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 최민석입니다.
먼저 오늘 전해드릴 간추린 내용입니다.
- 인도주재 북한 대사관 관원들이 현지 자동차 밀매범과 거래했다는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북한 외무성 일군들의 해외 생활을 알아봅니다.
- 그동안 건강상 이유로 굽이 높은 신발을 삼가 해오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시 굽이 있는 신발을 신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북한 경제의 사령탑인 최영림 내각 총리가 최근 경제 분야를 요해하는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 실권이 없는 총리를 왜 내세우는지 북한 언론이 전하지 않는 이상의 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입니다.
= 인도 주재 북 대사관, 차 밀수에 개입
현재 인도 경찰은 차량 밀수 사건에 북한 대사관이 개입됐다는 증거를 포착하고 수사 중에 있습니다.
인도 신문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지난 몇 년 동안 고급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밀수해온 한 남성이 50억 루피(미화 1억 달러)상당의 세금 탈세로 조사받는 가운데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과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15일 보도했습니다.
인도 언론의 보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도 국세정보국(DRI)은 32살의 차량 밀수범 슈미트 왈리아를 단속했습니다. 그는 수년 동안 해외에서 도난당한 차량이나 중고차를 인도에 들여와 새 차로 위장해 팔면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습니다.
그는 차를 들여오는 과정에 관세를 물지 않으려고 북한과 베트남 대사관 관계자들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에서는 외국에서 중고차를 들여올 경우, 차 값의 160%, 새 차의 경우 109%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왈리아는 외국 대사관에서 차를 쓰는 것처럼 들여오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북한 대사관에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1961년에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에 따르면, 외교 공관 내에서 쓰는 건물이나 차량 등은 세금을 내지 않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법에 정해진 이러한 외교관 특권을 이용해 북한 재외공관들이 불법 행위에 개입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더욱이 북한 대사관이 개입된 밀수 차량들은 다른 나라에서 도난당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큽니다.
북한 재외 공관이 불법 행위에 가담해 망신살을 한 사례는 이뿐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의 일부 건물이 도박장으로 이용돼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연합뉴스>“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일부 건물이 불법 카지노 시설로 전용됐다고 일간지 '이즈베스티야' 등이 보도했습니다. 이 언론들은 2009년 7월 러시아 내 주요 도시에서 카지노 영업이 금지됨에 따라 지하로 숨어든 카지노 업자들이 치외법권 지역인 외국 공관을 불법 영업장소로 이용하게 됐다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북한 대사관은 이 보도가 나가자 즉각 부인했습니다. 모스크바 서쪽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은 2010년 9월 대사관 건물 일부를 식당으로 쓰겠다는 현지 업체에 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이 도박장으로 이용됐습니다. 현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 영업장은 사전 예약을 받은 손님만 들여보냈고, 기존 고객이 추천한 사람의 경우에도 철저한 검사를 거쳐 들여보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눈을 피하지 못하고 딱 걸렸습니다.
또 개별적인 북한 외교관들은 가짜 담배를 밀수해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실례로 2009년 11월 러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 박 모 씨와 강 모 씨가 러시아 담배를 밀수하려다 스웨덴 세관에 단속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스웨덴 경찰이 담배 23만 개비를 밀반입하려한 혐의로 북한 외교관 2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부부 사이로 알려진 이 두 외교관은 스웨덴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에 러시아산 담배를 실었다가 세관검사에서 걸렸습니다.
스웨덴 세관 직원이 단속하자, 이들 부부는 “자동차를 타고 스웨덴에 입국했을 뿐, 담배를 구입하고 운송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즉각 석방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북한 외교관 부부도 ‘외교관계에 관한 국제협약’ 제40조에 근거해 면책 특권을 요구했지만, 결국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면 북한 외교관들이 이렇게 불법 행위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에서 외무성 일꾼이라 하면 최고의 직업입니다. 왜냐면 외국에 나갈 수도 있고 외국 물건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좋은 자리를 차지하자면 토대가 좋아야 하지만, 그보다는 윗사람에게 잘 보여야 합니다.
