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먼저 오늘 소개할 간추린 내용입니다.
- 최근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을 공개처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김정일 주변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 다음 주제입니다. 북한이 강성대국 선포를 목적으로 요란스럽게 건설하는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5분에 1로 줄어들었습니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앞으로 5년 동안 더 유엔을 이끌게 됐지만, 북한 언론매체는 이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 북한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김정일의 곁을 지켜오던 북한 고위 간부들의 모습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왜 공식무대에서 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제일 먼저 사라진 인물은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입니다. 화폐개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부장이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2010년 1월 4일 김정일의 희천발전소 시찰 때입니다.
박남기는 그 후 북한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고, 두 달 만에 공개 처형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북한의 화폐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처형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지난주 평양시 순안구역의 한 사격장에서 박 전 부장을 총살했다"고 전했습니다."
박남기 부장이 총살된 이유는 화폐개혁 실패 책임입니다. 화폐개혁 실패로 민심이 악화되고, 김정은 후계체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자 북한은 모든 책임을 박 전 부장에게 뒤집어씌우고 반혁명분자로 처형했다는 것입니다.
화폐개혁 때 돈을 잃은 주민들 속에서는 까무러치는 사람, 자살하는 사람, 굶어죽는 사람 등 충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박남기가 "화폐개혁을 망친 나쁜 놈"으로 몰려 총살당한 것으로 미봉되는 듯 했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아무리 박남기가 화폐개혁을 주도했다고 해도, 화폐개혁만큼 큰 중대사를 과연 김정일 몰래 혼자 했을 리 있을까요?
두 번째 사라진 인물은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중앙당 본부당책임비서)입니다. 리제강이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지난해 5월 김정일이 보천보승리기념탑을 돌아볼 때였습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리제강의 모습은 건강이 안 좋은 탓인지 인상을 잔뜩 찌푸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보름 뒤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1930년생인 리제강의 이력은 현란했습니다. 1973년 중앙당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실무에 능해 1982년에는 김정일의 서기를 지냈습니다.
그 뒤 1999년부터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 본부당 책임비서를 맡습니다. 노동당을 지도하는 중앙당의 책임비서를 맡을 정도면 그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던 리제강의 죽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말 북한 매체의 보도대로 교통사고일까요. 북한처럼 자동차도 별로 없고 또 전용 운전수를 두고 있는 리제강이 교통사고로 숨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리제강은 김정일이 선물한 '216벤츠'를 타는 최고 실세입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리제강의 죽음을 권력암투로 인한 모살로 보는 견해가 강합니다. 우선 장성택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원래 장성택과 리제강은 개인적으로 알력관계에 있었습니다. 2004년 장성택이 약 2년 동안 '혁명화' 갔던 것도 리제강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성택은 2년간의 혁명화를 마치고 다시 김정일의 옆으로 복귀했고, 결국 리제강을 복수했다는 설이 나왔습니다.
리제강이 사망한 지 닷새 만에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승진했습니다. 다음 사라진 인물은 전 인민무력부장(한국의 국방장관 격) 김일철입니다. 북한 군부에서 대표적 강경파로 불렸던 김일철 차수. 지난해 5월 14일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결정 제06호에 따라 김일철이 연령상 관계(80살)로 국방위원회 위원, 인민무력부 1부부장의 직무에서 해임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MBN]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철 국방위원회 위원 겸 인민무력부 1부부장이 모든 직무에서 해임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철은 82년 해군사령관에 임명됐고, 98년부터 11년간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군부 실세입니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역임한 김일철의 해임이유는 80살, 나이 때문이라고 북한매체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고위급 실세는 보통 사망할 때까지 직책을 유지하고, 해임되더라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그의 해임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언론들은 김일철이 김정은 후계구축 과정에서 밀려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김일철이 인민무력부장을 할 때 상장이던 리영호가 총참모장에 오르고, 김영철이 정찰총국장에 오르는 등 김정은의 측근들이 속속 군부의 핵심자리를 꿰찼습니다.
그래서 김일철이 김정은 권력세습에 불평을 했다든지, '괘씸죄'에 걸려 쫓겨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주상성 인민보안부장(한국의 경찰청장 격)이 사라졌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4월 16일 "국방위원회 인민보안부장 주상성이 신병관계로 해임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연합뉴스> "주상성 부장의 경우 고위관부의 밀고에 의해 뇌물수수 혐의로 해임됐으며, 류경 부부장은 김정은 측근 인사들의 제보를 통해 간첩죄로 처형됐습니다"
김정일 부자가 가장 믿는 인민보안부장을 밀어낸 것이나, 류경 보위부 부부장이 처형된 것은 현재 북한에서 권력투쟁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일이지만,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은 '간첩죄'와 '뇌물수수죄'로 고위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99발의 총탄을 맞았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주요 간부에 대한 숙청과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일어나고 있는 권력암투는 90년대 중반 전체 인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심화조 사건'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주인이 바뀌면 하인들도 바뀌는 법입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27살난 김정은이 주인으로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김정은 시대에 주축이 될 30~40대의 젊은 세대들이 국가 요직을 꿰차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뜻이 다른 정치적 적수들도 마음대로 죽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독재자에게 굽실거리지 않고, 딴 생각을 하면 가차 없이 목을 치는 중세기적인 형벌을 가하고 있습니다.
= 북, 강성대국 목표 10만 세대→ 2만 세대로 축소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거의 매일같이 평양시에 건설되는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녹취: 중앙TV]
10만 세대 건설은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되는 공사입니다. 강성대국 선물로 10만 세대를 지어 주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공약입니다.
하지만, 내년도까지 건설하겠다던 10만 세대 건설이 2만세대로 축소됐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강성대국과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 쌓기 용으로 추진해오던 평양시 10만 세대 건설을 2만~2만5천 세대로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평양시 용성구역, 서포구역, 역포구역 등에 3만5천 세대, 올해 말까지 만경대지구 3만 세대 등 2012년 4월까지 총 10만 세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만경대지구는 포기하고 용성·서포·역포지구를 중심으로 2만~2만5천 세대 건설만 한다고 목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10만 세대 건설 목표를5분에 1로 축소시킨 이유는 자금 부족 때문입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지나친 속도전 때문에 부실공사로 인해 벽체가 무너지는 등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북,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보도 인색해
다음 소식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유엔, 즉 국제연합(UN)의 사무총장으로 5년간 더 일하게 됐습니다.
<녹취: 반기문 총장 연설>
이날 반 총장에 대한 재선 안건은 192개 전체 회원국 대표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한국인이 세계정치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이 소식을 보도하는 데, 유독 한곳만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외부적으로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연임을 환영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주재하고 있는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6일 반기문 총장의 연임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반기문 총장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반총장이 당선됐을 때도, 그와 신년연하장을 교환할 때도 그의 이름을 빼고 직함만 밝혔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보다 더 훌륭한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좀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