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내용을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 요즘 북한매체들은 새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은을 ‘잘 준비된 영도자’로 선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복형(이하 형)인 김정남은 “할아버지(김일성)의 외모만 닮았을 뿐 김정은이 과연 권력을 유지할 지 의문”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그동안 숨겨오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얼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공개하지 않던 북한이 왜 반총장을 공개했는지 알아봅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입니다. 요즘 북한 내부에서는 새 지도자 김정은이 일약 스타가 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그의 형인 김정남이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 두 형제가 갖고 있는 생각이 달라서인데요, 우선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을 “잘 준비된 지도자”라고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적극 찬양하고 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 TV>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요즘 북한 텔레비전 보도 진행자들은 보도가 시작되기만 하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라고 말을 뗍니다.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름만 바뀌었을 뿐, 김정은의 위상은 김일성-김정일과 동급입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을 하루 빨리 ‘능력 있는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양형섭 부위원장도 미국 AP통신사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몇 년 전부터 아버지인 김정일 곁에서 군사 경제뿐만 아니라 많은 주요 정책 결정을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형인 김정남은 해외에서 동생 김정은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KBS> “도쿄 신문이 오늘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3일, 이메일을 통해 김정남이 심경을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남은 이메일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 37년 동안 이어진 절대 권력을 2년 정도 후계자 교육을 받은 김정은이 어떻게 이어나갈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남은 젊은 후계자를 상징으로 존재시키면서 기존의 파워 엘리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은의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을 우려했습니다. 일본 도쿄 신문의 고미 요지 기자는 지난 7년 동안 김정남과 100여 차례 이메일 대화, 즉 전자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일본 기자는 김정남과의 이메일 대화록을 정리해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펴낼 예정인데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남은 외국에서 주목 받는 인물로 되었습니다.
이 일본기자에 따르면 김정남은 “할아버지(김일성) 외모만 닮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걱정”이라면서 “현재 김정은은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며 기존 파워엘리트들이 권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정남은 북한에서 유례없는 3대 세습을 하게 된 배경도 밝혔는데요, 김정남에 따르면 김정일도 건강할 때는 “아들에게 권력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3대 세습을 하면 김일성과 자신이 이뤄놓은 업적을 다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했다는 데요,
하지만 김 위원장이 3대 세습을 택한 것은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백두산 혈통’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3대 세습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정이라는 겁니다.
김정남에게서는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는 면은 돋보입니다. 그는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무너지고, 개혁개방을 할 때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에 밝혔습니다.
형인 김정남이 개혁개방을 주장하는 점에서는 불쌍한 주민들을 동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남이 후계자의 자리에서 밀려난 것도 그의 개혁개방 사상 때문입니다. 김정남은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에게 “개혁 개방에 대해 직접 말하기도 했다”고 일본 언론에 전했습니다. 그가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북한에 들어가 아버지에게 개혁 개방을 주장했고, 그때부터 아버지와 멀어지기 시작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김정남이 해외에서 오래동안 생활하면서 ‘자본주의 청년’으로 변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결국은 동생들인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의 해외유학 기간도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김정남은 수시로 아버지에게 “주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동생(김정은)을 잘 교육시켜 달라고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남이 이러한 발언들을 “적절한 때에 공개해달라”고 일본 언론에 부탁한 것을 보면 그가 한 이메일들은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 김정은 체제는 아버지가 걸었던 선군, 즉 핵을 포기할 생각을 절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외국을 똑같이 경험한 두 아들- 김정남과 김정은.
맏형은 개혁개방이 백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동생 김정은은 체제유지를 위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판이한 사고를 갖고 있습니다.
=북, ‘금기인물’ 반기문 유엔총장 공개 이유
다음 주제입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얼굴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17일 ‘민족의 어버이를 추모하는 남녘의 마음’이라는 프로그램에선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세계 주요 언론들의 반향을 보여주느라 편집했는데, 공교롭게도 반 총장의 얼굴이 나왔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YTN> “북한 텔레비전 방송이 그동안 남한 출신인 점을 고려해 공개를 꺼려왔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얼굴을 주민에게 처음으로 소개했습니다. 중앙TV는 이 프로그램에서 반 총장의 상반신 모습과 함께 '반기문 총장, 북한에 조전' 이라는 자막이 적힌 남한 방송사의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그 동안 북한은 반기문 총장에 대해 이름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반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됐을 때도 보도하지 않았고, 새해를 맞아 김정일 위원장과 신년 연하장을 교환할 때도 그의 이름만 쏙 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 반기문 총장은 누구일까요?
반기문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외교관이자 국제연합(UN)의 사무총장입니다. 그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에서 외교장관을 지냈고, 2006년 말에는 UN 사무총장에 당선됐습니다.
잠시 반 총장의 유엔사무총장 수락 연설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반기문 사무총장 육성>
<녹취: YTN> “한반도 분단을 경험한 베테랑 외교관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AP 통신은 반기문 사무총장 임명자가 한국 출신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유엔에 가입한 지는 15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한 것은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세계 주요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그는 5년간의 유엔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2011년에는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2012년 1월 1일부터 5년 동안 사무총장직을 맡게 되었는데요, 북한의 신선호 유엔대사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그러면 유엔사무총장은 어떤 직위일까요?
우선 유엔사무총장은(Secretary-General of the United Nations)은 국제연합(UN) 사무국의 수장으로서 유엔총회가 정한 규칙에 따라 1만 6천여 명의 사무국 직원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그 산하 기관까지 합하면 약 4만 여명의 인사권을 손에 쥔 셈인데요, 유엔 사무총장의 대우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최고의 외교관으로서, 국제사회에서 국가 원수에 해당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일년에 받는 공식 연봉도 약 23만 달러에 달합니다. 유엔에 가입한 나라가 모두 192개국이니, 이는 그를 가리켜 ‘세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2006년 제3국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당선 소식을 접한 한 고위층 탈북자는 “그때 당시 자신이 한국인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 외에도 국제기구에서 이름을 날리는 한국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지금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을 지내는 사람도 송상현이라고 하는 한국 사람입니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세계화, 국제화의 흐름에 따라 국제기구들에 당당하게 진출해 이렇게 자신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한국인들의 세계적인 위상에 대해 숨겨왔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이를 북한 매체의 실수로 분석하지만, 일부에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김정은 시대에 달라진 북한의 보도행태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쨌든 김정은 시대를 맞아 앞으로 북한이 어떤 보도행태를 취할 지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