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선전매체의 한 주간 동향을 뒤집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입니다.
얼마 전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시기에 존재했던 성들까지 포함시켜 만리장성의 길이를 두 배나 대폭 확대해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염치없는 ‘대국주의’ 논리에 한국학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중국이 만리장성을 확대하는 의도와 북한의 모순된 침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이 얼마 전 고구려와 발해시기에 쌓았던 성들까지 만리장성 영역에 포함시켜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이번에 발표한 만리장성 길이는 2만1196.18km. 기존의 5천여 km보다 무려 4배나 늘어난 길이입니다. 이러다가는 만리장성이 아니라 5만리장성이 될 판인입니다.
그러면 만리장성은 어떤 성일까요?
만리장성은 북쪽의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진나라의 진시황제가 구축하기 시작해, 명나라때는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대대적으로 확장했습니다.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유적은 연장 길이 2,700㎞이며, 중간에 갈라져 나온 지선들까지 합하면 총 길이가 약 5,000~6,000㎞에 달합니다. 그길이 만리에 달한다고 만리장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중국도 처음에는 동쪽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서쪽 자위관(嘉峪關)까지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중국이 만리장성의 길이를 확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중국은 지난 2006년부터 만리장성 늘리기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바로 건너편에 있는 단둥에 있는 호산장성이라고 있는데요, 중국은 2009년에 이 호산장성의 시작점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만리장성 길이는 2천5백km 늘어나 8천800km가 됐습니다. 당시 이를 주장한 중국 국가 측량국 국장의 발언입니다.
<녹취: 중국 국가측량국 국장> “나는 국가측량국과 국가 문물국을 대표하여 명대 장성의 길이 등 중요사항을 공표하겠습니다. 명대장성의 길이는 8천851.8km입니다.”
이어 중국은 불과 3년도 안되어 다시 만리장성의 길이를 수정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중국 동북지방의 랴오닝성(료녕성), 지린성(길림성), 헤이룽장(흑룡강성)의 옛 성곽들을 포함해 근 2만km가 넘는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KBS> “만리장성 길이를 2만 1196.18km라고 중국 당국이 주장했습니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4년 반에 걸쳐 진행된 정확한 고고학 조사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주장인 8,851.8km의 두 배가 넘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만리장성 늘구기에 대해 한국 학계에서는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중국의 만리장성 연장 계획이 지난 2002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고광의 동북아 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중국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만리장성에 대해 제멋대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중국 교과서는 한나라시기 만리장성이 북한 평안북도 청천강 유역까지 뻗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 북한 지역이 중국의 한나라 영토였다는 주장입니다. 중국 교과서들은 발해를 세운 대조영을 고구려 사람이 아닌 말갈의 지도자로 표현하는가 하면, 당나라 왕이 발해를 통치하라고 대조영을 파견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에 만리장성까지 늘려가며 동북공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 역사학자들이 심하게 역사를 왜곡하는데도 북한은 한마디 항변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중국 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동북공정이란 무엇일까요?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공정이란, 중국 국경 안에서 있었던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해온 연구사업입니다. 간단히 말해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중국말로는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인데요,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서 중국사회과학원과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이 연합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내용은 고대 중국 동북지방사 연구사와 고구려, 발해 민족사, 북중 관계사 연구 등입니다. 한반도 정세 변화와 그에 따른 중국 동북 변강 안전에 관한 연구입니다.
연구비는 5년간 중국 정부에서 1000만 위안,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125만 위안, 동북 3성에서 375만 위안을 합쳐 미화 2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그러면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자처하는 북한의 반응은 어떨까요?
북한은 중국이 오만하게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고, 고구려의 성까지 만리장성에 포함하는데도 논평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기들을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스스로 애기합니다. 북한은 평양시 역포구역 용산리에 고구려 시조인 동명왕릉(東明王陵)을 만들고 역사교과서에서 을지문덕, 연개소문과 같은 고구려 장수들에 대해 가르칩니다.
북한이 현재 내건 강성대국이란 구호도 한때 강성했던 고구려를 본 따려는 의도였습니다. 외국에 나간 북한 관리들도 대륙기질을 닮은 고구려 후손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고구려는 북한의 자존심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가만 있은 것은 아닙니다. 2007년에 북한은 ‘고구려 이야기’라는 책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내용을 처음 실은 바 있습니다.
이 책의 제7장 ‘연개소문과 그의 아들’에서 북한은 “최근 어떤 학자들이 ….(중략) 고구려는 중국의 ‘속국’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이었다는 괴이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어떤 학자’라는 표현은 중국의 학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북한이 책에서 주어도 분명치 않은 비난을 한 적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중국에 대고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쓴소리를 못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80년대 초에 나온 북한 영화 ‘달매와 범다리’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북방의 외래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 달매라는 아녀자가 남자로 변장하고 전장에서 싸우다가 숨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영화를 돌리다가 돌연 중단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중국당국의 반대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북쪽에 위치한 고구려는 북방으로부터 나오는 외래세력과 전쟁을 많이 했습니다. 수나라 300만 대군의 침략을 물리쳤다, 당나라 침략을 물리쳤다는 내용을 북한 교과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정치와 외교에서 자주, 주체를 강조합니다. 정치에 있어 독립을 주장하고, 외교적으로는 큰 나라에 굽실거리지 않겠다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에도 그렇지만, 현재도 중국에만은 약합니다.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작업을 버젓이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체면을 보는지, 아니면 중국과의 지원이 끊어질 가봐 그러는지 항변한 마디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경제협력이라는 명목으로 50년 동안 나진항을 빌려주는 등 북한은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 고위층과의 왕래도 줄어들고 소원한 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지도부가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과 같은 무모한 도발에 매달리는 김정은 체제를 보다 강하게 다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애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에 대해서는 “불구대천의 철전지 원쑤”, 남쪽에 대해서도 “매국반역집단”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중국의 대국주의적인 영토 팽창, 역사왜곡에 너그러운 북한의 자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