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먼저 오늘 전해드릴 간추린 내용입니다.
- 북한매체가 한국의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부자의 사진이 표적으로 사용된 사실을 일반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적개심 유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언제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남녘땅에 진동한다던 북한 매체가 왜 금기 사항을 깼는지 알아봅니다.
- 김정일 위원장이 얼마 전 대외건설부문 노동자들의 예술 공연을 봤다고 북한매체가 보도했습니다. 김정일이 여태까지 가지 않던 대외건설자들을 왜 찾아갔는지, 이상 두가지 주제를 가지고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 내용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내용입니다.
최근 한국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용됐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부자의 얼굴 사진이 표적판으로 사용된데 대해 북한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지금 이 시각부터 조선인민군 륙해공군 및 로농적위군 부대들은 역적무리들을 일격에 쓸어버리기 위한 실제적이고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 나가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주민들에게 이명박 정권에 대한 복수를 촉구했습니다. 잠시 중앙텔레비전에 출현한 평양방직기계공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노동자 1: "동족대결 광신자인 이명박 역적패당이 우리를 걸고들다 못해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렸으니, 우리 노동자들의 무쇠주먹이 어찌 분노에 떨지 않겠습니까, 역대 괴뢰군사 파쇼광들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천추에 대죄를 저지른 리명박 역적패당을 영원히 쓸어버리고야 말 멸적의 의지가 끓어 넘치고 있습니다"
노동자 2: "목숨보다 더 귀중한 우리 공화국의 최고 존엄입니다. 설사 그가 누구든 우리 존엄을 건드리는 자들을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깨진다고 해도 무자비하게 징벌하려는 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철석같은 의지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위대한 수령' 김씨 부자의 권위가 실추된 사실을 공개해 주민들의 결속을 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현재 취하고 있는 행동은 과거와 사뭇 달라 주목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북한 매체들은 "장군님(김정일)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남녘땅에 차고 넘친다"고 선전했습니다. 남쪽에서 살다 이북으로 올라간 비전향 장기수들을 동원해 진행한 텔레비전 좌담회 내용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사회자: "선생님도 말씀하셨습니다만, 정말 한순간에 지구를 꽉 틀어잡고, 심지어 오랜 세월 반공의식에 꽉 차있던 사람들까지도 매혹되어 따르게 하는 장군님의 위인적 풍모는 온 남녘땅에 장군님 열풍을 안아오지 않았습니까?"
장기수: "그렇습니다. 평양상봉을 통하여 장군님을 따르거나, 영상을 모시는 것이 남조선에서 하나의 열풍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거리에 나가보면 우선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젊은이들이 장군님이 입고 계신 잠바, 단추가 달린 잠바를 '김정일 잠바'라고 하면서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비전향 장기수들은 마치 6.15정상회담 이후에 남한 땅에 김정일을 찬양하는 열풍이 확산된 것처럼 자랑했습니다. 당시 이들의 선전을 평양에서 들었던 한 탈북자는 자기는 "진짜 한국 사람들 중에 김정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나와 보니 김정일의 만화가 인터넷(인터네트)에 버젓이 떠다니고, 만평에도 등장하고 심지어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에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김정일의 사진을 불사르고, 그의 사진을 짓밟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하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이후에는 김부자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증오는 극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한가운데서 벌어졌던 '김정일 김정은 부자 화형식'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수천 명의 군중이 응집한 서울 광화문 거리...
참가자 1: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도발은 자국민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합니다."
참가자 2: "불타는 적개심에 정신무장을 강력하게 응징해야 합니다. 여러분!"
참가자 3: "앞으로 이런 일을 도발하지 않도록 우리는 끝까지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앞으로 우리 응징하여 다시는 이런 도발을 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군중들 김정일 김정은 모형을 들고 나와 휘발유를 뿌리며…
"자, 지금부터 병신돼지 김정일, 새끼돼지 김정은, 친북좌파들…" "자, 불을 붙일 수 있습니까,"
온몸에 휘발유를 들쓴 김정일 김정은 부자 모형이 서울 한복판에서 활활 타오릅니다. 성난 주민들은 김부자의 사진을 짓밟습니다.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증오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 더 강렬해졌습니다.