고위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해외에 나가는 북한 대사관에도 ‘충성의 당자금’ 계획이 있습니다. 대사관에서는 ‘충성의 외화벌이’ 자금을 노동당에 바쳐야 하고, 개별적인 외교관들은 보위부나 간부과에 뇌물을 바쳐야 합니다. 특히 4.15일이나 2.16일이 되면 더 많은 과제가 떨어집니다.
당에서 요구하는 액수를 채우지 못한 북한 대사관 책임자들은 평양에 불려가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심한 경우에는 출국이 금지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북한 외교관들은 상납금 부담을 이기지 못해 해외로 망명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상부에 바칠 외화를 벌기 위해 현지에서 위조달러와 마약 판매에도 뛰어듭니다.
어떤 외교관들은 외국으로 나갈 때 위조지폐를 가지고 나갔다가, 물건을 대량 구입할 때 그 속에 끼워 넣어 차익을 챙기는가 하면, 어떤 대사관 직원 아내는 야채를 팔아 뇌물을 준비했다고 한국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원래 대사관의 경비는 본국에서 대주는 게 관례입니다. 외교관들이 밖에서 일을 잘하자면 국가에서 비용을 대줘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거꾸로 뇌물을 요구하니 외국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형국입니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북한은 남쪽에서 들여가던 외화 가운데, 1년에 약 3억 달러 가량 손해보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최근엔 외교관들에게 요구하는 상납금 액수가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북한의 모든 관심은 내년도 ‘강성대국 선포’에 맞춰 외화와 식량을 더 많이 확보하는데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의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김정일 건강호전? 키 높이 신발 다시 신어
다음 소식입니다. 그동안 건강상 이유로 굽 높은 신발을 신지 않던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다시 굽 있는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녹취: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송고한 현지지도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이삼 센티미터 정도의 굽이 있는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구장군의 구장양어장을 현지 지도하는 사진인데 양복바지 밑으로 낮은 굽의 구두가 드러납니다.”
그러면 김 위원장의 구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김 위원장은 작은 키 때문인지 굽이 높은 구두를 즐겨 신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갔을 때 김 위원장은 10cm이상 높은 신발을 신은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굽이 없는 신발을 신은 것은 2008년 11월.
뇌졸중을 앓은 뒤, 김 위원장이 키 높이 구두 대신 바닥이 평평한 편리화를 신은 모습이 북한 매체에 자주 공개됐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의 전문 의사들은 “뇌졸중으로 걷기가 힘들고, 발에 쏠리는 무게 때문에 불편함을 조절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구장 양어장 시찰 때 굽이 있는 구두를 다시 신은 것은 그만큼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을 되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 ‘허수아비’ 북 총리 경제 살리기 주력?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 언론 매체에는 최영림 내각총리가 경제 부문을 단독 요해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15일 최영림 총리가 황해남도 일대의 영농실태를 돌아보고 협의회를 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보도>“최영림 총리는 13일부터 15일까지 모내기 전투가 시작된 황해남도 영농실태를 현지에서 요해했습니다.”
북한 총리가 경제부분을 홀로 관장하는 모습은 이례적인 광경입니다. 과거 총리들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동행하면서 지도를 받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최영림 총리는 올해 들어서 군대들이 건설하는 희천발전소 건설장에도 가보고,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도 다녀갔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명백한데요, 총리가 돌아볼 때는 ‘현지료해’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즉 아래 사정을 알아보고, 요해한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에는 ‘현지지도’ ‘현지시찰’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다른데요, 이유는 “총리는 요해만 할 뿐, 결론을 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권한 제한’ 설명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 언론매체들이 총리의 행보를 단독으로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 총리는 경제를 담당한 수장입니다. 하지만 북한 인민경제는 군수경제와 당경제에 좋은 공장을 다 뺏기고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그러니 북한 총리는 아무 실권도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합니다. 오죽했으면 “북한 내각 총리가 30만 달러가 없어 외국과 경제 경협을 못한다”는 한탄까지 나오겠습니까,
올해 82살 난 최 총리가 과연 거덜 난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 법 하지만, 그래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총리도 민생현장을 뛴다는 선전 효과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