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수정주의라 비난하더니...” 이젠 대대손손 친선 강조

0:00 / 0:00

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을 데리고 중국 공산당 대표단을 만났습니다.

- 중국이 개방을 할 때 수정주의라고 비난하던 북한이 언제 그랬느냐 싶게 뒤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 6.15 정상회담 11돌을 맞아 북한 텔레비전이 '우리민족끼리'를 들먹이고 있습니다. 동족의 머리 우에 포를 쏠 때 생각은 잊었나 봅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얼마 전 북한 김정일이 김정은을 데리고 중국 공산당 조직부장 일행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리원조(李源潮)중국 대표단 단장은 김정은에게도 선물을 주었는데요,

[녹취: 조선중앙TV]

김정일은 이 자리에서 "선혈로 응결된 조선과 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대대로 전수해가자"고 말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14일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혈맹관계'를 말끝마다 강조한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한 때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자, "사회주의 원칙을 버리고 '수정주의'를 한다"고 비난하던 북한이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입니다.

김정일은 작년에 2차례, 올해 1차례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1년 새에 3번이나 중국을 갔는데요, 이젠 마치 큰 형네 집을 찾아가듯 무슨 일이 터지면 중국으로 찾아갑니다.

지난해 5월 방중 때는 천안함 사건에 "공동 대응하자"고 중국에 부탁했고, 8월 방문 때는 김정은의 후계세습을 허락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는 경제지원을 받으러 중국에 갔나 봅니다.

현재 북중 국경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금평, 나선특구 개발도 중국식 개혁 개방을 모방한 것입니다. 중국이 개방을 시작할 때 특구로 만들었던 심천과 상해 등을 모방해 북한도 황금평과 나선에서 돈을 벌어 김정은 체제를 뒤받침 하겠다는 속심입니다.

김정일은 중국에 갈 때마다 김일성의 유적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중국 지도자들 앞에서 "조중 로세대 혁명가들이 피로써 이룩한 혈맹관계, 순치관계"라고 자꾸 상기시킵니다. '순치관계'란 '이발과 입술의 관계'라는 말로, 입술이 이를 가려소립니다. 이 말은 서로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경제적으로 돕자는 소립니다.

그러면 북한과 중국이 진짜, 순치관계, 혈맹관계일까요?

중국의 모택동, 김일성 등 1세대가 살아있을 때는 적어도 이 말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요. 중국은 이미 1980년대에 시장경제를 받아들였습니다. 30년 동안 초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은 지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국가가 됐습니다. 30년 전에 석탄 구루마를 끌고, 물감장사를 하던 중국인들이 이젠 한국까지 와서 돈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목표는 2021년까지 국민 대부분이 잘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때까지 경제성장을 하자면 안정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동쪽 변방을 지켜주는 북한을 끌어안고 갑니다. 1천400km나 되는 중국의 동쪽 변방을 북한이 지켜주는 셈입니다.

대신 북한은 김 씨 왕조체제를 대대손손 이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핵을 만들었고, 온 나라를 군사화 했습니다. 인민생활은 안중에도 없고 군사력을 키우느라 경제는 만신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김정은 체제에 가서도 북한은 중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중국이 북한을 진실로 도와줍니까,

중국은 이번에 대규모 지원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언론은 김정일이 경제협력 문제를 꺼내자, 온가보 총리는 "시장원리대로 하자"고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의 중국방문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빈손으로 나왔다고 북한 주민들 속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국경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김정일이 온 다음 중국이 경제지원 한다는 보도가 없다"면서 "중국에 갔다 빈손으로 왔다는 소문이 돌면서 인민들은 몹시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6년에 중국이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지원해줄 때 북한은 굉장히 크게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1년에 세 차례나 중국을 다녀와도 인민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쪼들리기만 합니다.

한때 수정주의를 한다고 중국을 비난하던 북한이 이젠 주체의 뚝심도 맥이 빠졌나 봅니다.

=민족 머리에 포를 쏘며 ‘우리민족끼리’ 타령

다음 주제입니다. 북한이 6.15정상회담 11돌 특집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6.15정상회담을 방영하면서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를 들먹였습니다.

[녹취: 북한중앙TV]

북한은 옛 추억을 떠올려 우리민족끼리, 민족공조를 파탄시킨 한국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입에 올릴 처지나 됐습니까,

지난해 3월 바다 밑으로 몰래 기어들어와 한국의 경비정을 폭침시켜 46명의 장병들을 살해하고 연평도 민간인의 머리위에 포사격을 했습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두절된 것도 북한이 한국 군함을 침몰시키고도 발뺌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말끝마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던 북한의 가면이 벗겨졌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내걸고 남한에서 숱한 쌀과 달러를 받아먹었습니다. 남한 국민들은 비록 남북이 60년 전에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동족이 굶주린다는 생각에 경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북한은 앞에서는 ‘우리민족끼리’를 말하고, 뒤에서는 민족을 해칠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 남한이 10년 동안 도와주는 동안 북한은 핵을 개발했고, 그 핵을 한국 국민들을 향해 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추대 행사에서 한 김영춘 북한군 인민무력부장의 발언입니다.

“필요한 임의의 시각에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정의의 성전을 개시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결국 동족을 향해 핵을 쓰겠다는 억지인데, 이렇게 북한이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하겠다고 입에 올린 것만 해도 최근 들어 여러 차례 됩니다.

북한이 떠드는 핵성전, 핵테러는 자멸을 의미합니다. 요즘 국제사회에서 ‘핵을 사용하겠다”는 협박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을 쓰는 순간이면 조선반도(한반도)는 핵전쟁터가 되고 말 것입니다. 북한의 핵협박은 단지 자신만 죽는 게 아니라 같은 민족인 남한을 떠안고 “같이 죽자”는 소립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이 떠들던 ‘우리민족끼리’란 이렇게 핵도가니 속에서 같이 멸망하자는 논리였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