이렇게 북한은 과거엔 한국에서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화형식을 해도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맞대응을 하면 자기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장군님 위대성'선전이 말짱 거짓말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김정은이 등장하면서부터 좀 달라졌습니다. 북한은 군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김부자 얼굴 사진이 조준 좌표로 된 사실을 여과 없이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의 보도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최근 리명박역적패당은 괴뢰군불한당들을 내몰아 경기도 양주와 인천시를 비롯한 남조선도처에 널려있는 훈련장들에 우리의 사회주의체제를 헐뜯는 구호와 선전물들을 걸어놓고 소란을 피우다 못해 감히 우리의 최고 존엄을 건드리는 표적까지 만들어놓고 총탄을 쏘아대는 천추에 용납 못할 광기를 부리고 있다"
중앙텔레비전이 "최고 존엄에 총탄을 쏘아댄다"고 공개한 것은 김정은 등장 이후 달라진 모양새입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이 자기 얼굴이 목표판으로 사용된 데 대해 단단히 화가 났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김정은의 즉흥적이고 절제 없는 호기가 또 정치적 오판을 불렀다는 지적입니다. 화폐개혁 실패,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만행 등 줄줄이 실패한 정책의 연장입니다. 이러한 정책적 오판을 통해 김정은의 지도력을 엿볼 수 있는데요,
아무튼 김부자는 망신하는 줄 모르고 자기를 표적판으로 사용한 한국 예비군을 타도하라고 전체 인민을 부추기는 형국입니다.
=김정일, 해외 노동자 입 무서워 공연관람?
다음 소식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외건설자들의 예술 소품공연을 보았다고 북한 선전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대외건설자들의 예술소조공연을 관람하시였습니다”
김정일이 찾아갔던 대외건설자들이란 북한 대외건설총국 산하 노동자들을 말합니다. 대외건설총국이란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노동자들을 파견하는 곳인데, 이를 바꾸어 말하면 ‘노무인력수출’을 하는 곳입니다. 북한이 60~70년대 미국이나 독일로 돈을 벌기 위해 가는 한국 사람들을 비난할 때 쓰던 말입니다.
대외건설총국은 북한에서 최고의 직업으로 꼽힙니다. 왜냐면 외국에 나갈 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뇌물을 고이고서라도 들어가려고 합니다. 일단 대외건설총국에 입사하면 리비아, 에짚트(애급), 이란, 러시아 등 해외에 근무할 수 있습니다.
평양출신의 한 탈북자는 “대외건설총국 노동자들은 대부분 대학졸업자들”이라면서 “이 회사에 들어가자면 뇌물로 미화 200달러 이상은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외건설총국은 리비아, 이란 같은 원유국들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달러를 벌어들입니다. 일명 ‘충성의 당자금’을 마련하는 외화벌이 전사들이지요, 이번 김정일의 공연 관람에 김경희, 장성택 부부가 함께 간 것도 이들이 대외건설총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왜 갑자기 대외건설자들을 찾아갔을까요,
대북전문가들은 최근 리비아와 에짚트 사태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외건설총국 건설자들이 파견되는 나라들은 리비아와 에짚트 등 중동국가들입니다. 그래서 건설자들은 그 나라들에서 벌어진 민주화 혁명에 대해 잘 알 것입니다.
에짚트에서는 34년간 집권해오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국민의 저항을 받아 권좌에서 쫓겨났고, 북한의 친근한 우방이었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가 지금 반군에게 밀려 축출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들 나라들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다른 나라들은 자국민들을 빼내느라 비행기를 띄운다, 함선을 띄운다 난리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리비아에 파견된 200여명의 근로자들을 구출할 생각을 못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은 이 건설자들이 이른바 자유주의, 민주주의 ‘노랑물’을 먹지 않았는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알 수 있는데요, 잠시 녹음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김정일동지께서는 무대에 오른 모든 종목들에는 그 어떤 광풍이 몰아쳐 와도 끄떡없이 계급적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며 주체의 사회주의위업을 앞장에서 떠밀어나가려는 조선로동계급의 불변의 신념과 혁명적락관주의, 맑고 깨끗한 정신세계가 뜨겁게 반영되여있다고 하시면서…”
김정일은 지난 80년대 말, 90년대 초 구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될 때도 조선중앙통신사 5국 2세포 당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신념과 원칙을 고수하라고 독려했습니다.
이번에도 대외건설자들에게 “어떤 광풍이 불어 닥쳐도 끄떡없이 계급적 원칙을 고수하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건설자들의 입을 막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안에 있는 주민들이야 빗장을 단단히 두르면 되겠지만, 밖에서 세상천지를 보고 온 사람의 입을 감언이설로 막을 수 있을까요?
RFA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