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보내드릴 간추린 내용입니다.
- 한반도를 강타한 폭우로 남과 북이 큰물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 텔레비전도 수해복구 현장을 공개했는데요, 오늘 시간에는 남과 북의 수해복구와 보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봅니다.
- 얼마 전 한국 공안당국이 '왕재산' 조직이라는 간첩단을 적발했습니다. 북한매체는 '간첩단 사건이 조작됐다"고 비난했는데요, '왕재산' 조직의 진상을 알아봅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내용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한반도에 유달리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달 27일 황해남도 강령지방에 6시간 동안에 235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청담군에는 시간당 50mm씩 쏟아졌다고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보도했습니다.
<녹취: 중앙TV>"황해남도의 여러 지역에서 지난 26일부터 27일 사이에 내린 많은 비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청담군에서는 7월 26일 낮부터 12시간 동안에 522mm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군적으로 현재 1만 4천 200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200여정보가 매몰됐습니다"
북한 최영림 내각 총리도 수해현장을 요해하고, 농민, 군인, 학생들이 총동원돼 끊어진 다리를 세우느라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나왔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 수해복구 현장에는 중장비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순수 사람들의 인력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의 수해복구 상황은 어떨까요?
한국에도 이번에 큰 비가 내려 피해가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서울 강남구 일대에 위치한 우면산에서 사태가 나면서 수십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SBS>"약 15분 뒤, 왼편 우면산 쪽에서 엄청난 량의 토사와 물이 쏟아집니다. 바로 앞에 있던 차량들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일촉즉발의 순간, 00씨는 급히 제동을 밟았고 토사가 유리창에 튀었지만, 차량이 휩쓸려 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우면산 사태로 18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아파트는 2층 가까이 흙더미에 묻히고, 수천대의 자동차가 물에 잠겼습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폭우로 인한 피해 가구 수는 1만9168가구, 인명피해는 사망자 28명을 비롯해 부상자 23명, 실종자 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재해 복구를 어떻게 할까요?
우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긴급재난방지위원회를 구성합니다.
긴급 재난구조는 태풍, 홍수, 강풍, 풍랑, 해일과 같이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 이하 정부 부처가 솔선수범하여 전 방위적으로 동원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군대나 경찰, 심지어 직승기(헬리콥터)도 동원됩니다.
재난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구역 내 이재민들을 긴급히 구원하고 피해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폅니다. 이번에도 서울시는 지방 재정을 풀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서울시는 폭우로 말미암아 피해를 본 주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려고 '선 지원 후 정산' 원칙에 따라 193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침수가옥 피해 주민 1만 2천여 가구와 소상공인 3천2백여 개 업체에 가구·업소당 100만 원씩 160억 원을 긴급 지원합니다."
특별히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사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분류되어 전국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행정안전부는 우면산 산사태로 큰 피해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의 피해액이 95억 원이 넘으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다고 밝혔습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국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복구비의 최대 90%까지 보조됩니다"
서초구는 이번 폭우로 약 1,000억 원, 미화 1억 달러 가량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기업들도 손발 벗고 나섭니다. 큰 기업들은 재난구조를 위해 기부금을 쾌척하고, 일반 식료품 업체들도 빵, 생수, 컵라면, 도시락 등을 무상 지원합니다. 이번 수해복구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됐습니다.
<녹취: CBS 수해보도>
이렇게 전국이 일어서다보니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피해복구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재난구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피해 보상입니다.
피해보상은 골고루 보상받는 것도 있고, 개별적으로 받는 것도 있습니다. 개별 보상의 경우에는 자기가 상해보험, 재해보험 같은 곳에 들었으면 보상을 받습니다.
