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김일성 생일 100돌과 타이타닉 침몰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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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전매체의 보도 내용을 뒤집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 김일성 전 주석 생일 100주년을 맞아 북한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1비서의 이름으로 된 선물이 주민들에게 차례졌습니다. 그 가운데는 흰 돼지 발족(족발)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여인의 사진이 공개돼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100년 전 침몰한 타이타닉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타이타닉의 모습을 재현하던 한 호화여객선에서 환자가 발생하자, 운항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져 세상 사람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타이타닉' 침몰 100주년 행사를 알아봅니다.

- 지난 4월 11일 진행된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서 탈북자 출신의 조명철 박사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통일의 꽃'으로 알려진 임수경씨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는데요, 북한 매체는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순서에서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을 맞아 주민들에게 여러 가지 식료품이 선물로 배급됐습니다.

그 가운데 돼지족발을 들고 흐느껴 우는 한 여인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 웹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자애로운 어머니 당이 베푼 또 하나의 인민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8장이 공개됐습니다. 사진들은 돼지고기와 사과를 받아 안은 병원 환자들이 감격해 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을 분석한 결과 선물이 전달된 곳은 김만유 병원과 평양산원입니다. 북한에서 손꼽히는 중앙 병원들입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본 미국의 교포들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안쓰럽다고 말합니다.

미국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이 서니 리 씨의 말입니다.

"이해할 수가 없지요, 미국에서는 먹을 때문에 걱정하는 일이 없는데,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는지, 어떤 때는 죄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에서는 식품 상점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돼지 족발이 왜 북한에서는 귀한 물건이 되는지 알 수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누구의 강요를 받아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합니다. 한국 언론은 "이런 사진은 내부 선전용으로 충분할 텐데 왜 굳이 외부에 공개했는지 북한 당국의 머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혹평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주민들이 태양절에 잘 먹는다"는 것을 선전하느라 소개한 사진이 오히려 세계인들의 웃음거리가 된 셈입니다.

북한에서 이렇게 '태양절' 행사에 들떠있을 때, 세계 곳곳에서는 100년 전에 침몰한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 호를 기리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들으시겠습니다.

<녹취: YTN> "100년 전, 타이타닉 호가 출항했던 곳을 '엠에스 발모럴 호'에는 타이타닉 승객 수와 같은 천 309명이 타고 있습니다. 당시 의상까지 멋지게 갖춰 입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승객 중 50여명은 실제 타이타닉 호 희생자들의 후손이기도 합니다. 타이타닉 호의 여정을 따라가는 발모럴 호는 4월 15일에는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지점에 멈춰 추모식을 열 예정입니다"

영국 선적(船籍)의 4만 6천 톤 급의 타이타닉호는 당시 세계에서 최고의 증기선이었습니다. 대서양을 횡단할 목적으로 만든 이 배는 선체의 길이만 해도 268m, 선폭은 28m에 달했습니다. 전체 승선인원은 2천223명에 달했습니다. 24개의 보일러로 5만 마력의 힘을 낼 수 있게 설계된 타이타닉호에는 '신(神)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는 수식어가 따랐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과 같은 4월 15일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에 대해서는 대부분 북한 주민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살다 나온 탈북자들에 따르면 미국영화 '타이타닉'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봤다고 합니다.

북한이 운영하는 대남방송인 '한국민족민주전선'은 1999년에 "동방에서는 같은 날 김 주석이 탄생했지만, 서방에서는 자본주의 상징으로 예찬되던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다"며김일성을 '떠오르는 해'에 비유했고, 자본주의는 '침몰하는 배'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침몰위기에 처한 것은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얼마 전 100년 전 타이타닉을 재현하던 세계 초호화 여객선에서 환자가 발생해 뱃머리를 돌렸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난 10일 타이타닉의 여정을 따라가던 발모럴 호에서 지난 10일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여객선 관계자는 "응급 구조 헬리콥터가 닿을 수 있는 지점까지 이동하느라 여객선이 예정 항로를 벗어나 20해리, 즉 35km 가량 북쪽으로 항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응급 환자는 아일랜드 해안경비대의 긴급 헬리콥터에 실려 육지의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됐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생명을 놓고 거대한 행사여객선이 항로를 바꾸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손자로, 3대 권력의 자리에 오른 김정은을 축하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평양 시민이 동원됐습니다.

열병식장에는 얼굴이 새까맣게 탄 20대의 여성이 나오는가 하면, 밤 무도장에는 나이가 지긋한 주민들도 동원되어 춤을 춥니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으로 어린이 2명 중 1명이 영양실조로 앓고 있는 북한, 돼지족발을 놓고 흐느끼는 인민이 느끼는 강성대국의 느낌은 어떨까요?

=북,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 은폐

다음 주제입니다. 지난 4월 11일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비례 대표 4번으로 출마했던 탈북자 출신 조명철 전 통일교육원장이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나갔던 임수경 씨도 국회의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명철 의원을 비난하는 등 남한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북한은 정작 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선거 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달 초에는 북한 웹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조 의원과 함께 김일성 종합대학을 다닌 동창생들과 교원들을 출연시키고 그의 학력을 흠집을 내는 등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했습니다.

<녹취: 우리민족끼리>

1994년 한국에 입국한 조명철 의원은 남한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과 통일부 통일교육원 원장을 지냈습니다.

그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자, 북한에서의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있는 27개 탈북자 단체들이 공동으로 조명철 의원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결국 그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이번에 대한민국 국회에 입성한 사람들 중에는 임수경 씨도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임수경에 대해서는 ‘통일의 꽃’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매체는 임씨의 국회의원 당선에 대해서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 선전매체들은 임씨의 국회의원 당선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안법에 걸려 감옥생활까지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선전하면 오히려 북한주민들에게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선전하는 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임수경을 ‘통일의 꽃’으로 환대했습니다. 21살 어린 나이에 남한 체제를 비판하고, 김일성, 김정일을 접견하고,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동조하는 그 장한 모습에 북한주민들도 영웅대접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임씨가 판문점을 통해 돌아간 다음에 남쪽에서의 생활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을 이해하게 하는 주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임수경이 남조선에 가면 죽을 것이다”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그가 판문점을 순순히 넘어가고, 감옥에서 몇 년 동안 살고 풀려나올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한국 외국어대학교를 다시 다녀 졸업했고, 미국에서 유학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21번으로 출마해 국회의원까지 되었습니다.

“3대가 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던 임수경 씨가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남조선은 인권불모지”라고 선전하던 북한매체의 선전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탈북자가 북한에 돌아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됐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또 눈길을 끄는 국회의원은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 씨입니다. 필리핀의 방송인 겸 배우였던 그는 199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고 한국 국적을 얻었습니다. 외국인 출신이 늘어나는 한국의 현실에 맞게 다문화 가정을 대표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이 자스민 씨가 뽑힌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도 열심히 배우고 갈고 닦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고, 어젯날 감옥에 갔던 사람도 준비를 하면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입니다. 요즘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들이 늘어가는 추세여서 외국인 귀화자들도 국회의원이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