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진상을 파헤쳐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시간입니다.
먼저 오늘 간추린 내용입니다.
-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이 6차례나 성형수술을 했다는 애기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매체가 3대 세습을 합리화하는 논문을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교통지휘를 하는 북한에서는, 도로 가운데 우산과 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이유로 김정일 위원장이 고마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상 북한 언론매체의 내용을 가지고 알아보겠습니다.
얼마 전 북한이 운영하는 '우리민족강당'이라는 웹사이트에 소논문 한편이 소개됐습니다.
"주체혁명위업에 대한 령도의 계승문제를 정확히 리해할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된 이 논문에서 필자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외부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 듯, "남조선 인민들과 세계 혁명적 인민들은 우리나라의 령도 계승문제에 대한 정확한 리해를 확립함으로써 적대세력들이 내돌리는 궤변과 사이비 리론의 반동적 본질을 바로 꿰들어봐야 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세기의 웃음거리가 된 3대 세습을 정당화한 이 논문은 앞으로 주민들에게 후계자관을 학습시키는 선전 자료로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 논문은 수령의 후계자의 자질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습니다.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민을 매혹시키는 고매한 풍모를 지녀야 하는 바, 만물을 꽃피우는 태양처럼 환하고 소탈한 품성, 인민을 사랑하는 인정미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후계자는 북한의 영원한 태양으로 존경받는 김일성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김정은을 처음 등장시킬 때 김일성의 모습을 흉내 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처음으로 등장했던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
20대의 젊은 청년이 당대표자회 객석 앞줄에 앉아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군 호위사령관과 현철해 대장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뒤로 넘긴 머리, 넓은 이마와, 눈매,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10대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러면 김정은의 10대 모습은 어땠을까요?
10대의 김정은은 평범하고 조용한 소년이었다고 스위스에서 함께 유학했던 친구들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녹취: MBN] "호감이 가는 조용한 친구, 다른 10대처럼 컴퓨터 게임과 유명상표 운동화 액션 영화를 좋아했던 소년,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시절 같이 학교에 다닌 친구들은 김정은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김정은과 스위스 베른 공립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을 만나 그의 학창시절을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10대의 김정은은 양볼이 빨갛고, 수줍음이 많은 갸름한 얼굴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볼살이 두툼하고 살도 많이 광대뼈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짧은 머리를 빗어 올리고, 이마를 넓힌 모습은 30대의 김일성을 연상케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언론은 김정은이 김일성처럼 꾸미기 위해 성형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아들 김정은이 후계자로 되기전까지 모두 6차례 성형수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김정은이 김일성의 얼굴을 닮기 위해 6번에 거쳐 성형수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죽했으면 2001년까지 김정은을 옆에서 지켜봤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까지 몰라볼 정도였습니다.
아직까지 북한 주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김일성의 권위를 이용해 나이와 경험이 미천한 김정은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외부사회에 비교적 잘 알려졌습니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든지, 10대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사실, 미국의 유명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팬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김정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지난해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던 행사장을 취재한 중국 언론사의 우스운 사실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중국 동영상 '조선기행 2010']
당창건 65주년을 맞아 진행된 북한군 열병식장.
중국 언론사가 김일성 광장 앞에서 북한 간부인 듯한 사람을 취재합니다.
"2010년 10월 10일 오전 10시 김일성 광장"
중국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북 간부: "우리 김정은 대장 동지는 어버이 수령님과 똑 같으시고, 경애하는 장군님과 풍모도 모습도 똑 같으시고…."
취재진: "그러면 김정은 대장의 연령이나 사업 경력 같은 것을 알고 있습니까?"
북 간부: "예…"
난처한 질문을 받은 이 간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어색한 표정을 짓습니다. 미리 준비를 못했는지 아니면 피하려는지 이 간부는 처음 했던 말을 반복합니다.
북 간부: "우리 김정은 대장동지는 위대한 장군님을 받들어서 일찍이 어린 시절부터 혁명 활동을 보좌해드리시고, 또 이번에 조선노동당 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되시었으며, 위대한 장군님을 몸 가까이 모시고 우리혁명을 승리에로 영도하고 계십니다"
사실 이 간부도 김정은의 나이와 경력을 잘 모를 겁니다. 아니, 설사 안다고 해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나이도 경험도 없는 20대를 후계자라고 북한 논문은 주장합니다. 북한 논문은 후계자가 갖추어야 할 징표로 인민에 대한 사랑, 그리고 문무를 겸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지닌 인민에 대한 사랑은 어떻습니까,
김정은은 권력에 오르기 전부터 인민을 고생만 시킵니다. '150일 전투'에 이어 '100일 전투'로 사람들을 달달 볶더니, 화폐개혁이라는 무리수를 두어 인민들이 가지고 있던 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자기 권력지반을 닦기 위해 어제 날의 아버지에게 충실했던 노간부들을 사정없이 처형하고 감옥으로 끌어갑니다.