이번 강남지역 수해 현장에서 눈길을 끈 것은 침수된 자동차들입니다. 강남구 일대는 한국에서도 소문난 부자동네여서 고급 외국제 승용차만 해도 400여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폭우로 5천 8백여 건의 자기 차량 침수 사고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외제차 피해 신고도 4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손해보험업계의 피해보상액은 4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돈 400억 원은 약 미화 4천만 달러, 독일산 벤츠, BMW, 일본제 렉서스 등 승용차 한대 가격이 보통 1억 원, 미화 10만 달러가량 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대부분 운전자들이 자동차 보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보험회사는 가입자들의 차를 수리해주거나, 도난, 심지어 완전 파손되었을 때 전액 보상해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에 잠겼던 외국차들은 엔진까지 침수되어 수리비만 수천달러가 들기 때문에 대부분 주인들은 아예 폐차시키고 최고 보상액을 받겠다고 해서 보험사들이 울상이 됐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재난의 원인을 놓고 자연재해냐, 인재냐를 놓고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 주민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검토 중입니다. 따라서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이번 참사가 인재냐 천재냐를 놓고 법정에서 책임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초구 지역 주민들은 "산림청에서 산사태 예보를 했는데도, 서초구가 듣지 않았다"면서 구청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일 주민들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구청에서는 피해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수해복구는 물론, 피해보상도 남한과 다릅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에서 보면 수해복구를 순수 사람의 힘으로 하고, 뜨락또르(트랙터)나 불도젤(불도저)도 몇 대 보이지 않습니다.
피해보상은 더 생각도 못합니다. 북한당국은 1995년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 큰물에 휩쓸려간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했고, 1996년 12월 개고개 열차전복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사망자 가족에게 테트론 양복지 한 벌씩 준적 있습니다.
북한은 자기인민들에게 보상을 못해주는 것은 물론, 외부 지원을 따내려다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AP통신사에 조작된 수해사진을 보냈다가 피해를 과장한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북, “남한 내부 왕재산 조직망 꾸리라”
다음 주제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북한과 연결된 대규모 간첩단을 적발했다고 물의를 빚고 있는 데, 북한 매체가 ‘간첩단이 조작됐다’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간첩단 사건 조작, 목적은 잔명유지’라는 기사에서 “리명박 정권이 통치 위기를 모면하려고 간첩단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노동당 225국, 북한 대남공작기관과 연결된 왕재산 조직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녹취: MBN>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학계와 정계, 노동계 등 각계 인사 수십 명을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지하당인 이른바 '왕재산'을 구성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IT 업체 J사 대표 김 모 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공안당국이 적발한 왕재산 조직에는 민주당 출신의 임채정 전 국회의장의 정무 비서관을 지낸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하려고 신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왕재산 조직의 총책 김 모 씨는 일본과 중국을 수십 차례 드나들며 북한 노동당 대남공작원들과 접촉하고, 국가기밀을 넘겨주었고 남한 내부에 ‘남조선혁명’을 수행할 비밀지하조직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왕재산은 1933년 3월 11일 김일성이 함경북도 온성에 나와 국내조직을 꾸렸다는 산입니다. 북한이 간첩단의 명칭을 왕재산이라고 달아준 것도 그런 비밀조직을 남조선에 꾸리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어 이들 간첩들이 남한 정계와 학계에서 버젓이 활동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는 고등고시 제도가 있습니다. 사법고시를 통과하면, 검사나 변호사가 될 수 있고, 외무고시를 통과하면 외교관이 될 수도 있고, 행정고시를 통과하면 정부 부처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남한의 고시 제도를 이용해 오래전부터 한국 내부에 친북세력을 침투시켰다고 한 고위층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1973년 대남공작부서에 하달된 김일성의 비밀교시에도 “머리가 좋고 확실한 학생들은 데모, 즉 시위에 내보내지 말고, 고시준비를 시키도록 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렇게 품을 들여 친북, 간첩들을 수십 년 동안 잠복시켜놓고 대남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세기적 숙망입니다.
왕재산 간첩단이 적발되면서 앞에서는 우리민족끼리를 말하고 뒤에서는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의 정체가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최민석입니다.