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노동계급의 국제적 명절 5.1절을 맞아 북한 매체들이 "우리 세상은 노동계급의 세상"이라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자본주의 근로자들은 착취계급에게 착취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자본주의 나라 근로자와 북한 노동자의 권리를 비교하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의 명절인 5.1일을 맞아 북한 텔레비전은 '나는 노동자의 아들이다'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노동자의 신분을 한껏 띄워주었습니다.
<녹취: 북한 TV> "나는 저 멀리 강가에 홀로 서있었다. 나에게는 아버지 자랑 할게 없어서..."
사실 북한에서 노동자는 제일 낮은 신분이지만, 북한매체들은 열등감을 느끼는 노동자들을 다독이느라 "우리나라는 노동계급의 세상" "노동계급이 최고"라고 띄워주고 있습니다.
또 5월 1일자 노동신문 국제란을 보니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소식도 있네요, 여기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는데요, '멸망의 나락에서 허덕이는 자본주의'라는 기사에서는 미국의 월가점령 시위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외신을 인용해서는 "서방의 젊은이들이 사회주의 사상에 대해 공포를 가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출로로 삼으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자본주의는 희망이 없고, 사회주의가 제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모양인데요, 신문이 주장한대로 요즘 자본주의 나라에서는 경제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가점령 시위도 시작되었는데요, 그럼 이 기회에 월가점령 시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금융중심가인 뉴욕 맨하튼에서는 "Occupy wallstreet", 즉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월가(Wall Street)는 뉴욕시의 한 거리이름인데요, 이곳에 증권 거래소와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몰려있습니다.
월가에서 시위가 벌어진 이유는 "최고 부자 1%가 99%의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구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1%에 달하는 부자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한 반면에, 시위대들은 자기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하다고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위는 처음에 몇 명이 주코티란 공원에 모여 시작했는데, 핸드폰 문자를 보고 달려 나온 사람들로 순식간에 불어났습니다. 한국 언론에 소개된 시위현장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YTN> "시위대 7천명이 미 서부 오클랜드 항만 앞을 가득 메웠습니다. 항만 업무는 전면 금지됐습니다.
이들은 낮에는 금융기관과 회사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창문을 부수고 경찰들과 몸싸움을 하고 밤에는 공원에 천막을 치고 잤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밝으면 또 다른 회사로 몰려가 시위하는 식입니다.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점령 시위는 미국 동부 보스턴과 워싱턴 DC로 확대되다가, 점차 서부로 번졌고, 그 다음에는 세계 80여개 나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월가점령 시위는 처음에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듯 했지만, 시위목표도 뚜렷하지 못하고, 지도자들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두 달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또 시위자들 속에는 노숙자와 불량배가 끼어들고, 성폭행과 마약 투약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벌어져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반 월가 시위대의 베이스 캠프인 미국 뉴욕의 주코티 공원. 곳곳에 텐트가 빼곡히 설치돼 있습니다. 영하의 추위를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칸막이 없이 사생활이 철저히 노출됐던 초기와는 달리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현재까지 주코티 공원에서는 성폭행과 성추행, 도난 사건 등이 부지기수로 발생했습니다. 개방과 자율을 강점으로 내세운 시위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올해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월가점령 시위대의 대규모 시위가 예상됐지만,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AP통신은 "지난해 '노동절'때 시위보다 참가자가 많지 않았다"면서 "월가 점령시위가 집중적인 이슈를 제기하지 못한 채 주목을 끌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참가자들은 권태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월가점령 시위는 신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금융기관들의 부도덕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의를 남겼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위는 좌절감에 빠진 국민의 분노를 의미한다"면서 "미국의 잘못된 금융 시스템을 바로잡으라는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월가점령 시위나 다른 자본주의 나라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구호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1일자 노동신문은 "최근 자본주의나라들의 시위투쟁에서 사회주의구호가 높이 울려나왔다"면서 "이것은 지식인들을 비롯한 많은 근로대중이 사회주의혁명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썼습니다.
노동신문이 어디서 이런 내용을 보고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자본주의는 인류가 지금까지 세운 사회제도 가운데 그래도 사람이 살만한 사회입니다. 북한처럼 성분 제도도 없고,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노력한 만큼 성과를 맛볼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자본주의를 비방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실업문제인데요, 사회주의라고 실업자가 없는 게 아닙니다.
