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북한 언론매체의 진상을 뒤집어보는 북한 언론 겉과 속 시간입니다.
얼마 전에 북한에서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경축하는 정치 행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이제 또 다가오는 4월에는 김일성 전 주석 생일 1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어 여기에 소요되는 행사 자금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일 생일 바로 전날, 중국이 북한의 나선 특구 개발을 위해 미화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나진항 3개 부두를 50년 동안 독점 사용하게 되었다는 보도가 한국 언론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두 나라는 이 사실을 공개하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김 부자 생일잔치에 쓰이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또 김정은 체제 들어 활성화된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2월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이 최고의 수준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탄생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한다…"
북한은 광명성절을 맞아 당 간부들, 즉 중앙당 비서국 대상(군당책임비서 이상) 간부들인 군당책임비서, 군 연대장 이상 간부들, 군보안서장과 군 보위부장 이상 간부들에게 김정은의 이름으로 된 선물 상자들을 내려 보냈다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김정은의 이름이 쓰인 선물상자에는 열대과일, 사탕, 과자류가 들어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어떤 지역에서는 비누나, 당과류가 공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명절공급이 없어 사람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앙에서 "지방은 자체로 명절 공급을 하라"고 지시해 밑천이 없는 지방에서는 명절공급도 초라했다는 소립니다. 결국 평양시민들이나, 중앙의 간부들은 '광명성절'이 명절다웠지만, 일반 주민들은 배고픈 하루였다는 반응입니다.
이제 오는 4월 15일 태양절에는 "어느 지방이 상품을 더 많이 공급하는지 두고보자"는 식으로 북한 당국이 각 지방별로 충성경쟁을 시키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2월 16일을 크게 쇠고, 또 4월 15일도 더 크게 쇠겠다고 벼루는 것을 보면 나라의 주머니가 텅 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하는 4월 15일에 대규모 열병식과 불꽃 놀이 등을 벌일 수 있게 탄알, 즉 현금을 단단히 쌓아두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이러한 정치행사 자금을 어디에서 났을까요?
현재 북한에는 외국에 팔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습니다. 과거에는 미사일이나, 마약, 위조지폐를 밀수출해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국제사회의 감시 때문에 팔 수 없습니다.
평안남북도 일대에 있는 석탄이나 함경북도 무산에 있는 광석을 팔아봐야 돈이 안 됩니다. 그런데 요즘 중국과 경제협력을 해서 북한의 숨통이 좀 틔었습니다. 북한이 가장 크게 기대고 있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북한과 중국간 경제협력이 활성화 된 지난 3년간, 그 내막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이 라선 특구내에 비행장과 화력발전소를 건설해주고, 북중 양국이 나선 특구를 개발하는 대가로 중국이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중국이 북한 라선특구의 4, 5, 6호 부두 건설권과 50년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라선특구에 비행장과 화력 발전소를 지어주고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에서 라선특구까지 55㎞ 구간의 철도 건설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이 모든 계약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뒤, 설립된 조선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 상무부간에 체결된 계약들입니다. 초대 조선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대사를 지냈던 리수영(리철)이었습니다.
당초 중국당국은 북한 투자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네 차례 방문하고 난 뒤, 어떤 합의에서인지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들을 내세워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리수영 위원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은 나선특구 개발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계약금 항목으로 거액의 달러를 받은 것으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 존 박 연구원입니다.
<녹취: John Park 인터뷰> "중국이 하도 크기 때문에 연탄 같은 물건을 나르기 위해서는 라선항과 같은 항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언론도 중국이 나진항을 잇는 경제벨트, 즉 중국 동북 3성에서 동해바다까지 뻗어나가는 나선개발에 관심을 돌리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녹취; KBS> "중국 동북지방에서 나온 물류를 차로 한 시간 거리인 북한 라진항에서 동해를 거쳐 중국의 남방 지역으로 보내집니다. 중국은 동북 3성의 두만강 하류가 북한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엄청난 물류비용을 내면서 다롄항과 단둥항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라진항 3개 부두 사용권을 장기간 획득하면서 동해로 나갈 수 있는 출로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중국이 나선지구의 철도, 항만, 비행장까지 건설해주는 대가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나진 항구를 50년 동안 장기 임대했다는 것은 사실상 항구 주권이 중국측에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농민들에게 토지를 30년 동안 빌려준다고 할 때 그걸 곧이 믿은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08년에 토지 임대를 30년에서 70년으로 늘구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나진항 3개 부두를 50년 동안 차지하게 되면서 중국은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단돈 30억달러로 경제적 이익은 물론, 북한에 장기 상주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셈입니다.
한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나선항에 중국 상선뿐아니라, 중국의 군함, 항공모함까지 오성홍기를 펄럭이며 드나드는 아찔한 상상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주체를 외우던 북한이 드디어 중국 앞에 나라의 문호를 열어주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 평화연구소 존 박 연구원은 중국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John Park, 인터뷰> "만약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이 북한을 세우는 것이지요. 계속 도와주면서 투자를 지키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중국의 역할이 굉장히 클 것이고요. 만약 좀 흔들리는 상황이 되면 중국이 제일 빨리 알 것 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좀더 연구하고 잘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현재 이렇게 위험을 부담하면서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에서 벌 수 있는 외화는 얼마일까요?
북한이 중국 기업에서 자국 주민들이 일할 경우 요구한 인건비, 즉 한달 노임은 북한 노동자 한 사람당 평균 80달러 정도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발표한 '나선경제무역지대 세금정책'에 따르면 기업 경영간 종업원의 월 노임 최저 기준을 80달러로 규정했습니다.
비록 중국 노동자의 최저 노임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북한 주민의 상황에선 괜찮은 액수입니다.
하지만, 나선 지역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이 돈을 제대로 받을 지도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달러로 배급하지 않습니다. 한국기업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노임을 달러로 주어도 당국이 가운데 지켜 서서 타작하는 형편입니다.
나선시에서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들도 달러는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김정은 시대의 경제개발 방향은 어떨까요?
원래 북한은 1991년부터 나선시를 자유경제무역지대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김일성 사망으로 지지부진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중국인들이나, 러시아인들에게 나선에 나와 장사를 허용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항구를 50년 이상, 임대해주는가 하면 무산광산을 50년 동안 채굴하게 하는 일련의 장기임대 방식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과거 영국과 맺었던 전형적인 조차 방식이 북한에도 도입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광석이나 석탄 등 1차 원자재를 팔다 고갈 되자, 이제는 땅을 장기간 빌려주고 그 대가를 받는 이른바 땅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북한은 이렇게 땅을 빌려주고 번 돈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우상화 선전에 쓰고 있습니다. 국토를 팔아 번 돈이 '김정은의 선물', '청년대장의 배려'가 되어 수천만 주민들의 충성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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