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매체의 진실과 허구성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얼마 전 북한 텔레비전이 전력생산 소식을 크게 보도했는데요, 그러나, 미국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북한의 밤하늘은 여전히 암흑으로 나타나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밤만 되면 사라지는 북한'의 실체를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9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북한의 전력증산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 TV>
"올해에 전력공업부분의 노동계급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전력증산 투쟁을 적극 벌였고, 각지 수력발전소 건설자들도 대동력 기지 생산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북한 전력성 부상이 텔레비전 화면에 출연해 "각지 전력생산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지만,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는 같은 날(9일)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 내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촬영한 이 사진은 한국과 북한의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같은 날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2009년의 야간 사진도 마찬가집니다. 한국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역에 걸쳐 도시의 환한 불빛이 가득하지만 북한은 칠흑 같은 어둠만이 깔려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해군연구소(Naval Research Laboratory)가 올해 찍은 위성사진에서 북한의 밤하늘을 보도했습니다. 2009년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야간 사진에도 북한 쪽 밤하늘은 칠흑같이 캄캄합니다.
눈부시게 밝은 한국과 달리 온통 어둠뿐인 북한의 모습. 근 20년 가까이 지난 올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큼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불야성을 이룬 서울이나 도쿄와는 달리 평양시 한가운데만 희미하게 나타나는데 여기는 김일성 동상이 있는 만수대나 주체사상탑이 있는 대동강변으로 관측될 뿐입니다.
북한의 전력사정에 대해서는 아마 내부에 사는 주민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수도 평양시는 당창건 65돌 행사 이후로 정전이 자주 된다고 현지 주민들이 말합니다. 당창건 65돌 때 네온 불장식으로 이색적인 야경을 펼쳤던 주체사상탑, 대동강 주변도 지금은 불을 밝히지 못하고, 김일성 동상을 비롯한 우상화물 일부에만 전기가 공급되는 상태입니다.
40층짜리 광복거리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1층까지 내려가 물을 길어다 마시고 있습니다. 왜 물이 없냐고 하니까, 양수기가 전압이 약해 급수탑으로 물을 끌어올리지 못해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평양시가 이런 정도이니 지방은 말할 처지가 못 됩니다.
북한의 전력사정은 1990년대 초부터 심각해졌습니다. 김일성 동상, 연구실, 그리고 군수공장으로 가는 전기선을 따로 뽑고, 노동당 청사, 국가보위부, 보안부 청사에 들어가는 전기선도 다릅니다.
간부들은 몰래 전기를 보는데, 그래서 북한에서 전기는 특권층을 위한 '특허품'으로 변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명절날 어쩌다 전기가 와 재미있는 영화를 보다가도 정전이 되면 "배전부 놈들은 다 나쁜 놈"라고 애꿎은 사람들만 욕합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전깃불을 보지 못한 20대의 젊은이들은 "밤이 되면 원래 세상이 이렇게 캄캄하겠구나"하고 체념할 지도 모릅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이나 미국에 와서 느끼는 전기에 대한 감성은 틀립니다. 웬만한 거리의 가로등을 밤새껏 켜놓는데 무슨 전기가 많아 저렇게 낭비하는 가고 의아해합니다. 한국에서는 전기를 더 쓴다고 탓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저 쓴 것만큼 돈을 더 내면 됩니다. 가로등 전기요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항상 '전기절약', '전기절약' 하면서도 전기는 항상 모자랍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면 맨 처음 '하나원'에 가는데, 그곳에는 한 개 방에 전깃불을 3~4개씩 켜놓습니다. 그 전기가 아까워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하던 대로 전등을 자꾸 끄면 한국 사람들은 그러지 말라고 만류합니다. 그만큼 전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겨울만 되면 군대가 동원되어 전기검열을 합니다. 배전부가 하다 권한이 없어지자,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섭니다. 국방위원회는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입니다. 이런 기관이 전기검열까지 관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전력사정이 심각하다는 소립니다.
전기검열이 진행될 때면 군인들이 아파트 가정들에 불의에 쳐들어가 수색합니다. 이들은 주로 전열기, 전기장판, 전기 밥가마(솥) 사용을 적발하는 데, 일부 전기 상식이 없는 군인들은 "겨울에 왜 냉장고를 쓰느냐?"며 냉장고를 회수하겠다고 떼를 씁니다.
그러면 주민들은 "겨울에 냉장고를 안 돌리면 기계가 고장난다"고 "그러면 냉장고는 왜 선물로 주냐?"며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 왜 전기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지금 세계적으로 수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보다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수력발전소는 큰 규모의 댐을 건설해야 하므로 환경파괴가 심하고, 지진이 나면 자칫 붕괴될 위험도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원가가 적어 에너지가 부족한 나라에서 아주 적합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 1kwh당 원가는 수력발전소 전기의 1/4밖에 안됩니다.
한국의 전체 전력설비 용량은 2010년 8월 기준으로 7440만 kw로, 북한의 780만 kw보다 약 10배가량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연료와 수자원 부족으로 약 30%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북한이 전력문제를 풀 수 있을까,
석탄과 수자원이 제한된 북한에서 전기 문제를 풀자면 원자력 발전소가 적합합니다. 북한은 1994년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과 한국 등으로 부터 200만 킬로 와트짜리 원자력 발전소를 제공받기로 했으나,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아 도중에 파기됐습니다.
핵무기가 절실히 필요한 북한이 원자력 발전소까지 포기하면서 핵무기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이 강성대국에 진입하겠다고 선포한 2012년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때까지 북한이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 전깃불이 선사해줄지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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