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현대그룹 망친 북한의 횡포

북한이 지난 8일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독점권 취소를 발표하면서 남북 화해와 교류의 상징이던 금강산 관광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 사옥 내 투어센터에서 한 직원이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
북한이 지난 8일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독점권 취소를 발표하면서 남북 화해와 교류의 상징이던 금강산 관광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아산 사옥 내 투어센터에서 한 직원이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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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진행에 최민석입니다. 거액의 달러를 주고 금강산 관광사업에 뛰어들었던 현대그룹이 북한의 횡포 앞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은 얼마 전 현대그룹과 맺었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파기한다고 선포하고 그 책임을 한국정부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 매체들이 대변인으로 나섰는데요,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현대가 위기에 처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 보도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우리는 현대 측과 맺은 금강산 관광에 관한 합의서에서 현대 측에 준 독점권의 효력을 취소하고, 북측지역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우리가 맡아하되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할 수 있으며,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현대가 계속 맡아한다는 것을 현대 측에 통고하고 그에 대한 종식문건을 정식 넘겨주었다"

북한의 주장을 요약하면 남한 정부가 관광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와 맺었던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사업자에게 넘길 수 있다는 소립니다. 금강산을 무한정 놀릴 수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넘겨 돈벌이를 하겠다는 소립니다.

원래 금강산 관광은 199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북한에 미화 5억 달러를 주고 50년 동안 독점한다는 계약 하에 시작됐습니다. 북한은 50년 동안 현대에게 금강산 관광을 맡기고 거기서 생긴 이익금의 일부를 받아 가면 됩니다.

이미 북한은 매년 3천만 달러씩 꼬박꼬박 받아 챙겼습니다. 이렇게 지난 10년 동안 금강산을 빌려준 대가로 근 4억6천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북한에 있어 금강산관광은 '젓 짜는 암소'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북한당국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다음 철조망을 두르고 일반 인민들이 금강산 근처에도 얼씬 거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국가가 남한기업에 땅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아먹은 겁니다.

그러다가 2008년 7월 한국 관광객이 관광을 갔다가 북한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중단됐습니다.

그때부터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남북간 기싸움은 갈수록 거세졌지요, 북한은 가만있어도 줄줄 들어오던 달러가 끊겨 야단났습니다. 1년에 3천만 불은 결코 작은 돈은 아닙니다. 지금 북한이 헐값으로 석탄, 광물 등을 중국에 팔고 있는데 관광은 앉아서 돈을 벌 수 있었지요.

이런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려면 한 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김정일 위원장이 통이 크게 한국 국민들에게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해명하는 것입니다. 내년에 강성대국 선포를 하자면 달러도 많이 필요할 테고, 아들 김정은을 내세우자면 인민들에게 선물도 듬뿍 줘야 하는데 그러자면 외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북한은 "금강산 관광 안전을 최고의 수준에서 담보해주지 않았는가"고 반박합니다. 그 소리는 지난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6일 만에 겨우 김정일을 만났을 때 "앞으로 아무 일없을 테니 관광오라우"라고 한 소리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한국의 요구는 북한이 공식 해명할 것은 하고, 사과할 것은 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지 지도자가 사석에서 기업총수에게 지나가는 소리로 하는 한담이 아닙니다.

북한에선 김정일의 말 한마디면 다 되는 줄 아는데 민주주의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 간 공식적인 문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약속도 없는데, 사지 판으로 구경 갈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국가는 자국민 보호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국민을 위험지역으로 보낼 수도 없습니다. 또 금강산에서 총소리가 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이 한 가지만 놓고 봐도 북한에서 사람 목숨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파기하면서 현대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습니다. 현대를 파산에 몰아넣고도 북한은 "남조선 당국의 책동으로 현대가 경영난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누구 때문에 현대가 어려움을 겪습니까,

사실 현대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북한 자신입니다. 1990년 말 고 정주영회장이 황소 1천 마리를 무상으로 줄때 만해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현대를 인질로 잡았습니다. 2003년 정주영 회장의 뒤를 이었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장이 북한에 돈을 준 문제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녹취: YTN>

"오늘 새벽 5시 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장이 투신자살 했습니다"

그 다음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중단되는 등 타격을 입었습니다. 결국 금강산 관광객이 피살되면서 더는 금강산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북한은 정주영 회장을 김정일 우상화에도 써먹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남조선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주영이 온 겨레의 마음속에 태양으로 빛나는 위대한 장군님을 뵈옵고, 민족애로 뜨거운 그이의 손을 꼭 잡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정주영회장이 말년에 고향이 그리워 금강산 관광을 택했다면서, 마치 현대 그룹이 김정일의 큰 배려나 은정을 받은 것처럼 미화했습니다.

