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인민 굶어도 ‘태양절’ 축전 외화 펑펑

0:00 / 0:00

북한 언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다가오는 4월 15일, 고 김일성 주석 생일 99돌을 맞아 북한은 온통 축제 분위기입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은 태양절을 맞아 평양에서 여러 가지 정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한지 17년이 넘도록 북한에서는 그의 생일이 여전히 민족최대의 명절로 되고 있는데요,

식량난으로 온 나라 백성이 굶주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거액의 외화를 들여 외국 공연단까지 불러들여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 언론이 전하지 않는 '태양절' 행사의 일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 TV의 보도입니다.

<녹취: 북한TV보도>

"주체의 태양으로 천세 만세 높이 우러러 모시려는 만민의 지향과 염원을 대서사시적 화폭으로 펼쳐 보이게 될 '제27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 1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도 평양에서 개막됐습니다."

북한은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하러 온 외국인들을 가리켜 "수령님에 대한 끝없는 흠모의 정을 안고 뜻 깊은 4월의 축전장으로 찾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중앙 TV가 보도한 외국인들은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 아니라 '억지로' 모셔온 손님들입니다.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YTN>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기념해 개최하는 봄 친선예술축전을 위해 전세기를 띄워 대규모 외국 예술단을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러시아 소식통은 북한이 고려항공의 신형 여객기 투폴레프-204를 모스크바로 보내 러시아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옛 동구권 문화. 예술계 인사 200여 명을 태우고 평양으로 갔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이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사실 북한이 모든 비용을 들여 초청하는 것이지만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것처럼 만들기 위해 비밀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띄운 전세기 운항 비용과 외국인들의 숙박비, 현지 체류비 등을 모두 합치면 미화 100만 달러는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이 세계 각국에 식량을 구걸하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죽은 김일성의 생일잔치를 위해 거액을 쓰는 모습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김일성 생일 행사를 3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죽을 때도 계속 열었습니다.

북한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15차 4월의 봄 친선예술 축전까지 연 2만 1천여 명의 외국 예술인들과 6만여 명의 해외동포들이 참가했습니다.

이 중 세계적인 명배우들과 국내외 콩쿠르 수상자는 근 1천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습니다.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개인을 위한 우상화 축전이기 때문에 자기 돈을 내서 오라고 하면 북한에 갈 외국인이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왕복비행기표와 숙식비용, 참가비용까지 일체 다 대주어야 비로소 4월의 축전에 참가합니다.

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4.15를 앞두고 북한 외무성에는 과제가 떨어집니다. 4월 축전에 참가할 외국예술단이나 이름 있는 예술인을 초대하라는 과젭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몇 명, 중국에서 몇 명 이런 식으로 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 계획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북한 대사관에서는 주재국 외국 예술인들에게 '이번에 좀 참가 해주십사'하고 사정을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해도 계획된 숫자만큼 인원수를 채우지 못하면 그 나라 대사는 능력부족으로 찍혀 비판을 받든가, 강제 소환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초청된 외국인들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요?

한 고위층 탈북자는 "초청받은 예술인들에게는 왕복 항공료 외에도 무료로 숙식이 제공되며 매일 미화 80 달러가량의 체류비가 지급되고, 배우의 수준에 따라 300달러가 지급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4월의 봄 예술축전을 한 번 할 때마다 쓰는 외화는 약 500~6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세기를 띄워 외국 공연단을 초청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김정일 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이 관람한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을 초청할 때도 전세기를 띄웠습니다.

<녹취: 러시아21세기 관현악단 음악>

북한 매체인 데일리NK는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21세기 관현악단을 초청하기 위해 북한이 특별기를 러시아에 직접 보냈고, 체류 비용도 전액 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한 항공사 관계자는 "특별기를 북한에서 러시아까지 왕복 비행하는 데 드는 기름 값만으로도 미화 10만 달러는 족히 든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아프리카의 최빈국 나라인 짐바브웨에 까지 쌀을 달라고 손을 내밀던 북한이 이렇게 외화를 펑펑 써대자, 세계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세계는 쌀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북한의 속내가 바로 내년도 김일성 생일 100돌과 김정은 추대 잔치를 위해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진짜 굶주리는 주민들을 먹일 쌀이라면 세계가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원조를 교묘하게 '장군님의 배려'라고 둔갑시켜 낯내기 하는 것이 꼴불견이라는 소립니다.

