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민간 학살자로 낙인찍혔습니다.
남한 사회는 분노했고, 국제사회는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박왕자씨 총격사건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등 잇따른 북한의 도발로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습니다. 과거 10년 동안 남한의 단물을 빨아 먹던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어떤 경제적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더욱이 어려운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 사건이 전쟁범죄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예비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물론 러시아 지도부까지 나서 북한의 행동을 규탄했습니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민간인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사태 악화를 단호하게 막는게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천안함 사건때 북한을 무책임하게 감싸주던 중국도 백주에 민간인을 살해한 북한을 더 이상 감싸줄 용기를 잃었나 봅니다.
중국에 기댈수 없을만큼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정일은 또다시 주체철 성공이란 카드를 꺼내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아마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고립에 빠지게 되자, 다시 자립경제노선을 합리화 하려고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사면초가’ 김정일, 자립경제 강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