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귀순자 4명 데려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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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얼마 전 표류되어 한국에 떠내려 왔던 북한 주민 31명 중 27명이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그 중 남한에 귀순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4명은 돌아가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언론매체는 집요하게 이들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남기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는 아직도 이들 4명 가족들을 인터뷰한 동영상을 올려놓고 있고, 1일에는 이들을 돌려보내라고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대면확인을 통해 귀순의사를 확인하겠다고 끈질기게 달라붙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남북간 현안으로 떠오른 4명 주민 송환에 대해 북한이 왜 끈질기게 들어붙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YTN 보도>

"북한 주민 27명이 오후 12시 55분쯤 북측에 송환됐습니다. 귀순 의사를 밝힌 4명은 제외됐습니다. 지난달 5일 서해북방한계선을 넘어온 지 50일 만입니다"

<녹취: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

"지난 2월 5일 서해상으로 월선해온 북한주민 27명을 이들이 타고 왔던 선박에 태워 북한 지역으로 송환했습니다."

북한 주민 31명이 탄 배가 한국에 떠내려 온 것은 지난 2월 5일.

이 중 한국에 남겠다고 귀순의사를 밝힌 주민 4명이 발생하자, 남북 양측은 이들 송환을 놓고 팽팽히 맞섰습니다. 북한은 31명 전원을 보내라고 요구했고, 남측은 귀순 희망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남한에 잔류시키는 방침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달 15일 북한은 "일단 27명을 먼저 받겠다"며 돌연 태도를 바꾸어 일단락 됐습니다. 시간을 질질 끌 경우, 추가로 한국에 남겠다는 주민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북한은 귀순자 4명에 대한 송환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면확인은 지켜지기 힘든 요구입니다. 귀순자들과 가족들이 서로 얼굴을 보는 자리에서 진짜 '귀순의지'를 확인하겠다는 소린데, 여기에 나설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북한은 이렇게 함으로써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가증시키고, 그 아픔을 악용하는 고도의 심리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만일 4명의 주민이 한국 정부의 귀순공작에 따라 억류되었다면 이들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 나와서도 이 사실을 세상에 폭로할 수도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남한의 언론도 자유가 보장됐기 때문에 정부가 모략을 꾸민다거나, 사실을 은폐시킨다면 폭로할 수도 있습니다.

4명 주민들이 진짜 자유의사에 따라 남았는지, 아니면 한국이 귀순공작을 했는지는 북한으로 올라간 27명 주민들의 말만 들어봐도 알 것입니다.

북한은 귀순자 4명을 넘겨 보내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왜 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택했는지부터 고민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4명 주민에 대해 그렇게 집요하게 나올까요,

과거에도 북한에서 표류되어 내려온 주민들 중에는 귀순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북한은 크게 떠들지 않고 조용히 처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측이 귀순자들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송환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데는 나름대로 계산이 있습니다.

소위 인권 압박입니다. 한국 정부가 귀순공작을 해서 가족들이 생리별 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해서 남한 정부를 반인권 국가로 몰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또 저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하다가 쌀 50만 톤과 비료 30만 톤을 지원해줘야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할 수 있다고 버텨 회담이 결렬된 적이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YTN>

"북측은 사실상 이산가족 정례화를 위해 대규모 대북 지원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쌀과 비료를 수십만 톤씩 받아쓰던 시절이 그리울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에 고분고분 지원해주지 않으니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사격 과 같은 비상식적인 행위까지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내년도에는 강성대국 선포, 김일성 생일 100돌, 김정은 후계자 추대 등 굵직한 잔치를 앞두고 있는 북한으로선 어떻게 해서든지 남한을 대북지원 자세로 돌려세워야 합니다.

그보다는 당장 굶주리는 주민들을 먹여 살려야 합니다. 얼마 전 북한의 식량난을 조사한 유엔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 6백만 명이 심각한 식량난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죽했으면 영국을 방문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60년 만에 북한을 강타한 최악의 한파와 지난해 수확량 부족으로 앞으로 두 달이 최대 고비"라면서 쌀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겠습니까,

북한은 한국 정부가 지원에 응하지 않자, 남한의 민간단체들을 향해 쌀을 좀 달라고 구걸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하는 일마다 고전을 겪고 있는데 진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김정일 위원장이 4명의 북한 주민들을 찾으러 서울에 오는 것입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인민의 위대한 지도자', '인민을 제일로 사랑하는 분'이라고 선전합니다.

이럴 때 진짜 인민의 지도자가 자국민 구출을 위해 통 큰 모범을 보이면 선전 효과가 두드러질 것입니다.

하물며 북한이 제국주의 국가라고 비난하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도 억류된 자국민을 구하러 두 번이나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미국 대통령들이 데리러 갔던 사람들도 백인이 아닌 아시아계 미국인이나, 흑인이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강하다고 선전했는데, 이 사실 하나로 미국이 얼마나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인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미국 정치인들은 그만큼 헌법에 명시된 자국민 보호 의무를 성실히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 중심의 사회라는 북한은 어떻습니까,

북한의 지도자는 자기 인민이 수백만 명이나 굶어죽어도 눈 한번 까딱하지 않고, 더욱이 해적에게 붙잡히면 "능력껏 빠져나오라"는 말만 하고, 애젊은 청년들을 10년씩이나 군대에 붙들어두고 자기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강요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진실로 인민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굶주리는 6백만 북한 주민들을 구할 마음이 있다면 통이 크게 서울에 나와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갈 건 받아 가면 됩니다.

설사 김 위원장이 건강이 안 좋아 나오지 못한다면 아들이 대신해서라도 인민을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북한 핵시설에서 기형아 출생 심각

이젠 화제를 바꿔 요즘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는 일본의 방사성 오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이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7일 북한 조선중앙 텔레비전은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고 전했습니다.

잠시 중앙TV를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북한 조선중앙TV>

"최근 일본에서 대지진과 함께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해서 이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이 날로 확대되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사성 오염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 북한이 일본의 방사성 오염으로 인해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방사성 오염도 문제지만, 그 보다는 북한의 핵 오염이 더 큰 문제로 보입니다.

현재 북한에는 1986년 건설한 5MW실험용 원자로와 1965년 구소련이 영변에 건설해준 원자로(IRT-2000)를 비롯해 여러 핵 시설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 시설들에 대한 국제적 사찰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사찰을 거부함으로서 그곳에서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유출되는지, 오염 농도는 얼마인지, 그것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등 알 수 없습니다.

작년 11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 세계에 보도한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핵시설의 안정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알겠지만, 북한의 대표적인 핵단지는 영변입니다. 북한 핵관련 부서에서 일하다 탈북한 한 증언자는 "영변 분강지구 주민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면서 "핵시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아무런 방호복도 없이 우라늄 탱크 속으로 들어가고, 우라늄 먼지가 떠다니는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마스크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맹독성 가스와 방사선 피해로 인해 노동자들은 백혈구 감소증, 간염, 고환염, 신장염 등 직업병에 시달리며 핵실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기도 한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는 북한 핵관련 시설이 있는 어느 마을에서는 수십 년째 손가락이 6개인 '육손이'가 태어나는가 하면, 여성들은 아기를 임신하지 못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핵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차례지는 특수배급이라야 한 달에 고기 2kg, 소주 2병이 고작이라고 합니다. 고기를 먹는다고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의 영양이 좋아지는 법이 없고, 소주를 마신다고 방사성 물질이 씻겨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북한은 바다 건너 방사능 위험도 그렇지만, 자기 집안의 위험을 더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RFA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