작년에 월가점령 시위가 벌어진 것도 2008년부터 경제가 안 좋기 때문에 생긴 건데요, 북한경제도 그 여파를 입었습니다.
미국이 경제가 안 좋으면 바로 중국이 영향을 받습니다. 왜냐면 중국은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제일 많이 수출하는데, 미국 경제가 안 좋으면 물건이 팔리지 않아 중국도 경제가 나빠지게 됩니다.
중국 경제가 안 좋으면 북한 경제도 어려워집니다. 왜냐면 북한이 원유와 쌀 등을 중국에서 가져다 쓰는데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구는 돌고 돌아서 하나로 연결됐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북한이 요즘 자본주의 나라에 실업자가 넘쳐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북한엔 실업자가 없습니까,
그럼 북한 노동자들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 노동자가 다른 나라 노동자들과 다른 점이 여러 개 있는데요, 우선 실업자가 없다고 합니다. 국가가 노동자들에게 직장을 배치해주고 일을 시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일시키고 식량과 월급을 제대로 안 주는 나라는 북한이 유명합니다. 군수공장과 평양의 몇 개 공장을 제외하고 지방 공장 기업소들은 배급을 못 준지 오래됐습니다.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한 달에 2천 원 정도. 미화로 따지면 1달러도 되는데요, 이 돈으로 장마당에서 쌀 1kg도 못 사지요.
그것도 제대로 주면 모르겠지만, 노임 타는 날에는 무슨 인민군대 지원이요, 건설 지원이요 하면서 이것저것 다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습니다. 그러니, 가정을 유지하는 책임은 고스란히 아내들의 몫인데요, 간부 부인들은 몸이 너무 나서 고혈압 걱정을 하지만, 노동자 아내가 장사를 못하면 가정이 망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합니다. 직장에 나가지 않으면 바로 보안원들이 강제노동을 시킵니다.
또, 북한에는 무리배치라는 게 있지요, 미국이나 한국 등 자본주의 나라 국민들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아서 들어가지만 북한에서는 무리배치라는 게 있습니다. 10년 동안 힘들게 군대복무를 하고 탄광이나 광산에 무리 배치되는 사람들은 정말 억울합니다.
북한은 제대군인들이 탄광에 갔다가 도망칠 가봐 노동당에 입당시켜 보냅니다. 그러면 제대군인들은 출당 될 가봐 도망도 못치고, 한두 해 지나다 보면 그냥 눌러앉아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숩니다.
또, 북한 노동자들은 쌀을 달라거나 노임을 달라고 말할 자유도 없습니다. 아마 쌀을 달라고 시위를 하면 반체제 분자로 끌려가 공개 처형당할 것입니다.
지난해 남한에서는 한 여성 노동운동가가 직장의 정리해고를 반대해 300일 동안 대형 크레인(기중기)에 올라가 시위를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때 이 여성은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35m나 되는 대형 기중기에 올라가 시위를 했는데요,
북한에서 어떤 노동자가 이렇게 시위를 했다면 당장 반혁명 분자로 끌려가 총살당했을 겁니다. 그래도 남한 여성은 시위를 그만둔 뒤에는 대학을 다니며 강연을 해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또 무보수 노동이 가장 많은 것도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요즘 북한 텔레비전을 보면 군대들이 공사를 많이 합니다. 이 군대들은 10년 동안 아무 보수도 못 받고 일합니다. 한국이나 미국 같으면 노동자가 하루 건설 노동을 하면 미화 100달러 정도는 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국가가 군대들을 공짜로 부리는 셈이지요.
북한 노동자들은 이처럼 자신들의 인권이 무엇인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조차 모릅니다. 122년 전 5월 1일 미국의 시카고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인 것도 자기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 노동자들은 월급을 제대로 안주거나, 간부들만 잘 살면 시위할 자유가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착취당해도 말을 못하고, 월급을 안 줘도 말을 못하고, 탄광이나 광산에 보내도 불만을 터칠 자유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노동자와 북한 노동자의 차이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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