만약 정주영 회장이 금강산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는 참극도 없었을 것이고, 현대가 지금처럼 경영난에 허덕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현대가 지금까지 금강산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1조3241억 원(미화 13억 달러)에 달합니다.

지금은 현대가 금강산에 투자한 자산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한국 언론 보도>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중국여행사가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6개월 기간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관광객들이 금강산 관광지구내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북한은 금강산에서 달러벌이가 안 되자 어떻게 합니까, 젓이 나오지 않는 암소는 도살 하든가 팔아치워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관광객들에게 금강산 관광권을 팔려고 합니다. 현대가 지어놓은 관광시설에, 현대 소유의 호텔에 중국 관광객들을 받아놓고 장사하려고 합니다.

이번 일로 북한은 '신용불량자'의 딱지를 얻었습니다. 강성대국을 위해 달러가 몹시 필요한 북한은 대풍그룹이요, 투자합영위원회를 만들고 "제발 공화국에 투자해주십사"하고 세계에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가 투자해줍니까, 총소리가 나는 위험 지역에 관광갈 정신 나간 사람도 없고, 사업 계약을 맺었다가 하루아침에 차버리는 그런 신용불량국가에 누가 투자하겠습니까,

그럼 가까운 중국이 공짜로 투자해줍니까, 달러에 목멘 북한은 중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금강산에 카지노 도박장까지 만들 작정입니다.

북한은 남한에서 매년 수억 달러씩 지원해주던 지난날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때는 공짜나 다름없이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고난의 행군'에서 승리했다고 자축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지원이 끊어진 지난 3년 동안 북한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다시 풀을 뜯으러 산으로 올라간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가져간 돈은 무려 35억 달러에 달합니다. 그 가운데 식량 차관 등으로 한국에 진 빚만 약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북한이 지금도 어려운데 그 돈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태초부터 자본가의 재산을 빼앗아 먹어야 한다는 사상으로 태어난 집단 때문인지 공짜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북, 서해 표류 북한 주민 ‘강제납치’ 주장

화제를 바꿔 북한이 요즘 주장하는 ‘북한어선 강제납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월초 서해안으로 표류됐던 31명 북한 주민들 중 27명이 돌아간 다음에 북한은 이 사건을 ‘강제납치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19일자는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진상공개장을 발표하고 “기상악화로 표류된 어선에 괴뢰군놈들이 무작정 뛰어올라 총탁과 곤봉으로 주민들을 사정없이 구타해 일부는 심한 타박상을 입거나,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표류됐던 북한 주민들은 한국에서 따끈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잘 먹다 올라갔습니다. 그 중 4명의 주민은 자유를 찾아 남한에 남겠다고 귀순했습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북한은 “남조선 괴뢰들이 주민들을 구타했다느니, 고장 난 선박을 고쳐준다고 하더니 오히려 더 못쓰게 만들었다”고 시비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아마 귀순한 4명 주민들이 억류됐다고 우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북한이 지금 강제납치요, 억류요 하지만 사실 자기들도 대북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미국시민 한사람을 억류하고 있습니다.

전용수라는 한국계 미국인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줄 빵공장을 지어주기 위해 나진 선봉에 들어갔다가 북한에 억류됐습니다.

북한은 그가 얼마전 “반공화국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을 미끼로 미국 정계의 큰 인물을 불러들일 심산인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나진선봉에 들어갔던 일본인 2명도 구속하고 거액의 보석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시기에도 한국 국민들을 억류시켜놓고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했습니다.

개성공단에 나가 있던 한국 근로자가 체제 비난을 했다고 5개월 동안 억류한 적도 있고, 지금도 500명이 넘는 국군포로를 돌려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하면 로맨스(달콤한 사랑)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북한은 자기들이 억류한 사람부터 내놓고 강제납치를 논해야 되지 않을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