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북한 매체의 동향을 뒤집어 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 요즘 북한선전매체들이 평양에서 진행되는 소년단 경축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왕가물에 대한 보도를 등한시 하고 있습니다. 20대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한평생 자기에게 충성할 어린 소년들을 불러놓고 통 큰 ‘미래투자’를 하고 있을 때, 북한 전역은 50년 만에 찾아온 ‘왕가물’로 시름을 겪고 습니다. 극심한 자연재해와 막대한 정치행사 비용, 국제적 고립에 직면한 북한이 내년도 식량난이 최악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 상황이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때와 비슷하다는 애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때와 어떻게 비슷한지 알아보겠습니다.
50년 만에 찾아온 왕가물 피해에 대해 북한 매체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매일 소년단 대회 분위기를 띠우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녹취: 북한중앙 TV> 북한 기자: 소년단원 동무들, 안녕하십니까, 방금 지하철 승강기를 타고 내려왔지요? 기분이 어떻습니까,
소년단원들: 좋습니다.
평양에 지국을 둔 해외 언론사인 AP 통신이 북한당국의 허락을 받아 촬영한 남포시의 농촌을 보니, 논밭은 거북등처럼 갈라졌고, 서해안 지역의 논밭들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모내기도 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북한 현지 농민의 말입니다.
<녹취: 북한 농민> “4월 25일 이후에 비가 오지 않아서 가뭄으로 농작물 생육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5월 12일 날 모내기를 하려고 했는데, 가뭄이 심해서 모내기를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북한 날씨를 보면 5월 30일 가끔 비가 내렸다는 소식 이외에는 특별하게 큰 비가 내렸다는 애기가 없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 관계자들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북한에만 비가 내릴만한 조건이 지어지지 않는다고 하늘을 한탄했습니다.
<녹취: 북한 기상수문국 관계자> “최근 우리나라 전반적 지방, 특히 서해안 지방에서 심한 가물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데다가 4월 30일 이래 온도가 제일 높고, 북쪽의 찬 기운이 내려오지 못하고….다시 말하여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부딪쳐야 하는데, 그런 조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 지국을 두고 있는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도 평양발 기사에서 “평양과 남포,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지방이 지난 4월 이후 10mm 이하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같은 가뭄은 1962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지 북한 주민들도 반세기만에 찾아온 지독한 가뭄 때문에 강냉이가 타들어가고 있다고 한숨짓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황해북도 황주군의 한 협동농장 논바닥은 가뭄으로 쩍쩍 갈라졌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에는 뜨락또르(트랙터)에 설치한 강우기로 농민들이 물을 뿜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강우기로 물을 뿌린들, 타들어가는 전체 밭을 다 적시기엔 역부족입니다.
또 전기도 모자라 그나마 있는 물을 퍼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북한에 제일 많은 게 사람인데, 사람이 많으면 뭘 합니까, 역시 제일 야단은 물 부족입니다.
현재 북한 산림이 황폐화 된 결과 수목이 없어서 개울과 시내물이 대부분 말라버렸습니다. 산에 나무가 있어야 물을 저장할 텐데 나무가 없으니 샘물이 마르고 시내물이 말라버린 겁니다.
북한 서해안 지역의 벌방지대는 겨우내 저수지에 물을 충분하게 잡아 두었다가 모내기 때 씁니다. 하지만, 저수지와 호수의 물이 말라버려 모내기까지 어렵게 된 것입니다. 식량난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이 6월이니 지금까지 파종을 하지 못한 땅에서 곡식을 거두리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외신들은 2개월간 가뭄이 지속되면 북한은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과 같은 대 아사를 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벌써 농촌에서는 이미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국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SBS> “농사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단체들은 곡창지대로 불리던 황해도에서 많게는 수천 명이 굶어 죽었다고 전했습니다."
극심한 대홍수와 아사, 국제적 고립은 현재 김정은 정권이 처한 상황이 18년 전 고난의 행군 때와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생각나시겠지만, 북한에서 90년대 중반은 ‘고난의 행군’이라고 말합니다.
