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김정은의 ‘김정일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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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선전 매체의 진상을 살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생긴 권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북한이 후계자 김정은의 위상 굳히기에 빠르게 나섰습니다. 김정은의 겉모습을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과 비슷하게 꾸미고, 아버지가 하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 북한 매체들이 고 김정일 위원장이 남긴 유산으로 핵과 미사일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다른 나라에서 빌려다 쓰고 갚지 않은 빚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젭니다.

2012년부터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가 막을 올렸습니다. 최근 한 주간 북한 매체를 보면 후계자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홀로서기'에 들어간 김정은이 어린 나이와 정치적 경험 부족을 선대들의 후광으로 보충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우선 예년과 마찬가지로 신년 공동사설이 발표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신년공동사설은 김정은의 육성으로 직접 전달되지 않고 노동신문을 비롯한 주요 일간지에 공동사설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지금부터 새해 주체 101, 2012년 새해를 맞이하여 발표된 당보, 군보, 청년보에 실린 신년공동사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 때부터 시작된 신년공동 사설이 아들 대에도 이어진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김일성 전 주석은 새해 1월 1일이 되면 아침 9시에 신년사를 직접 읽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등 대통령들은 물론 같은 공산국가인 중국 국가주석도 직접 텔레비전에 출연해 새해 신년사를 하는 것이 관례지만, 북한에서만은 지도자의 목소리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김정은도 역시 아버지처럼 자신을 신격화 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오직 사진만 공개해 인민을 통치하던 김 위원장의 통치술을 김정은도 본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후계자 김정은은 아버지의 친필정치를 따라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YTN> "김일성종합대학과 희천발전소 등지에서 보낸 조문과 충성 맹세에 날짜와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서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던 방식과 거의 동일합니다. 필체는 물론 이름을 흘려 쓴 것이나 오른쪽에서 왼쪽 사선방향으로 각도를 잡은 것까지 마치 같은 사람이 쓴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필체를 학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강렬함을 보여주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싸인 또한 유훈통치의 일환으로 지속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친필정치는 아버지 김 위원장의 독특한 통치방식입니다. 1980년대 말 구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되던 시기에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사 5국 2세포 당원들이 올린 편지에 친필 서명을 하면서 친필정치를 시작했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이번에 남긴 필체도 부친의 필체와 비슷합니다. 다만, 해당 편지에 가로 휘갈겨 쓴 김정은의 서명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엿볼 수 있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 김정은은 아버지의 전철을 밟아 선군통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이 되자마자 찾은 곳은 '근위서울 류경수 105탱크 사단'. 고 김정일 위원장이 1960년 8월 25일 처음 류경수 탱크 사단을 찾은 때로부터 선군정치가 시작되었다고 북한이 주장해온 만큼, 김정은도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군통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90년대에도 중단되지 않았던 선군정치가 아들 대에도 계속됨에 따라, 김정은도 민생을 뒷전에 미루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생보다는 체제 유지가 더 우선인 김정은 체제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어린 나이와 정치 경험 부족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모습에서 보충하려 한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의 머리모양을 하고 나온 모습이나, 김일성이 젊어서 입었던 단추 두 줄짜리 코트를 입고 나선 것은 과거 할아버지가 지녔던 카리스마, 즉 위풍을 이어받았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친필정치나, 사진정치, 선군정치 등을 모방하는 것은 '백두혈통을 이어받은 정통성'을 주민들에게 각인시켜 지도자의 위상을 굳히기 위한 의도로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물려받은 ‘빚 유산’ 산더미

다음 주젭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일 위원장이 남긴 유산으로 핵과 미사일을 꼽았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YTN>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에 맞춰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업적을 집중적으로 실었습니다. 북한은 특히 '핵' 개발과 '위성' 발사를 '혁명 유산'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핵과 위성이 북한이 가슴을 펴고 세계를 굽어보게 만들 줬다는 겁니다. 신문은 또 김정은이 김정일의 혁명유산을 더 풍부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유훈통치'가 이뤄질 것임을 거듭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김일성 김정일이 남기고 간 다른 유산에 대해선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은 선대로부터 핵과 미사일 외에도 막대한 부채를 물려받았습니다.

얼마 전 미국의 일간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북한이 약 9억 달러의 서방 은행 빚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방 언론들은 북한이 진 빚은 “원금 6억8천만 독일 마르크와 4억5500만 스위스 프랑”이라며 “요즘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약 9억4100만 달러(약 1조8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C> "1970년대 후반 북한이 김일성지시로 서방은행에서 빌린 돈은 약 9억4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800억 원입니다. 그러나 지난 84년 북한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악성 부실채권이 돼 버렸고 27년 동안 불어난 이자를 합하면 북한의 대외 부채는 최대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은 이돈을 김일성 전 주석이 생존해 있을 때 서방 은행에서 꾸었지만, 돈을 갚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27년 동안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소립니다.

서방은행은 이자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북한이 내지 않은 이자만해도 “27억~54억 달러 정도” 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습니다. 결국 이자가 원금보다 더 많아진 셈이 됐습니다.

김정은이 물려받은 빚은 이뿐이 아닙니다. 북한이 구소련에 진 빚만 해도 110억 달러에 달합니다. 8.15 해방 후부터 소련에서 기계와 식량, 현금 등을 외상으로 받아다 쓰고 갚지 않은 것들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빚 갚을 의향을 보이지 않자, 한때 러시아와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를 방문해 이 빚을 탕감해달라고 요구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남한에 진 빚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남한 정부가 북한에 차관 형식으로 준 쌀만 해도 240만 톤이고, 옥수수는 20만 톤에 달합니다. 한국은 북한에 쌀을 줄 때 10년 거치 20년 분할 상환이라는 합의에 따라 주었기 때문에 북한은 10년이 지나서부터는 지원 받은 쌀을 물어주어야 할 판입니다.

이밖에도 노무현정권 말기 한국은 북한에 경공업 원자재와 철도건설 장비 등 모두 10억 달러 가량을 빌려주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의 통일부가 발표한 한 연구자료(통일시 북한의 대외관계 승계문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채무는 2000년에 124억6천만 달러에 달했고, 최근에는 약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빚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포하면 나라의 신용등급이 떨어집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국내 화폐가 휴지조각이 되고,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신용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그리스 즉, 희랍이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해지자, 총리가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에선 남의 나라 돈을 공짜로 끌어들이고 갚지 않는 사람이 영웅대접을 받는 사회이니, 다른 나라의 빚을 갚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후계자 김정은이 물려받은 가장 큰 골칫거리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현재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총소득은 미화 1200달러 수준(한화 124만원)이라고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군사비 지출비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군사비에 막대한 비용이 돈이 들어간다고 볼 때 실제로 주민들의 소득은 1년에 천 달러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미중앙정보국(CIA)이 밝힌데 따르면 북한경제는 세계 191개 나라 중에서 144등을 차지했습니다. 대신 한국은 세계 경제 10위권 내에서 발전된 나라들과 어깨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만일 북한이 빚을 갚지 않은 상태로 남한에 흡수통일 될 경우, 북한의 빚을 한국 정부가 물어줘야 합니다.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급변 사태시 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부터 시작된 김정은 시대. 아버지가 물려준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어떻게 대국들과 충돌을 피해갈지, 또 가난한 주민들을 어떻게 먹여 살릴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