또, 문무를 겸비해야 한다고 하자, 동족을 학살하는 살인극만 펼칩니다. 바다 밑으로 잠수함을 몰래 보내 한국 군함을 폭침시켜 46명의 꽃다운 청춘을 뺏어가지 않으면, 민가에 포탄을 퍼부어 죄 없는 민간인을 살해합니다.
북한 논문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혁명 위업을 위해 계승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북한은 이미 사회주의가 아닌 봉건왕조국가입니다. 당도 김일성 당, 나라도 김일성 조국, 민족도 김일성 민족, 나라 전체가 김씨 부자의 소유입니다.
사회주의는 개인의 사유화를 반대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온 나라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사유재산으로 만들었습니다. 21세기 문명 시대에 북한은 100년 전 왕족시대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 뙤약볕 막아주는 우산 허용한 장군님께 감사?
한국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1990년대 말 1천만대를 넘어, 2011년 3월에는 1천8백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한 가구당 자동차 1대씩 돌아가는 숫자입니다.
차가 많으니 교통신호 체계도 신속하게 바뀌고 있는데요,
요즘은 선진국형 교통신호 체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잠시 한국 경찰청 홍보영상을 들어보겠습니다.
“얼마 전까지 4색등으로 운영되던 교통신호등을 화살표가 표시된 3색 등으로 바뀌어 시범 운영되는데요, 혹시나 운전 중에 헷갈리셨던 분들 지금 한번쯤 확인해보시죠”
<녹취: 경찰청 정용환 총경/ 경찰청 교통운영담당관> “현재 저희들이 쓰고 있는 4색 신호등은 운전자에게 정확하게 방향 지시를 못해줍니다. 예를 들면 서울역 앞에는 굉장히 도로가 복잡한데요, 거기에 오는 초행길인 운전자들이 가끔 그런 말을 합니다. 자기 방향을 모르겠다고, 그런데 이 3색 화살표를 이용하면 운전자들에게 정확하게 가리켜줍니다”
한국은 도시는 물론 농촌 도로까지 신호등 체계가 완성되고, 과속을 감시하는 무인 감시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되어 사고도 방지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정 반대되는 세상이 있지요, 북한 평양의 거리를 보면 젊은 여성들이 네거리 한 가운데서 교통 지휘합니다. 하얀 정복에 하얀 장갑을 끼고, 직각으로 고개를 돌리며 팔을 휘두르는 모습은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장면입니다.
그러던 이들에게 몇 년 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우산을 만들어주었다고 하는데요, 북한 TV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북한 중앙TV아나운서>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히기 위한 최후돌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 수도의 네거리 초소들에 교통보안원을 위한 새로운 단과 우산이 세워져 인민보안원들과 수도시민들을 더없이 기쁘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우산이 나오기 전에 여성 보안원들은 30~4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서 교통 신호를 보내야 했습니다. 화장을 아무리 두껍게 해도 까맣게 피부가 타고,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일사병에 스러진 초병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평양출신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정일에 대한 고마운 정을 이렇게 토로합니다.
<북한 교통보안원>“인민에 대한 사랑을 천품으로 지니고 계시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이번에 또다시 무더위와 비바람 속에서 교통지휘를 하고 있는 여성교통보안원들의 모습을 보시고, 못내 걱정하시면서 수도 네거리에 단과 우산을 세워주셨습니다.”
북한 여성 교통보안원의 감사의 말도 이어집니다.
“장군님께서는 우리들이 눈비와 뙤약볕을 맞는 것을 보시고 뜨거운 사랑을 베풀어주었습니다. 네거리 초소에서 첫 근무를 수행하던 날 우리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사람이 도로가운데서 교통지휘 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는 사실. 여성 보안원들이 이 사실을 알면 그때 가서도 과연 장군님의 배려가 고맙다고 느껴질까요?
RFA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