그동안 북한 인민들은 김일성의 생일을 최상의 성의를 가지고 차렸습니다. 속담에 조상을 잘 모시면 후대가 복을 받는다고 했는데, 북한 주민들은 오히려 더 배를 곯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생전에 인민들을 위한답시고 나라의 방방곡곡을 많이 다녔습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2일자 기사에서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이고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수령님의 평생소원이었다"면서 그가 인민의 행복을 위해 걸은 노정은 144만 5천리에 달한다고 썼습니다.

이 매체는 이 노정을 길이로 늘어놓으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301번을 왕복하고, 지구를 14바퀴 반이나 돈 것과 맞먹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인민의 수령이 그처럼 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는데, 결과는 무엇입니까, 얼마 전 미중앙정보국이 193개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에서 154번째로 가난한 나라에 속했습니다.

반면에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3위로, 한국 사람들의 연간 소득은 2만 달러가량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밥에 고깃국을 먹을 걱정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살을 찌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부터 먼저 합니다.

개인 우상화가 없는 한국이나 미국 등 나라에서는 국민이 먹는 문제가 이미 해결됐습니다. 상점마다 상품이 넘쳐나고, 일반 가정에도 평균 자가용 자동차 한두 대씩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도 공을 세운 대통령이나, 나라의 지도자들을 존경하고 기립니다. 미국 건국의 지도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이 되었고,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딴 대학교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노예 해방을 선포한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기념관도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공로를 세운 지도자들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존경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어떻습니까, 과연 김일성 생일 축전장에 자발적으로 동원되는 주민이 몇 명이나 됩니까, 외국인들 앞에서 춤을 추는 여성들도 당국이 춤을 추라고 하니 마지못해 춤을 춥니다. 이처럼 '인민의 수령'은 죽어서도 두 번 인민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 일본발 방사능 오염 과민 반응

이젠 화제를 바꿔 북한 텔레비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방사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요즘 조선중앙 텔레비전은 거의 매일 같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녹취: 중앙 TV>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대폭발로 인해 많은 량의 방사능이 지구상에 확산되지 않았습니까, 그것으로 해서 세계가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 방사능 오염에 의한 피해를 막자면 그에 대한 리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앙 텔레비전은 현재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이 어떤 경로로 북한에 들어오는지, 방사성 물질의 유해에 대해 매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는 일본 정부의 늦장 대응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방사성 위험에 대한 선전이 없었습니다. 특히 핵원자력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방사능 피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합니다.

얼마나 방사성 물질이 위험한지 몰랐으면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일했던 한 주민은 “한때 구소련에서 온 기술자들이 황해남도 평산군 우라니움 광석을 보자고 할 때 북한 노동자들은 그것을 안아다 그들 앞에 놓자, 소련 기술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들은 방사능에 오염될까봐 특수 방사능 방어복을 입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려고 했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그 죽음의 ‘물건’을 손수 안고 다닌다는 게 놀랍다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 우라니움 광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마스크나 안전모와 같은 초보적인 방사능 방어복장도 없이 작업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우라니움 농축을 하는 영변 지구에서도 노동자들이 안전복을 착용하지 못하고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탈북자는 영변 핵기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영양제 식당에서 주는 돼지고기 국이나, 술 등을 먹으면 방사능 피폭에서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배운 사람들은 좀 다르지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북한 영변 핵물리대학을 잘 알 겁니다. 이곳 대학생들은 대학을 거의 자퇴를 합니다. 종신토록 방사선을 쪼이면서 혹사당하는 게 걱정스럽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바다 건너에서 오는 방사능 위험보다는 자기네 핵시설에서 방출될 수 있는 방사능을 먼저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