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진실과 허구를 파헤쳐 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얼마 전 북한 언론 매체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꽈배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있는 지도자의 민생 챙기기 모습이 돋보이는데요, 한편에서는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17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2010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남한 언론의 동향을 분석하는 대담을 방영했습니다.
"위대한 선군령장에 대한 남조선 언론계의 격찬"이라는 주제의 이 대담에서 진행자들은 "남조선 언론들이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 험한 길을 걷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집중 조명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언론사가 언제 보도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뭉뚱그려 내보냈습니다.
북한 중앙TV: 그러면서 남조선 언론들은 이처럼 강성대국 건설 위업을 진두에서 지휘하시는 장군님의 현명한 영도로 해서 인민들을 기쁘게 하고, 세계를 경탄시킨 눈부신 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된데 대해 상세하게 전하지 않았습니까?… 예…
중앙TV는 "남조선 언론들이 북조선의 군사력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북조선의 강성대국 선포 날이 멀지 않았다"는 등 아전인수식 대화만 이어갔습니다.
실제로 올해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12월 6일 기준으로 148차에 달했습니다. 그 중에서 경제부문은 58회, 군부대는 33회, 대외 분야는 11회 등으로 경제 분야가 제일 많았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김정일이)최근에는 주로 인민생활과 관련된 생산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는 김정일이 현장에서 '꽈배기'를 맛보는 등 친서민적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13일 노동신문과 통일신보 등 주요 신문 지면에는 김정일이 평양 밀가루 가공 공장과 선흥식료공장 등을 시찰하는 사진을 내보냈습니다.
김정일은 평양 밀가루 공장이 컴퓨터 수치제어 공정인 CNC화를 실현하고, "이 공장에서 빵폭포, 과자폭포의 흐뭇한 광경을 펼쳐놓았다"며 대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면 경제 분야에 치중된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김일성은 생존에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게 나의 평생소원이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 인민들은 조금만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 후 김정일이 권력을 잡은 후에 역시 이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던 올해 1월 김정일은 "(인민들에게)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는 수령님(김일성)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경제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이제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근 60년 동안 인민들과 지키지 못한 약속을 27살의 삼남 김정은이 떠지고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11월 평양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3년 내에 인민 경제를 60~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면서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로서 '흰쌀밥에 고깃국' 소원은 김씨 왕조 3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습니다. 북한이 현재 내걸고 있는 강성대국 목표는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에 들어서만 150회 이상 현지지도를 다녔지만 왜 인민생활은 나아지지 않을까,
김정일의 현지지도는 겉치레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가 찾아가는 곳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풍성한 과일이 나오지만 그가 다녀간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탈북자들의 말에 의하면 김정일이 현지지도 할 때면 그 주변에서 이것저것 얻어다 놓았다가는 돌아가면 다시 다 찾아간다고 합니다. 멈춰 섰던 공장도 김정일이 올 때는 돌리고, 간 다음에는 다시 멈춰 선다고 합니다.
김정일 현지지도가 있다고 하면 인민들은 몇 달 전부터 위생청소를 한다, 가축을 빌려온다 하면서 들볶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오는 날에 인민들은 김정일이 언제 왔다가는 지도 모르고 일반 노동자들은 창고 같은 곳에 감금상태에 있다가 그가 떠나가야 아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인민들은 차라리 김정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불평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일의 현지지도는 노동신문이나 선전매체에 항상 날짜도 없이 보도됩니다. 미국의 정찰 위성이 무서워선지 오로지 밤에만 활동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아무리 경제 지도를 해도 북한 경제가 개선되지 않는 내면에는 폐쇄적인 자력갱생에 있습니다.
김정일은 올해 11월 중순 평안북도 창성군에 가서 그곳 식료공장과 직물공장에서 만든 직물, 간장, 된장을 보고 인민생활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북한군 534군부대 장아찌 생산 공정을 둘러보고 더 많은 장아찌를 생산해 군인들에게 먹이라고 지시하고, 빨래방치와 빨래판을 보면서 좋아했습니다.
김정일이 '꽈배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도 인민생활에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섭니다.
이처럼 북한의 지도자가 폐쇄적인 자력갱생을 고집할 때 한국은 1조 달러 무역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입니다.
"무역규모1조 달러는 경제 대국의 분명한 증표로 지난해 미국 등 다섯 나라만이 이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한국의 수출 규모는 4천6백억 달러. 수출규모만 놓고 보면 이탈리아(이딸리아)와 벨기에(벨지끄)를 제치고 세계에서 7번째 국가로 올라섰습니다.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서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게 되고, 이런 추세라면2012년이 되면 3만 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입니다.
올해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 선진 20개국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수출도 성사시키는 등 수출 주도형 경제 전략을 세웠습니다.
자원이 부족하고, 땅이 작은 남쪽에서는 기술을 수출해 부를 늘려가지만, 북쪽에서는 문을 꽁꽁 닫아걸고 자력갱생으로 강성대국을 건설하려고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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