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북, 왕가뭄 때문에 울상, 외부 지원 바라나?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매체의 동향을 되짚어 보는 북한 언론 겉과 속 시간입니다.

먼저 오늘 다룰 주제입니다.

- 왕가물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북한이 심각하게 타 들어가는 논과 강냉이 밭을 동영상으로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에는 70세 가까운 할머니의 안타까운 모습도 비쳤는데요, 북한이 외부에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 황해도 농촌에서 이렇게 가물 때문에 농민들과 군인들이 사투를 벌리고 있을 때, 평양에서는 만수대 지구에 새로 건설된 45층 아파트로 이사하는 주민들의 밝은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만성적인 전력난과 수돗물 부족에 시달리는 평양에서 과연 만수대 아파트가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상 북한매체의 보도 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는 가뭄으로 말라드는 황해북도 황주군 일대의 농장들을 동영상으로 소개했습니다. 한창 아지 치기를 해야 할 벼들은 시들시들하게 마르고, 논밭은 쩍쩍 갈라지고, 도랑물은 말라버렸습니다.

70세의 한 할머니도 이런 지독한 가뭄은 생전에 처음 보았다고 털어놓습니다.

<녹취: 황해북도 황주군 농민> “난 나이가 일흔이 다 되도록 살아오지만, 이런 가물은 처음 봤시요. 비가 한 보름 전에 한 30분 동안 소나기가 오고는 한 번도 안 왔어요”

북한 협동농장의 간부들도 마른 땅에 두세 번 강냉이 씨앗을 파종했지만, 효과가 낮았다고 어려움을 터놓습니다.

<녹취: 황해북도 황주군 협동농장 경영위원장> “5월 10일 기계 직파했는데, (싹이)안 나와서 다시 보식단지를 부어서 옮겨 심었습니다. 저기 제일 큰 것들이 그때 처음 발아된 것들이고, 두 번째 조그만 것들은 보식 단지했다가 아예 싹 다 말라 죽고, 세 번째 큰 것들은 구덩이를 파고 종자를 넣은 다음 한 리터씩 물을 준 상태에서 세 번째로 입종시킨 겁니다.”

이 간부는 강냉이 종자를 자꾸 심다가 결국 예비 종자까지 모자라자, 이미 심었던 종자까지 파내 심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래서 강냉이가 1대, 2대, 3대 크기로 층하가 생겼다고 하는데요, 이쯤 하면 북한에서 올해 강냉이 농사는 꽃밭보다 더 많은 품이 든 것으로 상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가뭄피해는 강냉이 영양단지모를 했던 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안북도 지방을 다녀온 방문객들에 따르면 “올해에도 협동농장들에서는 주체농법이라고 강냉이 영양단지를 심게 했지만, 결국 가뭄 앞에 견디지 못하고 모두 말라 죽어 결국 강냉이 종자를 다시 직파했다”고 전했습니다.

과학적인 농사방법이라고 김일성 전 주석이 창시했던 강냉이 영양단지 농사방식이 왕가물 앞에 꼼짝 못한다는 소립니다. 벌써부터 북한 농장 일군들 속에서는 올해 강냉이 농사가 망했다고 체념하는 분위기입니다.

황주군의 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지금 정상적인 강냉이라면 키가 1~1.5m는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물 때문에 본 바와 같이 강냉이 층하가 서너층 생겼는데요, 어떤 것은 70cm, 어떤 것은 40cm이렇게 층하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강냉이 수확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됐습니다.”

북한은 가물과의 투쟁으로, 군대와 농민, 학생들을 총동원했습니다. 소방차로 날아온 물을 강냉이 밭에 주는 모습을 방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정작 이렇게 심각한 가물피해 소식은 전하지 않고, 오히려 농사가 정상적으로 되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장마에 대비하고 있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보도를 다뤘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왜 일반 주민들에게 가뭄피해 소식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을까요?

