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북 ‘물 난리’ 속, 김정은 모란봉 공연 두 번째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의 가옥 등이 홍수로 물에 잠긴 모습(위)과 `전승절경축 모란봉악단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리설주.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의 가옥 등이 홍수로 물에 잠긴 모습(위)과 `전승절경축 모란봉악단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리설주.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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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선전매체의 이모저모를 다시 보는 ‘북한언론 뒤집어보기’ 최민석입니다. 요즘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진행되고 있는 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북한 주민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정영: 북한 텔레비전도 연일 올림픽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요, 올림픽을 보느라 북한 인민들이 이 더운 밤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겁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오늘 다룰 소식은 어떤 내용입니까,

정영: 오늘 다룰 주제입니다.

- 북한 지방을 휩쓴 대홍수 피해로 주민들의 민생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부인을 데리고 수해현장이 아닌 모란봉 악단 공연을 또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예술인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북한도 또 예술 중심의 정치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상 북한매체의 보도내용을 가지고 비교해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먼저 북한의 홍수피해 소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조선중앙통신이 연 나흘 동안 북한 내륙 지방을 휩쓴 홍수피해 소식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내용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북한중앙TV>: “지난 7월 19일부터 20일 새벽 4시까지 내린 무더기 비로 수백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 매몰 유실됐습니다……”

중앙텔레비전이 공개한 사진을 보니 어떤 사람은 가슴까지 치는 물 속으로 어린애를 목마 태우고 피신을 가는가 하면, 북한 주민 여러 명이 고무 배를 타고 물에 잠긴 주택 사이를 빠져 나오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18∼24일 발생한 태풍과 집중호우, 폭우 등으로 북한 전역에서 88명이 사망하고 134명이 다치는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23∼24일 집중호우로 평안남도 신양군, 성천군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고 하는데요, 5천여 채의 가옥이 완전 또는 부분 파괴되고 1만2천30여 가구의 가옥이 물에 잠겼고, 6만2천900여 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28일 “근 4,800정보의 농경지가 류실, 매몰되고 2만 5,700여정보가 침수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피해지역은 “평안북도 운산군과 천마군, 대관군, 황해남도 은천군, 황해북도 은파군, 함경남도 고원군과 단천시, 함경북도 김책시에서 농작물피해가 크다”고 보도해 북한의 전반적 지역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방금 황해남북도 지역이 또 홍수피해를 당했다고 하는데요, 이 지역은 한달 전만해도 가뭄피해로 농사가 망했다고 하던 곳이 아닙니까,

정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23일 북한 황해도 지방의 가뭄피해가 아주 심각하다면서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23일 현재 근 2만정보의 토지가 심하게 갈라터지고 농작물들이 말라 죽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곡창지대인 황주군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나왔는데요, 현지 농민들은 “60년만에 처음 보는 가뭄”이라고 토로했고, 또 협동농장 간부들은 “약 2,000여정보의 강냉이 밭에 3번이나 파종을 했으나, 소출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최민석: 가뭄피해에 또 홍수피해라고 하니……북한에 고질적인 식량난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자연재해까지 겹치면 이러다간 북한에 먹을 게 없지 않나요?

정영: 북한의 경제기반은 이미 농업위주의 농업국가로 변했는데요, 한때 70년대에는 자립적 공업강국이라고 했는데,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이 먹을 게 없으니까, 공장설비들을 뜯어다 중국에 팔고, 전기가 안 오니 변압기나 전동기를 뜯어다 중국에 동을 팔면서 사회경제 기반이 참혹하게 무너졌거든요.

그래서 농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데, 지금 북한은 한해 농사지어 한 해 먹고 사는 “한해살이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거기에 지금 최민석 기자도 알고 있겠지만, 요즘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북빙양의 얼음이 녹아내려 지구 온도가 자꾸 올라가지 않습니까, (최민석: 그렇지요. 기후가 자꾸 변하고 있지요.) 앞으로 봐서는 지구가 자연재해를 계속 입을 것 같은데요. 북한처럼 열악한 경제기반을 가진 국가가 자연재해를 매해 입으면 앞으로 농사가 참 걱정입니다.