1994년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하면서 권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로 이양되던 시점입니다. 그 후 북한은 태풍과 해일, 대홍수로 3년 동안 자연재해를 입었습니다. 게다가 대외적 고립 등으로 1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북한도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이렇게 인정을 했는데요, 최현수 농업성 부국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북한 농업성 최현수 부국장: “정말 생각할수록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94년 7월 들이닥친 자연피해로 해서 전국적으로 3만3천 7백여 정보의 논과 22만 8천여정보의 강냉이 밭이 침수되어, 72만 여 톤의 알곡 수확을 손해 봤습니다....”
북한이 당시 몇 명의 주민들이 아사했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아사한 주민들은 당을 충실하게 믿고 장사도 할 줄 모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북한은 당시 주민들이 굶어죽은 이유를 자연재해와 제국주의 봉쇄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경제파탄과 수령 우상화 행사에 과도한 자금을 지출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은 김일성 시신을 영원한 모습으로 안장하기 위해 금수산의사당을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개건 확장했습니다. 당시 소요된 돈은 미화 8억 9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돈으로 옥수수를 사면 당시 국제곡물시장에서 쌀 220만t 또는 옥수수 440만t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대홍수와 장마로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죽을 때도 궁전 건설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올해 4월15일 김정은 체제를 출범시킨 ‘태양절’ 행사에 북한은 막대한 돈을 썼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약 20억 달러로 추산했는데요,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JTBC> “화려한 불꽃놀이가 평양의 하늘을 밝힙니다. 불과 30분 불꽃놀이에 들어간 비용은 1670만 달러. 정부 당국의 추정에 의하면 불꽃놀이를 포함한 이번 김정은 권력승계 잔치의 계산서는 모두 11억6천만 달러입니다....”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미사일 발사장 건설에 4억달러, 로켓과 인공위성 개발에 각각 3억 달러, 1억5천만 달러로 한국 정부 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돈이면 중국산 옥수수 250만t을 살 수 있고, 이는 북한 주민 1천900만 명이 1년 동안 배급을 줄 수 있는 양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 정권이 처한 대외적 환경도 90년대 중반과 비슷합니다.
90년대 초 소련에서 사회주의 깃발이 내려지면서 러시아는 자본주의가 들어서고, 중국은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외상 원조와 물물 교환을 위주로 하던 사회주의 시장은 문을 닫고, 달러가 없이는 무역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스스로 문을 안으로 닫아걸고 고립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인민들에게는 “제국주의 연합세력이 우리를 고립 압살시킨다”고 선전했지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한국 등 외부에서 쌀을 주어 북한은 체제 붕괴를 겨우 면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김정은 정권의 대외관계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장거리 로켓발사로 미국이 영양지원을 중단했고, 중국도 장거리 로켓이니, 핵실험이니 하면서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키는 김정은 정권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과도한 정치행사자금 남발, 자연재해, 국제적 고립은 다시 한 번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지 6개월째. 북한의 대내외적 상황이 김일성 사망 이후 100만 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4년과 여러모로 흡사하게 흘러갑니다.
국가공급 체계가 붕괴된 지 20년, 그 20년은 주민들이 자력으로 장사를 하고, 뙈기농사를 해서 버텨온 나날입니다.
북한은 올해도 식량증산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노동신문 5일자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건설의 초미의 문제”라고 전 주민을 농촌에 동원시켰습니다.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 출범 1기를 맞는 올해 어떻게 해서나 식량 배급제를 부활시키겠다고 안간힘을 쓰는데요, 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진짜 인민을 잘살게 하려는지 의심마저 드는 정치행사를 또 벌려놓고 있습니다.
지금이 “오뉴월엔 부지깽이도 뛴다”는 농사철인데도, 또 왕가물과 싸우느라 인민들은 밭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평양에서는 어린애들을 모여 놓고 또 정치행사를 크게 벌여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