일단 북한 지도부는 내부 주민들의 동요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첫해가 되는 해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행사장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는 첫해부터 식량난이라는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먹을 게 있어야 인민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지만, 앞으로 식량난이 가증되면 아사자가 발생하고, 인민들은 90년대 중반처럼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어떻게 하나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농사는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는 주공전선”이라고 절박감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 한 지맥으로 잇닿은 남한의 가뭄피해는 어떨까요?

남쪽도 가뭄 피해가 크기는 마찬가집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6.4%로, 104년 만에 왕가물이 찾아왔습니다.

특히 서해안 지역 전라남북도와 충청남도, 경기도 지방의 가뭄면적은 3천600정보에 달하고, 전국적으로 저수지의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곳은 285곳에 달한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농사가 망해도 굶어죽을 염려는 없습니다. 쌀농사가 망하면 한국이 잘 만드는 자동차, 선박, 컴퓨터를 팔아 식량을 사다 먹으면 됩니다. 현재 현대 자동차에서 소나타라고 하는 승용차 한대가 미국에서 보통 2만 달러에 팔리는데, 2만 달러면 쌀을 40톤은 살 수 있습니다.

현대 자동차는 작년(2011년) 한해에 자동차를 3백만 대 이상 외국에 팔았습니다. 한국은 기술이 발전해서 가치가 높은 제품을 팔아 가뭄으로 농사가 망한 농가도 지원해주고, 모자라는 쌀만큼 사들여옵니다.

하지만, 북한은 농사밖에 짓지 못하는 낙후한 경제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팔아먹을 수출품이 없어 북한 당국은 매해 농사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 첨단 기술을 점령했다고 허풍만 칩니다.

그러면 북한이 외부에 가물피해를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이 외부에 가뭄 현상을 공개하는 것은 외부지원에 기대를 거는 것 같습니다. 유엔 산하에는 세계식량계획이라고 하는 WFP와 세계식량농업기구라고 하는 FAO가 있습니다. 이 유엔 기관은 재난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발전도상국들에 식량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요,

우선 여기서 식량을 공급받자면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에서 쌀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지난 18일 세계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당국이 제출한 자료에 근거해서 ‘북한 가뭄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약 20만 정보에 달하는 농경지가 가뭄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폐쇄적이다 보니 아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북한은 수해피해나 가뭄으로 농사가 망하면 은근히 외부에 이렇게 영상을 공개합니다.

그러면 이 영상을 보는 다른 나라는 “북한 내부에 식량 문제가 심각하구나” 하고 걱정을 하게 되고, 지원도 하게 되는 겁니다. 올해 농사가 망하면 김정은 정권이 시작부터 휘청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45층 만수대 아파트 물·전기 문제없나?

다음 주제입니다.

황해도 농민들 속에서 이렇게 근심이 나올 때 평양시 만수대 거리에서는 감격의 목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새로 입주하는 입주자들은 평양 만수대 지구에 덩실한 아파트를 안겨준 김정은 노동당 1비서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 아파트를 배정받은 노동자는 이 좋은 아파트를 안겨준 김 1비서에게 대를 이어 충성을 맹세합니다.

<녹취: 만수대 아파트 입주 북한 노동자> “이렇게 덩실한 아파트를 배려해준 김정은 장군님 고맙습니다. 저는 죽어도 이 은정을 잊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고층 아파트에 배정 받은 주민들이 앞으로 전기와 수돗물 문제가 난문제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평양시 전력문제가 긴장하기 때문에 고층아파트에 승강기가 제대로 운행이 될지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현재 평양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로 충족을 시키지 못해, 희천발전소의 전기로 만수대 아파트를 충족시킨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이 부족해 희천발전소 댐 안에 물을 저장하지 못하고 있고, 또 송전선로도 건설되지 못해 전기를 평양까지 송전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평양시 광복거리 아파트에서 살았던 한 탈북자는 “45층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걸어서 오르고 내리는데 만 30분 이상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주민들은 출근할 때 물통을 가지고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만수대 아파트 45층에 배정받은 사람들도 광복거리 아파트 주민들처럼 걸어서 올라가지 않는다는 담보는 없습니다. 과연 45층 고층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전깃불 걱정, 물 걱정을 하지 않고 행복할까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