최민석: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자연재해가 자꾸 발생하면 국가차원에서 막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막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데, 북한처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나라는 결국 먹고 살 길이 농사밖에 없는데, 결과적으로 먹고 살길이 막힌다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영: 북한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것은 산에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기 때문에 ‘물 폭탄’이 쏟아지면 그대로 쓸려가기 때문에 산사태가 나고, 이렇게 자연재해는 매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이런 자연재해 같은 것이 북한 매체에 제대로 보도됩니까,

정영: 북한매체의 보도를 보면 조선중앙통신에서 여러 차례 보도가 됐는데요, 사실 중앙텔레비전에서 보도해야 주민들이 제대로 접할 수 있는데, 심각한 것은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요즘 올림픽 소식 보도가 늘면서 거기에 묻히고, 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우상화 선전에만 많은 시간이 할당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히려 북한의 입장을 외부에 전하는 창구로 알려진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홍수피해를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매체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없는 매체로서, 이례적으로 북한이 외부에만 이런 홍수 피해 소식을 흘린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외부에 전한다는 것은 결국은 국제사회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소리겠지요.

정영: 외부에서는 그렇게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를 보니까, 최근 북한에 들이닥친 큰 비와 태풍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유엔 유니세프 조사단이 31일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유엔 산하 유니세프의 동아태 사무소의 크리스토퍼 드 보노 대변인은 “국제기구와 함께 참여하는 조사팀을 북한의 피해가 큰 지역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습니다.

최민석: 아, 아닌 게 아니라 유엔에서 벌써 조사에 들어갔군요. 국제지원이 제발 계속 인내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여러분께서는 지금 RFA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언론 뒤집어보기를 듣고 계십니다>

최민석: 그런데 요즘 북한매체에서 북한의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부인을 대동하고 모란봉 악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정영: 조선중앙통신이 30일이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1비서가 전승절 경축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북한 중앙 TV>: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전승절 경축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

최민석: 요즘 김정은 1비서가 28살 나이에 리설주 부인을 데리고 요즘 모란봉 악단 공연을 구경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가뭄 때 관람했던 공연과 다른 거지요?

정영: 그 모란봉 공연과 같은 거지요. 지난 6월 공연관람은 참 공교롭게도 북한에서 가뭄 피해를 입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이뤄졌는데요….

최민석: 그때는 왕가물때이고, 지금은 홍수피해 때이고 김 1비서가 모란봉 공연을 볼 때마다 참 타이밍이 안 좋은데요, 이렇게 물 난리 속에서도 모란봉 공연을 볼 만큼 김정은 1비서가 공연을 좋아한다는 소리지요?

정영: 김정은 1비서가 자기 아버지처럼 예술 공연을 좋아한다는 것 같은데요,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도 홍수피해현장이나, 가뭄 현장에는 한번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김정은도 국가지도자로 된지 8개월째 접어들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홍수나 가뭄 현장을 다녔다는 보도는 없습니다.

최민석: 예, 아버지랑 많이 닮았습니다.

정영: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예술인으로 밝혀지면서 앞으로 북한의 정치도 예술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문득 이런 시가 떠오릅니다.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았더라” 정영기자, 이 시를 아시지요?

정영: 춘향전에서 나오는 ‘촌철살인’ 시인데요, 이몽룡이 변학도의 잔치를 날카롭게 한편의 시로 폭로하지요.

최민석: 그렇습니다. 한쪽에서는 먹고 살자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 자연재해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 배를 두드리면서 공연 관람하고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 소식이지만, 걱정스러운 게 국제사회가 북한에 습관성 지원을 해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북한 주민들도 하루빨리 수해피해를 복구하고 한 톨의 낟알이라도 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정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